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사람> 아들 사망보상금 1억원, 농민회에 기탁한 이호원씨

“뒤를 이어 농사지으려던 아들 뜻일 뿐”

지역내일 2002-07-09 (수정 2002-07-11 오전 11:47:49)
한 농민운동가가 산업재해로 숨진 아들의 보상금 1억원을 농민회에 내놓아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경남 고성군 마암면에서 100마지기 쌀농사를 짓는 농민 이호원(55)씨가 그 주인공.
고성군농민회 창립멤버이기도 한 이씨는 고성민주단체협의회 상임의장을 맡으며 사회운동가의 길을 걷고 있다.
이씨는 이달초 고성농민회(회장 김환구)계좌로 1억원을 입금시켰다. 계좌를 정리하던 총무부장이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되자 “농민회 발전기금으로 써달라”는 말이 전부였다.
농민회에 따르면 이 기탁금은 울산의 모 건설현장에서 크레인기사로 일하던 장남(26)이 지난 5월 중순 작업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로 숨진후 지급된 산업재해보상금 전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아들은 결혼은 앞둔 시점이어서 안타까움은 더했다.
이 충격으로 호방한 성격의 이씨는 몇주간 절집을 찾아 여행을 떠났다는 후문이다.
고성농민회 관계자는“평소 아들이 아버지 뒤를 이어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농민운동을 할 것이라고 밝혀 의장께서 보상금을 농민회에 기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뒤를 이어 농사를 짓겠다던 먼저간 아들의 뜻일 뿐이다”는 것.
이 관계자는 또“의장께선 평생을 농민운동을 하셨고, 세상을 버리면 모든 재산을 농민회에 기탁하기로 말하는 등 사심 없이 농민회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농민회는 “이같은 숭고한 뜻이 담긴 거금의 기탁금을 소중히 사용하기 위해 다각도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76년 카톨릭 농민회 활동을 시작해 30년째 농사와 농민운동에 헌신하고 있는 경남지역 농민운동의 산증인.
지난 87년 소값파동 당시 전국에서 처음으로‘소몰이 투쟁’을 고성에서 주도하다 고초를 겪기도 했다. 당시 100여마리의 소를 몰고 시위에 나섰던 고성군 마암면 두호리에는 이를 기념한 민주공원이 조성돼 있다.
91년 고성군농민회를 창립하고, 최근까지 5년 동안 회장을 역임했다. UR협상이 한창이던 92∼93년에는 전국농민회 경남도연맹 의장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전농 및 경남도연맹 지도위원과 참여와자치시민연대 회장, 10여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고성민주단체협의회 상임의장을 맡아 지역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성 원종태 기자 jt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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