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모르는 어휘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것이 늘 아쉬웠다. 최소한의 사전 검색도 하지 않았다. 초등 교육에서 기초 어휘를 습득하지만, 추후 마주하는 어휘량은 2배 이상 증가하게 되는데, 어휘 공부는 그에 준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문해력(literacy)’이 OECD 평균을 밑돈다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어휘 공부가 편향적일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어휘의 질적 측면보다 양적 측면에만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시중의 어휘 참고서이다.
최근 어휘 참고서가 발전했음에도 사전 훑기식 공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어의 의미 파악은 기본이지만 문해력과 독해력의 향상에는 한계가 있다. 단어는 중심 의미 외에 다양한 의미를 지니며, 심지어 전문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문학에 등장하는 ‘소외(疏外)’는 경제·철학적 용어이기도 하다. 또한 단어는 항상 문맥과 호응을 이루며 쓰이는데, 그 문맥은 한두 문장의 예시로 형성할 수 없다. 이러니 참고서 공부는 어휘의 양으로 수렴된다.
하나의 단어에 대한 지식의 총체는 사람마다 달라서 질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경제’라는 단어에 대해 누구는 돈의 효율성 정도를 떠올리겠지만, 누구는 세계 경제 구조까지 떠올릴 수 있다. 연관된 역사·철학적 지식의 차이는 더 크다. 이것이 어휘의 질적인 측면이다.
그래서 어휘력을 위한 독서를 새삼 강조하고 싶다. 책은 하나의 주제를 말하기 위해 여러 맥락을 형성하며 그에 걸맞은 어휘를 사용한다. 따라서 책의 내용 파악에 집중을 하면 단어의 의미와 그 쓰임, 그와 관련된 맥락이 자연스레 머리에 들어오게 된다. 사전에 박제된 어휘가 아니라, 실제적 어휘가 머릿속에 형성되는 것이다.
공인된 글을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어휘력을 증진할 수 있다. 동·서양의 고전부터 신문의 사설까지. 전문 작가들은 가장 적확하고 적합한 단어를 선별한다. 다음으로 반복해서 읽기를 추천한다.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은 독서 태도에 늘 지침이 되어주는 말이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말하곤 한다. 결국 어휘력이 실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양적으로 질적으로 형성된 어휘력은 모든 과목의 독해와 문제 해결에 속도를 더할 것이라고.
서승원국어학원 주현 부원장
문의 02-511-7635/7636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