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선후배로 만나 모임을 시작한 지도 어언 10년째. 가는 해를 아쉬워하며 우리가 선택한 것은 뮤지컬 감상이었다. 특히, 고3 수험생 관리하느라 1년 내내 가슴 졸이던 막내 후배를 위한 이벤트여서 작품 선정에 더욱 신중을 기했다. 오랜만에 나간 대학로는 여전히 활기찬 에너지를 내뿜으며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13년째 장기 공연 중인 창작 뮤지컬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2005년부터 13년째 장기 공연 중인 ‘연우무대’의 첫 번째 창작 뮤지컬이다. 이야기는 크리스마스이브, 가톨릭 재단의 무료병원에서 반신불수 환자 최병호가 방송 출연을 앞두고 갑자기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게다가 병원 밖은 차도 다니기 어려울 만큼 눈이 쌓여 고립된 상황! 병원장 베드로는 연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해 기부금을 받는데 일조해야할 환자가 감쪽같이 사라져 크게 당황한다.
베드로는 평소 무뚝뚝한 최병호의 행적을 쫓기 위해 그와 한 병실을 쓰는 두 여인(정숙자와 이길례)을 추문하지만 얻어낸 것이라곤 그들의 아픈 과거에 관한 이야기. 이 작품에는 병호, 베드로 신부, 숙자, 길례할머니, 정연, 민희, 닥터 리 등 총 7명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들은 본인의 메인 캐릭터 외에도 극중의 다른 역할도 연기하는데, 관객들이 같은 배우인 것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연기력이 출중해 놀랍기만 하다.
사람 냄새 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몸이 불편한 병호가 다리를 한 쪽씩 내던지듯이 뻗으며 일어서는 모습, 숙자의 탱고무대, 길례할머니의 걸쭉한 말투 등 디테일한 연기는 물론이고 캐럴, 레게, 탱고, 삼바까지 다양한 장르가 두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펼쳐진다. 또 장면마다 울려 퍼지는 노래는 감동을 자아내고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배우가 맨 앞의 관객에게 장미 한 송이를 건네며 퍼포먼스를 연출하기도 한다.
여기에 수면 알약과 코트의 행방, 차에 감겨있는 체인 등 다양한 콘셉트의 소품들은 극중 효과를 배가시킨다. 또한 짜임새 있는 세트 구성도 빼놓을 수 없다. 침대 세 개와 벽돌 벽, 전봇대, 베드로의 사무실 등이 아담한 무대 위에서 바쁘게 돌아간다. 배우들의 코믹한 행동에서 유발되는 웃음과 캐릭터들의 사연이 주는 뭉클함이 공존하는 <오! 당신이 잠든 사이>.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감상할만한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공연장 :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4관
■일정 : 2018년 8월 31일(금) ~ 2019년 2월 24일(일)
■시간 : 화·목 8시 / 수·금 4시, 8시
토 1시 30분, 4시 30분, 7시 30분
일·공휴일 2시, 5시 30분(월요일 쉼)
■러닝타임 : 120분(인터미션 없음)
■티켓가격 : 전석 45,000원 / 관람연령 : 만 9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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