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인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천문학, 물리학 등은 자연이 만든 대상을 연구하는데 수학은 사람이 만들어 낸 걸 연구해요. 그런 면에서 철학, 문학과 오히려 결이 비슷하죠.” 헐~! 이 무슨 황당한 얘기인가? 한국인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Fileds Medal)’을 수상한 허준이(39)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의 조선일보 신년 인터뷰 내용이다. 수학계에서 50년 가까이 풀리지 않았던 난제 ‘리드 추측’을 증명하고, 다시, 또 다른 난제인 ‘로타 추측’도 풀어내 ‘블라바트니크 젊은 과학자상’(2017)과 ‘뉴호라이즌상’(2019) 등 세계적 권위의 과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어릴 때는 구구단 외기도 힘들어했고 고등학교 땐 시인이 되고 싶어 자퇴하고 검정고시로 대학에 들어갔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들어갔지만 성적표엔 F가 수두룩했다.
이런 그가 세계 수학계를 휩쓸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처음엔 수학이 재미있었지만, 입시와 연관돼 있어 수학의 기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중3 때 경시 대회 나가볼까, 과학고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지금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하시더군요. ‘나는 수학 못하는 아이’라고 생각해 버리게 됐어요. 수학자가 된 지금 돌이켜 보면 말이 안 되는 얘기예요. (중략) 시작하기에 늦은 일은 없지 않을까요?” 같은 인터뷰 기사 내용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수포자’들에게 희망이 되는 메시지가 아닐까? 수학은 연산능력이 아니다. 연산능력은 계산기나 컴퓨터가 훨씬 뛰어나다. 그러나, 수퍼컴퓨터의 알고리즘을 만드는 일은 수학이 한다. 수학적 상상력이 없으면 우리가 꿈꾸는 미래도 허망한 물거품이 된다는 얘기다.
그럼, 수학적 상상력은? 같은 인터뷰 기사의 내용이 답을 준다. “시(詩)와 수학은 알고 보면 공통점이 많아요. 시는 어떻게 보면 모순적인 표현 양식입니다. 표현하기 어려운 것을 언어로 소통하려는 시도니까요. 그래서 시적 모호성이 생기죠. 수학은 땅으로 끌어내리기 어려운 추상적 개념을 수와 논리로 표현해 공유하는 거고요. 둘 다 대상을 고도로 함축해 강력한 상징을 만들죠.” 결국, 시와 수학의 언어는 고도로 정제된 상징체계라는 얘기다. 다만, 이 상징체계를 구성하고 계발하는 힘은 연산능력이 아니라 상상력에 달려 있다는 점을 잊지 말기를.
스카이컨설팅 유수진 대표 및 수학과 수석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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