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양도인이 채무자에게 채권양도계약 체결 사실을 통지하지 아니하고 채무자로부터 돈을 받아 임의로 사용하면 채권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할까? 아니다.
A씨는 임차보증금반환채권 양도 당시 식당과 순창군 임야를 교환하기로 계약했는데 이후 교환대상인 토지를 놓고 갈등이 생겼다. A씨는 임차보증금반환채권 양도 이후에도 건물주인 임대인에게는 채권을 양도했다는 사실을 통지하지 않았다. 그러다 A씨는 2014년 3월 건물주로부터 임차보증금 1,146만원을 돌려받고 이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은 기존 대법원 판례(97도666 등)를 근거로 "A씨가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B씨에게 양도하고 B씨를 위해 보관한다는 사정을 인식한 상태에서 고의로 보증금을 받아 소비함으로써 횡령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2년 6월 23일 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7도3829).
대법원은 "채권양도인이 통지 등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갖추지 않은 채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해 금전을 수령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전의 소유권은 채권양수인이 아니라 채권양도인에게 귀속하고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을 위해 이를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채권양도인이 그 금전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조재연·민유숙·이동원·노태악 대법관의 반대의견과 김선수 대법관의 별개의견이 있다.
계약불이행을 형사법상 범죄로 확대해석하는 것을 제한해 온 최근 횡령·배임죄에 관한 대법원 판례 흐름을 반영해 채권양도 영역에서도 횡령죄의 구성요건인 ‘재물의 타인성’과 ‘보관자의 지위’를 엄격하게 해석한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계약을 불이행하면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민사로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증인가 법무법인 누리
대표변호사 하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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