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수해예상지역 점검 - 한강이남지역

월드컵에 우기 겹쳐 수방공사 제대로 못해

지역내일 2002-07-18 (수정 2002-07-19 오후 1:25:49)
이달초 태풍에 밀려 주춤했던 장마전선이 다시 세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요즘 수해는 장마철보다 이른바 게릴라성 집중호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적어도 여름이 끝날때까지는 물난리에 대한 관심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지역의 수해 예상지역 중 지난해 집중호우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풍수해 위험 등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강남구 신사동 632번지 도산공원 주변. 지난해 7월 중순 국지적 집중호우로 침수피해가 있었던 곳이다. 도로에는 다음달 26일까지 하수관 개량공사를 한다는 표지판이 서 있다. 이곳은 지난해 집중호우로 급작스럽게 불어난 빗물이 하수관 용량을 초과, 길위로 넘치면서 피해가 발생한 곳이다.
공사장 책임자인 현장소장은 “2월 28일부터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월드컵이 열린 지난달과 수방기간인 이번달에는 굴착공사를 할 수 없어 다음달 말이나 돼야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라며 “공사기간중 작년과 같은 집중호우가 발생한다면 도로는 또다시 물바다로 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남구 치수과 담당 공무원도 “공사는 8월달이 돼야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비무환이라는 말은 이곳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모양이다.
서울시와 자치구들은 지난해 집중호우로 인명피해는 물론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하자 피해지역 복구와 함께 수방대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강남일대 지난해 수해지역을 돌아본 결과 이러한 노력들이 대부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작년 수해지역 대부분 문제점 노출 = 송파구 송파1동 등 지난해 1734세대가 침수피해를 당했던 이 일대도 유사한 침수피해가 우려되는 곳. 지난해 피해 이후 송파구는 이곳 하수관에 역류방지 밸브를 설치중이나 예산부족으로 이마져도 완전설치가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주택 하수도가 탄천·성내천 등 주요 공동구보다 낮게 설계돼 빗물이 조금이라도 넘치면 하수관을 타고 역류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집중호우로 도림천이 복개도로 위로 범람, 일대가 물바다로 변해 막대한 재산피해가 있었던 관악구 신림6·10동 일대도 월드컵과 수방기간 등 제약으로 도림천 개수로 정비공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또다시 도림천이 범람해 복개천이 배수기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737세대가 침수됐던 양천구 신정1동 지역은 현재 복구공사가 끝난 상태지만 강서구에서 유입되는 하수로 인해 저지대인 신월동 복개도로 주변은 침수될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강유역 강서구 화곡동 공항동, 양천구 신정동 등은 서울시의 ‘항구적 침수예방 계획’에 따라 빗물펌프장 등 시설물을 설치하고 있으나 대부분 아직 완공되지 않아 수해예방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7월 2441세대가 침수됐던 강서구 화곡동은 현재 역사이펀(하천이나 도로를 횡단할 때 설치하는 요철형 수로) 구조개선 공사 등 항구대책사업이 진행중이어서 공사가 끝날 때 까지는 경계를 늦출 수 없다.
또 126세대가 침수됐던 공항동은 공항 빗물펌프장 유수지 설치공사가 올해 말이나 돼야 끝날 예정이다. 간이펌프장 설계작업을 하고 있는 강서구 방화동 650번지 일대도 방화2동 간이펌프장을 다 지을 때 까지 근본적 침수피해를 해소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강동구 암사시장 주변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강동구는 지난해 주택가 침수 이후 각 가정에 배수펌프를 보급했으나 하수관이 건물 지하실보다 높게 매설돼 지하층에 살고 있는 가정의 침수를 막을 수는 없어 보였다. 강동구 길1동 천동초등학교 주변과 명일1동 명성교회 주변도 하수관이 건물 지하실보다 1m나 높게 매설돼 있어 각 가정에 보급된 배수펌프만으로는 근본적 피해예방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언제까지 하늘만 탓할 건지 = 송파구 치수과에 근무중인 한 직원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때 송파구 관내 총 28개동 가운데 19개 동이 침수됐다”며 “분석결과 지하공동구보다 하수도가 낮은 것이 주 원인으로 나타났으나 현재로서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건축사 출신인 송파구 가락1동 박재범 구의원은 “인근 탄천, 성내천 등 주요 공동구보다 낮게 설계된 주택 하수도가 문제”라며 “현재로서는 하수도 역류 방지 밸브 설치가 가장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악구 신림10동에 살고있는 한 시민은 “지난해 발생한 수해는 예방차원에서 개수로 주변에 자동차를 주차하지 못하도록 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관계기관이 월드컵 등 국가적 행사로 수해 예방조치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게 아닌가하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송파구 풍납10동의 한 통장은 “구청에서 양수기를 준비하고 하수관을 교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상시 대처요령 등에 대한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며 “시설 및 장비보완과 함께 수해대처요령 등에 대한 교육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서구 치수과에 근무하고 있는 한 공무원도 “저지대 지하 및 반지하 주택은 장마철 수해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주거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 구조적 대책 필수 = 확인결과 지난해 침수됐던 지역은 대부분 재발방지를 위한 예방조치활동을 벌였거나 벌이고 있지만 구조적 문제점이 극복되지 못해 많은 지역에서 올해에도 피해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선 자치구 직원과 지역주민 등 관계자들은 △하수관거 확장 및 지하공동구보다 높은 하수도 개선공사 조속 시행 △빗물펌프장 등 배출시설 확충 △항구적 수해대책 마무리 △지류 하천 준설작업 철저 △저지대 재건축·재개발 허가 제한 및 다가구주택 지하층(지층)주거용도 전환 불허 등 장기적 대책 마련 △구청 청소·토목·하수업무 동사무소 전환 검토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장유진 이경기 김남성 기자 ujinny@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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