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누구나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한 번 정도는 읽었을 거로 생각한다. 느리지만 항상 꾸준한 거북이가 빠르지만, 방심한 토끼를 결국 이긴다는 교훈적인 이 이야기를 우리는 잘 알고 있지만 실제 수학 공부에서는 이 이야기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수학 거북이는 정말 현실에서 수학 토끼를 절대로 이길 수 없을까?
느림보 거북이는 결승점까지 느릴까?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를 보면 거북이가 이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토끼의 방심이다. 토끼가 만약 방심하지 않고 잠들지 않았다면 거북이는 절대로 토끼를 이길 수 없었다. 거북이는 느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 속의 수학 거북이들이 과연 실제 거북이처럼 결승점까지 느리게 가고 토끼가 잠들지 않으면 절대 이길 수 없을까? 학습과 교육은 그렇지 않다. 처음에는 거북이보다도 느리고 정말 걷고 있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발달이 느린 아이도 자신의 속도에 맞게 차근차근 가르치면 결승선 한참 전부터 토끼보다 빠른 걸음으로 뛰어갈 수 있다. 다만 아이의 속도를 부모가 기다려 주지 못하고 미리 지쳐 버리기 때문에 뛰는 힘을 기르지 못하고 거북이가 토끼보다 더 먼저 지쳐서 결승선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수학적 재능이 있으면 좀 더 쉽게 배울 수 있지만 재능이 없는 거북이도 충분히 100M 육상 선수가 될 수 있다. 거북이가 성장하기 전에 부모가 미리 거북이의 미래를 정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빠른 토끼는 방심만 하지 않으면 절대 지지 않을까?
발달이라는 것은 참으로 신비하다. 거북이가 어느 순간 100M 육상 선수가 될 수도 있지만 토끼가 거북이보다 더 느려지는 시점도 분명히 있다. 평범한 사람의 발달은 누구나 동일하다. 20살 전후까지의 발달 30살 전후까지의 발달 40살 전후까지의 발달 등등 특별한 천재가 아니라면 정해진 기간의 발달은 누구나 동일하다. 이 동일한 발달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교육의 힘이다. 20살까지 누구나 동일한 발달을 할 때 시기적으로 전체적인 발달이 일찍 일어나는 아이가 있고 전체적인 발달이 늦게 후반에 일어나는 아이도 있다. 발달이 전체적으로 일찍 일어나는 아이를 보고 부모는 아이가 천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발달이 일찍 발현될 뿐 천재는 분명 아니다. 하지만 이 일찍 발현되는 발달이 학습에는 끔찍한 재앙이 될 수 있다. 어린 시절 발달이 빠른 아이는 습득력과 이해력이 빨라서 그 나이에 배워야 하는 참을성 실패 노력을 배우기 어렵다. 무한히 커지는 블랙홀처럼 지식을 빨아들이고 승승장구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전체적인 발달이 다른 아이들과 맞추어지는 시기가 와서 평범해졌을 때 늘 특별했던 기억만 가지고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성공만 했기 때문에 실패와 노력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에 빠지고 만다. 부모님의 실망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이가 천재라고 생각했다가 평범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때의 실망감은 아이가 거북이인 것을 알았을 때보다 더 절망적이고 크다. 그래서 토끼인 아이가 평범해졌을 때 그 벽을 넘지 못하고 오히려 평범한 아이들보다 뒤처지는 경우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거북이도 토끼도 모두 승리하려면?
빠르다고 모두 좋은 게 아니고 느리다고 실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거북이를 키우는 부모는 아이를 기다려 준다고 하지만 거짓 기다림이 아닌 진실된 기다림을 해야 한다. 노력하는 거북이에게 기다려 준다고 말하면서 무조건 장거리 선수로 키우면 안 된다. 그 아이는 성장하면서 100M 선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느리다고 장거리 선수로 결정짓는 것은 진정한 기다림이 아니다. 토끼 역시 마찬가지다. 절대 방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면서 알 수 없는 우월감과 성취감에 빠져 있으면 안 된다.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고 아이가 평범해지는 시간에 대비해야 한다. 빠른 토끼가 평범해지는 시간을 잘 견디어 내면 거북이는 절대 토끼를 따라올 수 없다. 하지만 100명 중 99명의 토끼는 평범해지는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수학은 천재들의 학문인가?
상담을 해 보면 부모님들은 아이가 성장하기 전에 문과 성향이나 수포자로 낙인찍어 버리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성장하는 아이의 능력은 무한하다. 지금은 수학 거북이지만 그 아이가 나중에 필즈상을 받을 수 있는 인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수학을 잘하지 못했던 수포자 부모의 두려움이 아이의 발전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본다.
더오름수학학원 이승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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