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분리될 때 건물 철거 특약이 없는 한 건물 소유자에게 관습법상 법적지상권이 인정될 수 있을까? 그렇다.
토지의 원래 주인은 그 위에 건물을 새로 지은 후 사망했다. 이후 토지는 배우자인 C 씨에게 단독 상속됐고, 건물은 C씨와 그 자녀들에게 공동 상속됐다. C씨는 얼마 후 자신이 소유한 토지를 자녀 중 한 명인 B씨에게 증여했다. 이후 토지는 임의경매절차를 통해 A씨에게 넘어갔다. A씨는 자신이 낙찰받은 토지 위의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하라며 B씨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B씨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있으므로 A씨의 건물 철거 등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맞섰다.
원심은 A씨의 청구를 인용해 B씨 등이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토지와 건물 소유주가 동일인이었다가 변경돼야 하는데 C씨가 B씨에게 토지를 증여할 당시, C씨는 건물 공동 소유자에 불과해서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의 소유가 아니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2년 7월 21일 토지 소유자인 A씨가 건물 소유자 B씨 등을 상대로 낸 토지인도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7다236749).
대법원은 대지 소유자가 건물을 공동 소유하면서 대지만을 타인에게 매도한 경우에도 건물 공동 소유자들은 모두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한다는 종전 대법원 판결(76다388 판결 등)에 따라 원심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우리 법제는 토지와 건물을 각각 별개의 독립된 부동산으로 취급하므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분리될 때 건물의 철거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공익상 필요가 있다"며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것이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관한 관습에 대해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구속력에 대한 확신이 소멸했다거나 그러한 관행이 본질적으로 변경됐다고 인정할 수 있는 자료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공증인가 법무법인 누리
대표변호사 하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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