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판 졸만 죽이는 사정이냐"

지방 공직사회, 정부의 사정에 노골적 불만 표출

지역내일 2000-11-21
지방 공직사회가 정부의 대규모 사정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불만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흙탕물은 중앙에서 만들어놓고, 중·하위직 공무원들만 못 살게
한다"는 것이다.
또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에 애꿎은 공무원만 다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도 녹아있다.
순천시 한 공무원은 "일은 중앙에서 다 터뜨려 놓고 장기판의 졸(卒)만 죽이는 사정이다. 이
같은 불만이 공직사회 전체의 분위기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놓았다.
지방 공직사회의 불만은 권력층에게도 향한다.
광양시 한 공무원은 "비리는 권력형비리가 태반이다. 사정은 고위공직자나 해당되는 말이지
중·하위직에게 무슨 사정이냐"며 권력층을 향해 여과 없는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밖에도 사정을 재탕 삼탕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광양시 또 다른 공무원은 "한두 번 당한 것 아니다. 역대 정권이 다 썩 먹은 방법 아닌가"
라고 정부의 사정을 격하시켰다.
이같은 지방 공직사회의 불만은 공무원 구조조정으로 승진기회가 없어져 희망이 없는데,
사정의 칼날 때문에 소신 있는 행정을 펼치지 못하게 만든다는 불만도 녹아있다.
실제 지방 공직사회는 정부의 사정 때마다 복지부동의 자세를 보여, 소신행정을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무 소신의 전형'이라는 지적도 함께 받을 정도로 곤란을 겪어왔다.
지방 공직사회는 이 때문에 이번 사정이 신상필벌의 원칙하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순천 방국진 kjbang@naeil.com·광양 오성록 기자 ck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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