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영아일 때는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길 바라는 단순하지만 사랑 깊은 마음으로 자녀에 대한 꿈을 꾼다. 성장하는 자녀가 하나씩 이루어가는 것을 보면서 부모도 새로운 기대감이 생기고, 점점 더 큰 기대를 가지면서 꿈을 꾸게 된다. 하지만 어느샌가 부모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자녀의 모습과 마주하면서 갈등이 생기고,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간극은 더 깊어지게 된다. 반복되는 갈등으로 부모도 자녀도 마음이 너덜너덜해진다면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을 초기화해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부모-자녀 관계에서 변화의 시작은 부모이다. 뭔가 모를 억울한 마음이 들어도 성인인 부모가 먼저 시작해야 변화할 수 있다.
마음을 초기화하는 단계로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떤 성인이 되기를 바라는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 보기를 권한다. 직업에 관한 것이 아니라 어떤 존재가 되기를 원하는지 그림을 그려보라. 어떤 정서와 사고를 가진, 세상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 어떤 틀을 가지고 자신과 타인을 해석하는, 갈등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어떤 양식으로 관계를 맺는, 무엇을 소망하고 꿈을 꾸는 성인이 되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그림을 그려 보기를 권한다. 자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 보아 그것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자녀 인생의 시기마다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 중요하지 않은 것을 가려내어 집중해야 할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지금 현재의 자녀의 모습, 가까운 미래에만 집중하다 보면 길을 잃고 통합된 양육이 아닌 조각난 양육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나무를 보는 것과 숲을 보는 균형의 양육이 필요한 것이다.
숲을 보는 큰 그림을 그렸다면 나무를 보는 세부적인 그림을 그려 볼 차례이다. 매년 자녀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점검하기를 권한다. 정서적-사회관계적 측면, 신체발달, 학습, 건강 등등을 점검하고 계획을 세워보면 좋겠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 외의 측면들은 계획에서 사라지게 되는데 자녀의 균형적인 건강한 발달과 성장을 원한다면 비중을 조금씩 줄이더라도 계획 속에 포함해야 한다. 이런 계획은 앞서 이야기한 큰 그림의 방향성과 일치하는지를 계획의 마지막에 점검하면 좋다.
마지막으로 그림을 그릴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하는 것은 대상인 자녀이다. 부모의 욕심이나 욕망, 욕구에 따른 그림이 아닌 자녀의 기질과 성격, 재능과 능력의 정도, 자아강도, 욕구와 꿈 등을 섬세하게 파악하여 구체적이면서도 인격적인 그림을 그려 보길 바란다.
새중앙상담센터 · 심리상담연구소행복나무
김호정 미술치료사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