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일 교육부의 유초중고 개학 추가 연기 발표 이후 벌써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또 앞으로 3월 23일 개학까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안양 지역 초·중·고 학부모들을 안양군포의왕 내일신문 리포터들이 만났다.
“아이랑 온라인으로 새 학년 과목 예습하고 있어요”
원윤미(45·안양시 호계동·초4 학부모)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개학까지 3주 연기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친구들끼리 함께 놀기로 한 방학 중 계획은 모두 취소됐고, 생일파티 계획도 코로나 때문에 취소했습니다. 방학 끝나는 게 아쉬워 학교 가기 싫다고 하던 아이는 ‘학교 언제 가냐, 학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릅니다. 밖에 나가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니 답답한 아이의 마음이 이해는 됩니다. 개학이 또 연기되어 이대로 놀기만 할 수는 없어, 학교에서 보내준 다양한 동영상 수업에 접속해 새 학년 예습을 시작했습니다. 하루 계획표를 짜고, 국어와 수학 위주로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EBS의 경우 학교 검색을 하면 아이가 배정된 새 학년 반의 방에 들어가 선생님이 올려놓으신 진도 관련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초등 입학식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받아쓰기를 시작했어요”
손영주(41·의왕시 내손동·초1 학부모)
올해는 저희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책가방도 사고, 실내화도 사고, 노트랑 간단한 필기도구도 사면서 초등학교 입학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유치원 졸업식이 부모 참여도 없이 진행돼 첫 아이의 첫 졸업식인데 가보지도 못했어요. 초등학교 입학식까지 계속 연기되고, 입학식이 치러진다 해도 부모 참여가 불가능할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학교에 들어가도 코로나 때문에 괜찮을까 하는 걱정도 크고요.
최근에는 학교에서 공지가 와서 온라인 학습을 하라고 하길래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초등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배 엄마들이 초등 1학년부터 받아쓰기를 한다고 해서 쉬운 동화책을 함께 읽으며 아이와 받아쓰기 연습도 해보고 있어요. 얼른 코로나가 종식돼 아이가 즐겁고 건강하게 초등학교에 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독서목록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책 읽기에 집중하는 시간 갖고 있어요”
장희선(42·안양시 호계동·중1 학부모)
첫째 딸이 중학생이 된다는 설렘에 교복을 일찍 맞추고 방학 동안 중학교에서 배울 교과 선행을 하면서 입학식 날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그런데 개학이 연기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아쉬움과 함께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학원에 갈 수도 안 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건강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과감하게 학원에 안 보내고 집에서 공부하기로 결정했어요. 그런데 계획을 짜고 공부시키려니 일어나는 시간을 비롯해 생활습관도 불규칙해지고 공부도 계획대로 안 되어 나도 모르게 딸에게 잔소리하는 횟수가 잦아져 관계가 나빠지더군요. 이렇게 지내다가는 공부도 제대로 못하면서 사춘기 딸과 관계만 안 좋아질 것 같아 고심 끝에 학습에 대한 욕심은 접어두고 딸이 좋아하는 책을 읽기로 계획을 수정했답니다. 독서목록을 내가 정하면 아이가 읽지 않을 것 같아 온라인 서점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고르게 해 여러 권 주문해줬더니 그동안 선행하느라 책 한 권 읽지도 못하고 바쁘게 지냈는데 지금은 책을 읽으며 여유로운 방학을 보내고 있습니다. 더불어 사춘기 딸과의 관계도 다시 회복했어요.
“인강 들으며 수학 심화 문제 풀고 있어요!”
한수연(46·안양시 비산동·중2 학부모)
코로나19 때문에 외출도 못하고 집에서만 있으려니 아이도 엄마도 많이 힘든 시간인 듯해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학교 2학년을 앞두고 있는 아들이 학원에 다니는 것을 싫어해 집에서 혼자 공부하다 보니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만큼 수학 선행을 많이 하지 못해서 걱정이었는데 앞으로 2주 동안 수학 공부를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계획을 물어보니 수학 심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렵다며 2주 동안 인강을 들으면서 심화문제집을 푸는 것이 목표라고 얘기하네요. 혼자 공부하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양을 학습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방학 동안 꾸준하게 자기주도학습을 해온 아들에게 잘하고 있다고,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학교에서 내준 과제 하며 수능 준비해요”
강영순(49·안양시 갈산동·고3 학부모)
개학이 1차 연기됐을 때부터 우리 아이 학교에서는 과제를 많이 내주셨어요. 학교에 다닐 때 보다 공부해야 할 것이 더 많다고 하더라고요. 과제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모두 수능특강 문제 풀어오기인데, 본인이 계획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추가해서 적절하게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1학기 때 생기부를 좀 더 채워야 하는데 개학이 늦어지니 문제가 될 겁니다. 하지만 저희 아이의 경우는 수시보다는 정시에 비중을 좀 더 두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으로 공부에 전념하고 있어요.
학원은 안 가고 있어요. 학원이 휴원한 것은 아니고 불안해서 아이와 의논해 당분간 인강을 듣기로 했어요. 다만 아이가 컨디션 조절이 조금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제일 힘들어해요. 학교에 다닐 때는 깨우지 않아도 잘 일어나 준비하고 등교했는데 요즘은 제시간에 일어나지 못하고 뒤척이다 간신히 일어나네요. 그래도 학년이 학년인지라 조금씩 시간이 어긋나는 것 말고는 잘해나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엄마죠. 아침, 점심, 저녁에 간식까지, 거기다 수험생이라 얼마나 긴장이 되던지요. 발소리도 못 내고 살아요! 그래도 아이가 집에서 공부하니 코로나19 감염 걱정을 덜 수 있어 다행입니다.
학교 홈페이지 통해 대입 정보 얻고 진로 고민 중
이선희(50·안양시 평촌동·고1 학부모)
개학이 너무 늦어진 것은 속상하지만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학습 정보를 얻고 있어요. 다른 해에도 고등학교 홈페이지에 이렇게 많은 정보가 올라왔었나요? 요즘 우리 아이는 배정받은 학교뿐 아니라 다른 학교 홈페이지까지 염탐(?)하며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엄마인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어느 학교 홈페이지에는 추천 도서목록이 잘 정리되어 있고, 또 어떤 학교 홈페이지에는 대입 전형의 이해와 대비에 대한 자료가 올라와 있더군요. 아이와 저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고 진로에 대해서 처음으로 깊게 이야기도 나눠 보았습니다.
1지망에 배정받지 못해서 아이가 많이 실망했는데 학교 홈페이지에 교장선생님께서 신입생 환영인사를 해 주셨더라고요. 팝업창을 통해 크게 환영 인사를 해 주셨는데 의외로 아이가 많이 좋아해서 저도 배정 문제로 속상했던 마음을 위로받은 기분입니다.
학교는 쉬지만 학원은 그대로 나가요. 아이가 다니는 학원이 소수정예학원이라 아직 휴원에 대한 얘기는 없어요. 아이도 저도 학원은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 지금까지 빠트리지 않고 수업에 참여하고 있어요.
하지만 전처럼 학원 시작 전 또는 수업이 끝난 후 친구들과 놀다 오는 일은 없어요. 특별히 아이를 단속하는 것은 않는데 코로나19 감염은 아이들이 더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아이에게 학원 공부와 학교과제 이외에 더 많은 공부를 강요하지는 않아요. 코로나19로 제가 많이 긴장했는지, 지금은 개학 후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학습의 감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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