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행되는 수능 과탐 시험은 8과목 중 한두 과목을 선택하여 과목당 20문제를 30분 이내에 풀게 되어 있다. 시험 문제에는 난이도 높은 문제들도 일부 있어서 시간 안에 모두 풀어내는 학생들은 극소수이다. 시간의 제한을 두지 않을 수는 없지만 충분한 시간을 주면 풀 수 있는 문제도 시간에 쫓겨서 답을 찍고 끝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떤 학교 내신 과학 시험은 30문제를 30분 안에 풀게 하기도 한다. 마치 자동차 경주에서 출발 신호가 나오면 최대한 속도를 높여서 빨리 결승선을 통과해야 하는 것 같은 자세로 시험을 치러야 시간 안에 풀 수 있다. 좀 더 많이 아는 것보다는 좀 더 빨리 가 우선시된다.
우리나라 사회의 특성 중 하나인 ‘빨리빨리’ 문화가 시험에도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이게 ‘학생들의 실력을 제대로 측정하는 방법인가?’라는 의문이 가끔 든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여 우주 탐험 시대가 열려 우주선을 발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주선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려면 빨리 준비해서 신속하게 발사하는 것보다는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차 없이 정확한 계산을 하고 장치들에 이상이 없는지 꼼꼼히 점검하는 게 더 중요할 것이다.
우리나라 수능 시험을 다른 우수한 사람들에게 치르게 하는 실험을 하는 걸 방송에서 봤다. 영어 시험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도 아주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여 치른 결과 평균 2등급이 나왔다. 수학 시험은 우리나라 수학 분야에서 전문가이고 우수하다고 하는 사람들 대상으로 치른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 55점 정도가 나왔다. 모두 한결같이 하는 말은 우수한 실력을 측정하는 시험이 아니라 기계적으로 빨리 푸는 기술이 좋은 학생들이 점수가 잘 나오는 이상한 시험이라는 것이다.
과학 시험도 마찬가지이다. 학교 내신이든 수능이든 시험 시간을 너무 적게 설정해서 빨리 치르는 것보다 시험 시간을 충분히 주고 정확하고 깊은 사고를 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갈수록 정교해지는 과학 기술 분야에 맞는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
당장 수능 시험 형식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2028년 ‘수능 개편안’부터라도 이런 게 조금씩 개선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최초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같은 좀 더 우수한 인재들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양재훈 원장
연세수과학학원
문의 02-535-7330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