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사람> ‘부천 명예시민’ 된 복전영자 자기박물관장

“딸 시집보내듯 자기를 기증했어요”

지역내일 2002-10-01 (수정 2002-10-04 오전 11:08:34)
“딸도 나이가 차면 시집 보내는 것이 당연하듯이 딸처럼 아껴온 자기지만 이제는 제 품을 떠나보내야 할 때가 온 거라고 생각했어요.”
셀라뮤즈 자기 박물관 복전영자씨(여·57·서울 평창동)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이삿짐을 꾸리고 있는 자기를 둘러보며 이야기를 꺼냈다.
1일 부천시민의 날을 맞아 셀라뮤즈 자기박물관장 복전영자씨 등 3인이 부천시 명예시민증서를 수여 받았다. 시는 복전영자씨가 부천시에 유물 161종 850여점을 시가의 10%에 기증해 지역 문화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명예시민증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결혼 전 일본에 있을 때부터 30여년 넘게 모은 자기들로 98년 10월 자기 박물관을 꾸미게 됐다. 복전씨는“크리스티, 소더비 경매 등 좋은 물건이 나온다는 소식만 들리면 런던이든 뉴욕이든 달려가서 자기를 사모았다”고 한다.
자기는 밑부분의 라벨을 보고 제작연도를 판별하는데 18세기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의 유럽 자기와 유리 예술품이 이사를 가느라 어지럽게 모여있었다. 독일의 마이센, 프랑스의 세부르, 영국의 웨지우드와 로얄 던톤, 폴란드, 일본뿐 아니라 한국의 고려시대 자기 명품까지 복전씨는 부천시에 기증했다.
그 동안 셀라뮤즈에서는 명사 소장 예술품 특별전시회, 영국 로얄우스터 자기그림 그리기 시연회, 일본자기인형전시회 등 여러 차례의 특별전시회를 가졌다. 그러나 자기가 불어나자 사저를 개조해 만든 소담한 박물관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기획전을 하려고 해도 4칸 60여평 작은 박물관으로는 너무 좁아서 자기를 늘어놓는데도 힘이 들었다”는 것. 그 때 그녀는 문화사업을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한 부천시를 떠올리게 됐다. 무작정 원혜영 시장을 만나 이야기를 꺼냈는데 원 시장이 직접 와서 보고 문화사업으로 충분한 규모라며 마침 비어있던 종합운동장 1층 하부공간을 선뜻 내주었다.
“마치 기다리듯이 150여평 규모의 꼭 맞는 장소가 있는 것을 보고 애네들이 갈 곳이 여기로구나, 인연을 느꼈어요”라는 복전씨는 “돈으로 생각하면 아까울 거예요. 하지만 부잣집에 애네들을 팔면 가둬놓고 정작 보고싶은 시민들은 볼 수가 없쟎아요.”라고 기증동기를 말했다.
12월 초에‘유럽자기박물관’으로 새롭게 개장되면 복전영자씨는 명예관장으로서 자기들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됐다.
부군과 자녀들도 모두 이번 결정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는 복전씨는 현직 언론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정홍택 영상자료원장을 동경에서 늦은 나이에 만나 결혼했다고 어렵사리 털어놨다.

/ 부천 박정미 기자 pj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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