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남인 사실을 숨긴 채 소개팅 어플로 만난 여성과 1년 넘게 사귄 30대 남성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을까? 있다.
미혼 여성인 A씨는 2019년 7월 소개팅 어플로 만난 30대 남성 B씨와 사귀기 시작했다. B씨와 결혼을 전제로 진지한 만남을 이어오던 A씨는 2020년 9월 뒤늦게 B씨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B씨가 결혼 사실을 숨기고 미혼인 것처럼 행세하며 자신을 만났다는 사실에 충격과 불안 등을 호소했고, 결국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이후 A씨는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대하여 서울중앙지법 민사23단독은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2020가단5272120).
판사는 "사람이 교제 상대를 선택하고 그 범위를 정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할 수 있고, 그 중에는 상대방의 혼인 여부나 상대방과의 혼인 가능성도 포함될 수 있다"며 "그러한 사항에 관해 적극적 혹은 소극적 언동을 통해 허위사실을 고지하는 방법으로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려 성행위를 포함한 교제 관계를 유도하거나 지속하는 행태는 기망으로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혼인빙자간음죄가 폐지됐다고 해서 이러한 행위에 따른 민사적 책임마저 부정될 수는 없다"며 "B씨는 A씨를 기망해 A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고,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안겨줬다고 볼 수 있어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망의 수단과 방법, 교제 기간, A씨의 연령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A씨의 정신적 고통에 상응하는 위자료 액수는 3000만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며 "설령 B씨의 주장처럼 A씨가 B씨의 혼인관계를 인식했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이 B씨의 불법행위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공증인가 법무법인 누리
대표변호사 하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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