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하는 수학 공부
어린 아이가 수학을 공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가 손가락 등의 자기 몸을 쓰면서 수학을 배우고 공부하게 하는 것이다.
활동 수학, 체험 수학, 교구 수학 등은 몸으로 하는 수학을 강조하면서 등장한 수학 학습 방법들이다. 특히 유아, 초등 1,2학년 때에는 이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그런데 활동 수학, 교구 수학은 고사하고 간단한 손가락셈조차도 못 하게 막는 부모님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언젠가 1학년 아이들에게 연산 훈련을 시키는데, 한 남자아이가 자기 손가락을 책상 밑에 숨기고서는 손가락셈을 하는 것이었다. “왜 그렇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아이는 “손가락을 쓰면 엄마한테 혼나요”라고 대답했다. 나중에 이 아이의 엄마에게 왜 그렇게 하셨느냐고 물었더니 “손가락을 못 쓰게 해야 아이의 암산 능력이 좋아진다고 해서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누가 이런 잘못된 정보를 흘리는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에 의하면 대부분 초등학생들은 ‘구체적 조작기’에 있다. 보통 7세~11세까지의 아이들이 구체적 조작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어떤 문제 상황에 놓였을 때 자신의 과거 조작 경험을 바탕으로 해결하는 경향성을 지니며, 보이는 현상에만 국한되고 구체적 현실 세계에 한해서만 사고를 전개한다.
물론 대부분의 1학년 아이들이 이 시기에 해당하지만 여전히 ‘전조작기’에 머물러 있는 아이들도 상당하다. 구체적 조작기에도 도달하지 못한 이런 아이들에게 손가락조차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은 손발을 다 묶어 놓고 뛰라는 것과 다름없다.
구체적 조작을 많이 해 본 아이가 추상적 사고도 잘 할 수 있다. 손가락셈과 같은 구체적 조작을 충분히 해 본 아이가 나중에 암산과 같은 형식적 조작도 잘 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러니 아이가 수학을 공부할 때 몸을 쓴다고 무조건 말리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지켜보면 될 일이다.
최승일 원장
파워영재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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