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고

수학적 추론능력을 키워주자!

지역내일 2021-05-13

알렉산드르 카렐린. 1981년부터 2000년까지 그레코로만 레슬링 선수로 활동한 그의 별명은 ‘최강의 영장류’, 세계선수권 9회 우승, 올림픽 3연패, 13년 무패라는 기록의 사나이다. 그가 레슬링 유망주들의 일일 코치를 맡은 어느 날, 상대의 방어를 깨는 비법을 알려준다는 그의 말에 레슬링 유망주들이 그의 말에 집중한다. “상대의 방어가 견고하다고 해서 당황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상대의 허리를 잡고 들어 올리세요. 그 다음 가볍게 뒤집는 겁니다.” 그리고 정적이 흐른다. ‘저 사람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라는 유망주들의 표정과 ‘왜 내 얘기를 이해 못하지?’라는 알렉산드르의 표정이 교차한다.

수학 교실에서도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문제의 해법을 다 알고 있는 강사의 설명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에게 알렉산드르의 상대를 방어를 깨는 비법처럼 들릴 것이다. 그래서 ‘최강의 영장류’는 커녕 ‘아기 고양이보다 조금 강한 정도의’ 수학 강사인 본인은 몇 년 전부터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보다 ‘내 말이 학생들에게 어떻게 들릴 것인가?’에 더 집중하고자 마음먹었다.

문제를 받아 풀이로 백지를 채우고 답을 내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는 수학 지식과 문제풀이 스킬도 필요하지만, 백지에 연필부터 박고 뭐라도 끄집어내려면 수학적 추론능력이 필요하다. 위에서 해답을 내리꽂는 방식의 수업이 아니라 아래에서 추론을 통해 해답으로 이르는 길을 찾게 만드는 수업은, 초등과 중등 수학 과정의 충실한 강의와 연습으로 만들어진다.

초등과 중등 과정을 고등 수학으로 가는 길에 마주치는 찰나의 풍경으로 지나치게 할 것이 아니라, 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해법을 시도하며(때로는 그것이 조금 무모하고 비효율적이라도) 수학적 추론능력을 키워주는 과정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차분하게 학생의 능력에 맞춰 이 과정을 진행하는 것은, 상대를 뒤집어야 이기는 레슬링에서 ‘최강의 영장류’처럼 가볍게 뒤집지는 못해도 끙끙거리면서라도 뒤집을 수 있는 코어 근육을 키워주는 과정이다. 가볍게 뒤집으나 힘들게 뒤집으나 경기에서 승리한다는 결과는 똑같다. 지나치게 빠른 선행학습보다 현재 교과 과정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서연수학·서연독서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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