딸들의 반란
최영희 부회장
‘아들만, 아들만 낳아 복수한다’더니 이젠 아예 낳지 않거나 결혼도 거부한다. 그래서 출산율 1.3명이라는 통계청 발표가 여성운동가들의 가시 돋힌 비판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우려로 나타나고 있다. ‘여성들의 반란’은 드디어 효과를 보기 시작한 것인가.
이대로 가면 결혼 안하고 오피스텔에서 강아지하고만 살겠다는 우리 ‘딸들의 반란’은 더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아들만 낳으면 여자 귀한 것 알게될 것이라는 한 여성운동가의 우스갯소리는 사실 여성 운동차원과 정반대인 아들 선호사상 때문이었다.
성비불균형이 현실로 나타났고, 수많은 딸들은 과학의 발달 덕분에 한 번 울어보지도 못하고 딸이라는 이유로 엄마 뱃속에서 죽임을 당해야 했다.
2중의 전선을 뚫고온 직장 다니는 엄마들
출산율 감소,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이 나라에서 직장을 갖고 살아온 여성들은 1.3이라는 숫자가 더 남다를 것이다. 이중의 전선을 뚫고 왔기 때문이다. 87년 이전에는 웬만한 직장은 청첩장이 곧 사표가 되었고 신혼여행 갔다오면 책상이 치워져 있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당연히 ‘한 여성의 직장생활은 다른 여성의 희생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8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민정당은 남녀고용평등법을 제정했다. 한편 여성계는 상시 여성근로자 500인 이상인 사업장은 직장탁아소를 설치하라는 조항을 비판했다. 육아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의무가 있는 것처럼 법으로 정해놓고, 상시 여성근로자 500인인 사업장이 몇 군데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법개정운동이 활발했건만 남녀고용평등법은 의무설치 사업장을 영유아보호법으로 돌렸고, 영유아 보호법 시행령은 여전히 ‘상시근로자’가 아닌 ‘상시 여성근로자 300인’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육아를 돕는 보육시설정책은 직장탁아를 중심에 놓아서는 안된다. 여유가 있는 몇몇 대기업 근로자를 제외하고 실제로는 혜택을 볼 수 없는 그림의 떡이다. 직장과 베드타운이 떨어져 있고 출퇴근 교통이 지옥인 대부분의 대도시 사정과 보육시설에 맡겨야하는 어린아이들의 어머니는 직급이 낮은 여성들이어서 차량운행에 부담이 크다.
결국 지역 탁아정책으로 방향을 잡고 직장 탁아소도 지역탁아의 의미를 살려 정책을 추진하도록 해야한다. ‘전철역마다 탁아소를’ ‘버스정류장마다 탁아소를’이라는 정책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벌써 10여년전이다. 금융권부터 직장탁아와 지역탁아의 개념을 결합한 보육정책을 실히하도록 건의해 봤지만 아직도 실현이 안되고 있다. 금융권은 상시여성근로자가 아무리 많아도 단위 지점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에 어렵다. 따라서 지역별로 개별 금융회사들이 직원 수 비례로 각 지역에 탁아소를 설치하고 모든 금융권 근로자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출산율 저하가 앞으로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위기감을 느낀다면 문제는 실천이다. 바로 실시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야 한다. 낮잠잘 곳도 없는 피아노 학원에 하루 10시간씩 맡겨야 하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해 주어야 한다. 첫째 각 지자체마다 갖고 있는 모든 공공시설에는 탁아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자. 구청, 시청, 구의회, 시의회, 문화관, 청소년수련관, 노인복지관, 장애인 복지관, 여성복지관, 여성발전센터, 일하는 여성의 집, 새로 짓는 동사무소 등이 얼마나 많은가. 1주일 내내 텅텅 비워놓고 위용만 자랑하는 공공시설이 수두룩하다.
공공·종교시설 활용, 지역탁아 확대 정책을
둘째는 각 지역마다 넘쳐나는 종교시설을 탁아소로 할 수 있게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직장탁아소를 설립하면 근로복지공단이 지원해주는 제도들을 고용보험에 가입한 부모들의 아이들이 이용하고 있다는 근거만 있다면 종교시설이 운영해도 지원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육아시설이 운영되어야 한다. 출산휴가 직후 받아주는 영아탁아제와 보육시간의 유연성도 필요하다.
여성부가 오늘부터 채용시 차별금지를 강화했다. 이런 차별금지 장치들이 만들어질수록 여성에게 생산성·효율성의 요구도 높아진다. 그러나 큰 걸림돌인 육아문제에 대한 체계적 대책은 없다. 보육시설 중 국공립이 6%, 직장탁아 1%, 그리고 93%가 민간시설이다. 보육시설의 열악함은 다 아는 사실이고, 시설에 맡기면 잔업이나 특근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상황을 잘 아는 우리 딸들은 결혼과 아이 낳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최영희 부회장
최영희 부회장
‘아들만, 아들만 낳아 복수한다’더니 이젠 아예 낳지 않거나 결혼도 거부한다. 그래서 출산율 1.3명이라는 통계청 발표가 여성운동가들의 가시 돋힌 비판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우려로 나타나고 있다. ‘여성들의 반란’은 드디어 효과를 보기 시작한 것인가.
이대로 가면 결혼 안하고 오피스텔에서 강아지하고만 살겠다는 우리 ‘딸들의 반란’은 더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아들만 낳으면 여자 귀한 것 알게될 것이라는 한 여성운동가의 우스갯소리는 사실 여성 운동차원과 정반대인 아들 선호사상 때문이었다.
성비불균형이 현실로 나타났고, 수많은 딸들은 과학의 발달 덕분에 한 번 울어보지도 못하고 딸이라는 이유로 엄마 뱃속에서 죽임을 당해야 했다.
2중의 전선을 뚫고온 직장 다니는 엄마들
출산율 감소,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이 나라에서 직장을 갖고 살아온 여성들은 1.3이라는 숫자가 더 남다를 것이다. 이중의 전선을 뚫고 왔기 때문이다. 87년 이전에는 웬만한 직장은 청첩장이 곧 사표가 되었고 신혼여행 갔다오면 책상이 치워져 있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당연히 ‘한 여성의 직장생활은 다른 여성의 희생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8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민정당은 남녀고용평등법을 제정했다. 한편 여성계는 상시 여성근로자 500인 이상인 사업장은 직장탁아소를 설치하라는 조항을 비판했다. 육아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의무가 있는 것처럼 법으로 정해놓고, 상시 여성근로자 500인인 사업장이 몇 군데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법개정운동이 활발했건만 남녀고용평등법은 의무설치 사업장을 영유아보호법으로 돌렸고, 영유아 보호법 시행령은 여전히 ‘상시근로자’가 아닌 ‘상시 여성근로자 300인’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육아를 돕는 보육시설정책은 직장탁아를 중심에 놓아서는 안된다. 여유가 있는 몇몇 대기업 근로자를 제외하고 실제로는 혜택을 볼 수 없는 그림의 떡이다. 직장과 베드타운이 떨어져 있고 출퇴근 교통이 지옥인 대부분의 대도시 사정과 보육시설에 맡겨야하는 어린아이들의 어머니는 직급이 낮은 여성들이어서 차량운행에 부담이 크다.
결국 지역 탁아정책으로 방향을 잡고 직장 탁아소도 지역탁아의 의미를 살려 정책을 추진하도록 해야한다. ‘전철역마다 탁아소를’ ‘버스정류장마다 탁아소를’이라는 정책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벌써 10여년전이다. 금융권부터 직장탁아와 지역탁아의 개념을 결합한 보육정책을 실히하도록 건의해 봤지만 아직도 실현이 안되고 있다. 금융권은 상시여성근로자가 아무리 많아도 단위 지점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에 어렵다. 따라서 지역별로 개별 금융회사들이 직원 수 비례로 각 지역에 탁아소를 설치하고 모든 금융권 근로자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출산율 저하가 앞으로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위기감을 느낀다면 문제는 실천이다. 바로 실시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야 한다. 낮잠잘 곳도 없는 피아노 학원에 하루 10시간씩 맡겨야 하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해 주어야 한다. 첫째 각 지자체마다 갖고 있는 모든 공공시설에는 탁아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자. 구청, 시청, 구의회, 시의회, 문화관, 청소년수련관, 노인복지관, 장애인 복지관, 여성복지관, 여성발전센터, 일하는 여성의 집, 새로 짓는 동사무소 등이 얼마나 많은가. 1주일 내내 텅텅 비워놓고 위용만 자랑하는 공공시설이 수두룩하다.
공공·종교시설 활용, 지역탁아 확대 정책을
둘째는 각 지역마다 넘쳐나는 종교시설을 탁아소로 할 수 있게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직장탁아소를 설립하면 근로복지공단이 지원해주는 제도들을 고용보험에 가입한 부모들의 아이들이 이용하고 있다는 근거만 있다면 종교시설이 운영해도 지원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육아시설이 운영되어야 한다. 출산휴가 직후 받아주는 영아탁아제와 보육시간의 유연성도 필요하다.
여성부가 오늘부터 채용시 차별금지를 강화했다. 이런 차별금지 장치들이 만들어질수록 여성에게 생산성·효율성의 요구도 높아진다. 그러나 큰 걸림돌인 육아문제에 대한 체계적 대책은 없다. 보육시설 중 국공립이 6%, 직장탁아 1%, 그리고 93%가 민간시설이다. 보육시설의 열악함은 다 아는 사실이고, 시설에 맡기면 잔업이나 특근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상황을 잘 아는 우리 딸들은 결혼과 아이 낳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최영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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