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언대>왜 지방분권인가

김형기(경북대 교수, 대구사회연구소장)

지역내일 2000-11-14
21세기 여명기인 지금 우리 나라의 지방은 총체적 위기에 빠져있다. 주요 지방도시들의 지
역경제가 빈사상태에 빠져있다. 지방정부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방대학은 갈
수록 그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 지역갈등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다른 한편, 사람과 돈의 서울 집중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서울-지방간의 '디지털 격
차'가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식기반경제의 새로운 산업인 정보통신산업은 거의 대
부분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신경제'를 움직이는 두 바퀴인 정보통신산업과 금융산업의 서
울 집중 심화 현상은 21세기 지역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지방분권을 추진해야 한다. 지방분권은 지방으
로의 경제력 분산, 행정과 재정의 분권, 교육과 문화의 분권을 통해 지방에 사람과 돈과 정
보가 모이고 행정과 재정에서 결정권이 지방으로 이양되는 것이다. 요컨대 지방분권화는
서울 일극 집중의 '집권적 집중체제'에서 지역중심의 '분권적 분산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이
다.
지방분권은 지식기반경제에서 지역발전의 새로운 전략으로 제기되고 있는 지역혁신체제 구
축에 필수적이다. 대학, 기업, 정부, 연구기관이 네트워트를 형성하여 지역이 자생적으로 발
전할 수 있는 지역혁신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지방분권을 통해 사람과 돈이 지방에 모이고 지
방정부에 결정권이 있어야 한다. 지방분권을 통해 각 지역에 지역혁신시스템이 구축되고 지
역간 협력과 경쟁체제가 성립되면 보다 효율적인 지역중심의 새로운 국가발전모델이 실현될
수 있다.
아울러 지방분권은 교육, 의료, 육아, 양로 등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현물급부를 중심으로 한
지역 단위의 복지공동체 실현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한국 정치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지
역패권주의와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지방분권이 필수적이다. 통일한국의 민족통합
은 지방분권 없이 전망할 수 없다.
지식기반경제에서 지식창출의 원천인 지방대학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려면 지방분권이 필요하
다. 지방대학에 더 많은 교육자원이 배분되고 대학에 결정권이 주어지면 대학 중심으로 구
축되는 지역혁신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방대학은 지역발전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지역발전을 선도할 수 있다.
'지방에 결정권을', '지방에 세원을', '지방에 인재를'. 이것이 지방분권화 개혁의 기본방향이
다. 지방분권의 이념은 지역주민에게 자기결정권이 있다는 철학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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