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알학당
윤기호 원장
1977년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는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라는 개념을 주창한다. 이것은 특정한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기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념이나 기대감이다.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이 개념에 대해 낯설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자기효능감(self-efficacy)’에 대한 실례는 필자가 가르친 두 학생에게서 볼 수 있다. 한 학생은 2003년쯤에 가르친 학생이다. 중3학생이었고 이름이 은총이라는 학생이었다. 은총이는 학습 내용을 암기하거나 문제를 풀 때마다 “아! 완전 천재야! 천재!”라고 탄성을 지르며 공부했다. 주변 학생들은 은총이의 기이한 행동에 킥킥거렸고 필자 또한 시끄럽게 구는 은총이를 나무랐다. 그러나 은총이는 “아, 이건 마인드컨트롤이에요. 이래야 공부가 잘 돼요.”라고 대꾸했다. 좀 어이가 없었으나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주변 애들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내버려두었다. 이때 은총이는 내신 시험에서 평균 성적을 30점 이상 올리는 기적을 보였다. 다른 한 학생은 2014년쯤에 가르친 학생이다. 고3이었는데 내신 평균이 7등급 대였던 학생이었다. 이 학생은 학교를 다니면서 좋은 성적을 받아봤던 경험이 한 번도 없었다. 수시 적성 전형을 목표로 하고 있었으므로 어떤 방법이든지 마지막 내신을 올려야 승산이 있었다. 필자는 학교에서 출제할 거라는 확신이 있는 서술형 문제의 답을 학생에게 외우게 했다. 학생은 답을 완벽하게 외웠고 시험에 예상했던 문제가 나왔다. 학생은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답을 썼다. 그리고 이 학생은 그 후 믿을 수 없는 행동을 했다. 지우개로 답을 지운 것이다. 배점이 매우 높았던 문제라 이 학생의 등급을 한 등급 올릴 수 있었던 문제였다. 그러나 이 학생은 답을 지웠고 아무 것도 쓰지 않았다. 필자는 학생의 행동에 대해 이유를 물었다. 학생의 대답은 간단했다. “답이 아닌 것 같았어요.” 필자는 어이가 없어서 다시 물었다. “그래도 빈칸으로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쓰는 게 낫잖아.” 이에 되돌아온 학생의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저는 이렇게 긴 서술형 문제 답안을 맞춘 적이 없어요.” 그랬다. 이 아이에겐 정답을 쓰는 것보다 틀리는 게 익숙했다. 자기효능감이 충만한 학생은 첫 번째고, 이것이 매우 부족한 학생은 두 번째다. 이 사례는 학습효율성과 시험에서 정답률을 높이는데 자기효능감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1991년 제임스 플린(James Flynn)은 아이큐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25%이고 자기효능감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40%라는 것을 실험을 통해 검증해냈다. 이것은 친구나 부모 등의 관계와 스트레스가 자기효능감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이기도 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시험 점수와 등급에 의한 스트레스는 학생들의 자기효능감을 떨어뜨리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험만 보면 왜 망치는가. 성적을 잘 올려주는 학원에만 보내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잘 가르치고 열심히 공부하면 성적이 오르는가. 자기효능감은 이 문제에 대해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함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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