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문고 사태, 방학 중 소강상태

성춘식·이우자 부부 물러나지 않으면 올 2학기 '제 2라운드' 돌입

지역내일 2000-07-25
상문고 법인인 동인학원의 이사진 승인 취소는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에 따라 지난 94년에
이어 재발된 이 학교의 학내분규가 여름방학을 맞아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상문고 교사, 학생, 학부모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 구재단은 학교 복귀를 철회할 뜻을 전혀 보이지 않아 분규의 불씨는 그대로 남았다.

이에 따라 이번 여름방학 중 사태 해결에 진전이 없을 경우 오는 2학기 개학과 더불어 '상
문고 사태'는 보다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될 조짐이다.

한상일 교사(전교조 상문고 본회장)는 "방학 중이라 힘을 소진하지 않기 위해 무리한 활동
계획은 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교사, 학부모, 학생들 각자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상문고 전체교사 56명 중 38명은 현재 구재단 복귀에 반대해 교내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
이고 있으며 남은 여름방학 기간에도 지속적으로 농성을 벌일 계획이다.

또한 이 학교 학부모 1백여명은 농성 참가 교사들과 함께 지난 18일과 21일, 24일에 각각
열린 서울시교육감 선거 소견발표회장에 참가, 유인종 후보(현 교육감)에게 상문고 사태를
촉발한 책임을 물어 격렬히 항의하거나 나머지 8명 후보들에게는 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촉
구하는 등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이달 초 구재단 복귀를 반대하는 가두시위에 무려 2천여명을 동원하는 세력을
과시했던 학생들 대부분은 방학과 함께 일단 활동을 접었으나 이 가운데 1백여명의 학생들
은 방학 중에도 자발적인 모임을 계속 가지면서 향후 대책을 논의 중이다.

이밖에 전교조 상문고 분회는 지난 18일 구본철 교사를 단장으로 '상문고 정상화 및 사립학
교법 개정을 위한 국토종단 달리기 발대식'을 갖고 다음달 4일부터 13일까지 9박10일간 전
라남도 해남 땅끝마을에서 상문고까지 6백여km의 국토를 종단하면서 상문고 사태를 국민들
에게 알려나가기로 결정했다.

전교조 상문고 분회는 이날 발대식에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상춘식·이우자 재단의 복
귀를 결정한 재판부는 사죄할 것 ▲서울시교육청은 구재단의 승소에 따른 법적 대응책을 강
구할 것 ▲부패재단과 관료의 유착관계에 대한 검찰 수사를 벌일 것 ▲제2의 상문고 사태를
막기 위해 사립학교법을 개정할 것 등을 주장했다.

상문고의 학내분규는 지난 94년 상춘식 전교장(59)이 보충수업비 등 17억원을 유용하고 내
신성적을 조작하는 등의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촉발됐다.

법적 처벌을 받아 물러난 상씨는 지난해 12월 횡령한 공금 17억원을 모두 갚았으나 상씨의
부인 이우자(57)씨가 이 학교 민선이사로 승인을 받게 돼 다시 한번 교사,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사, 학생들의 의견을 일부 받아들여 이씨의 이사 승인을 취소했으나

지난달 말 법원이 이에 항소한 이씨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상문고 사태'는 원점으로 되돌아
가고 말았다.

신일용 기자 shiniy@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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