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11월초에 기말고사가 마무리된다. 겨울방학을 포함해 11월 중순부터 고교 입학 전인 2월말까지 3개월 넘게 비교적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지는 셈이다. 이 시기를 어떻게 알차게 보내느냐에 따라 고교 입학 후 출발점이 달라질 수 있다. 그동안 영어, 수학 공부보다 국어공부를 소홀히 했다면 이 시기에 고교 국어 학습을 위한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다. 달라진 교육과정과 달라진 수능을 살펴보고 이에 맞춰 현재 중3 학생들이 어떻게 고교 국어를 대비하면 공·사교육 국어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도움말 세화고등학교 국어과 곽동훈 교사(현 EBS 수능 국어 강사)
새움학원, 반포해냄학원 한정민 국어강사
2015 개정 교육과정 국어 교과와 2022학년도 선택형 수능 국어
현재 고1 학생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현 중3 학생들은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에 따라 수능 국어 영역의 출제 범위에 다소 변화가 있다. 교육과정은 고교에 따라서 학교 지정 과목이 많은 학교도 있고, 선택의 폭을 보다 다양화 한 학교도 있어서 선택형 교육과정과 선택형 수능의 첫 세대인 현 중3 학생들은 진로에 맞게 고교를 선택하는 지혜도 필요하고, 추후 배정받은 고교에서도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교육과정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국어 교과를 살펴보면 공통과목은 국어, 선택과목은 일반선택과목이 독서, 문학,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이고, 진로선택과목이 실용 국어, 심화 국어, 고전 읽기 등이다. 현 중3 학생들은 공통과목과 일반선택과목은 등급제로, 진로선택과목은 성취평가제로 평가되며, 모두 대입 평가 자료로 활용된다.
현 중3 학생들이 치르는 2022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의 출제범위도 변화가 있다. 2021학년도 수능의 범위는 독서, 문학, 화법과 작문, 언어(언어와 매체 중 매체는 범위에서 제외)가 범위이지만 2022학년도 수능의 범위는 독서와 문학은 공통 범위이고,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은 둘 중 한 과목을 선택하면 된다.
▒ 2015 개정 교육과정 국어 교과
교과 영역 | 교과군 | 공통과목 | 선택 과목 | |
일반선택 | 진로선택 | |||
기초 | 국어 | 국어 | 독서, 문학,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 실용 국어, 심화국어, 고전읽기 |
▒ 2022학년도 수능 국어 출제 범위
2021학년도 | 2022힉년도 | |
공통 과목 | 선택 과목 | |
독서, 문학, 화법과 작문, 언어 | 독서, 문학 |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택1 |
강남서초 지역 고교별로 다른 국어 교육과정 살펴보기
강남서초 지역의 5개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의 국어 교육과정을 비교해 보면 큰 차이를 보인다. 우선 공통과목인 ‘국어’는 모두 1학년의 학교지정과목이며, 일반선택과목 중 ‘문학’은 5개 학교 모두 2학년 학교지정과목이다. 그 외의 선택과목들은 학교별로 교과 편성에 큰 차이를 보였다.
# 학생 선택의 폭이 넓은 유형 : 세화고/세화여고
5개 자사고 중 세화고와 세화여고는 학교 지정과목을 최소화하고 학생 선택권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 눈에 띈다. 세화고의 경우 2학년 과정에서는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의 국어 2개 과목을 영어 3개 과목과 함께 총 5개 과목 중 학기별로 1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3학년 과정에서는 국어 3과목(고전읽기, 심화국어, 실용국어)을 영어 5과목, 수학 5과목 등 총 13개 과목 중 학기별로 5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즉, 2학년부터 진로나 성향에 따라 부족하거나 선호하는 과목을 집중 이수할 수 있도록 했다.
세화여고도 세화고와 마찬가지로 학교지정과목을 최소화 한 것이 두드러진다. 2학년 과정에서 1학기에는 화법과 작문, 영어독해와 작문 중 1개 과목을 선택하고, 2학기에는 언어와 매체, 진로영어, 수학 3개 과목 등 총 5개 과목 중 3개 과목을 선택하도록 했다. 3학년 과정에서도 학기별로 선택과목을 세분화해 선택범위를 넓혔다.
# 학교 지정과 학생 선택의 절충형 : 현대고
현대고는 세화고나 세화여고에 비해서는 학교지정과목에 화법과 작문 한 과목이 더 추가돼 3학년에 6단위를 편성했다. 이는 학생들이 수능 선택과목으로 언어와 매체보다 화법과 작문을 많이 선택할 것을 예상한 교과 편성으로 보인다. 일반선택과 진로선택 총 7개 과목 중 심화국어와 실용국어는 제외하고 5개 과목만 교과로 편성한 점도 눈에 띈다. 2학년과 3학년 과정에서 국어 교과 선택의 폭은 타 학교에 비해 크지 않다.
# 학교지정과목이 다수인 유형 : 중동고, 휘문고
중동고와 휘문고의 경우 국어 과목의 학교지정과목이 다수를 차지해 국어 교과를 상당히 강조했음을 알 수 있다. 중동고는 수능 출제 범위에 해당되는 일반선택과목 4개 과목을 모두 학교지정과목으로 편성해 2학년 과정에서 화법과 작문, 문학을, 3학년 과정에서 독서와 언어와 매체를 모든 학생들이 배우도록 했다. 2학년과 3학년 과정에서는 고전읽기와 심화국어를 영어나 수학의 다른 교과목을 포함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휘문고는 국어교과의 일반선택과목과 진로선택과목 총 7개 과목을 모두 교육과정에 편성했는데, 학교지정과목(4과목)도 많고, 2~3학년 선택과목(3과목)도 많은 것이 특징이다. 특이한 것은 다른 학교들이 독서를 2학년이나 3학년 학교지정과목으로 편성한데 비해 휘문고는 3학년 1학기 지정과목으로 심화국어를 편성하고 독서는 3학년 1학기 선택과목으로 편성한 것이 눈에 띈다.
▒ 강남서초 지역 5개 자율형사립고 국어 교육과정 비교
고교명 | 학교 지정 | 2학년 선택 | 3학년 선택 |
세화고 | 1학년: 국어(공통) 2학년: 문학, 독서 |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 - 국어2/영어3 총 5개 과목 중 학기별 택1 | 고전읽기, 심화국어, 실용국어 - 국어3/영어5/수학5 총 13개 과목 중 학기별 택5 |
세화여고 | 1학년: 국어(공통) 2학년: 문학, 독서 |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 1학기: 화법과 작문/영어독해와 작문 중 택1 2학기: 언어와 매체/진로영어/수학3 총 5개 과목 중 택3 | 심화국어, 실용국어, 고전읽기 1학기: 국어2/영어3/수학2 중 택3+국어1/수학2 중 택1 2학기: 국어2/영어3/수학2 중 총 7개 과목 중 택3 |
중동고 | 1학년: 국어(공통) 2학년: 화법과 작문, 문학 3학년: 독서, 언어와 매체 | 고전읽기 국어1/영어1/수학1 총 3개 과목 중 택1 | 심화국어 국어1/영어1/수학2 총 4개 과목 중 택1 |
현대고 | 1학년: 국어(공통) 2학년: 문학, 독서 3학년: 화법과 작문 | 언어와 매체 국어1/영어1/수학1 총 3개 과목 중 택1 | 고전읽기 국어1/영어1/수학1 총 3개 과목 중 택2 |
휘문고 | 1학년: 국어(공통) 2학년: 문학, 언어와 매체 3학년: 심화국어, 화법과 작문 | 고전읽기 국어1/영어1/수학1 총 3개 과목 중 택1 | 독서, 실용국어 1학기: 국어1/영어1/수학1 총 3개 과목 중 택1 2학기: 국어1/영어1/수학1 총 3개 과목 중 택1 |
* 교육과정은 세화고, 세화여고, 현대고는 2019학년도 입학생 기준이고, 중동고, 휘문고는 2018학년도 입학생 기준임.
* 학교별 교육과정은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
현 중3 학생들의 고교 국어 학습 전략
고교 입학까지 겨울 3개월간 고교 국어 기반을다지기 위한 학습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곽동훈 교사: 비문학보다는 문법과 문학에 대한 학습을 추천한다. 우선 중학교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기본적인 문법 개념을 학습하길 바란다. ‘음운, 형태소, 품사, 문장 성분’에 대해서 기본 개념이 확실히 잡혀 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문학 기본 개념 학습을 해두면 좋겠다. 운문문학에서 화자의 정서나 태도, 표현법, 시상 전개 방식 등, 산문문학에서 인물, 사건, 배경, 구성 등의 기본 개념을 학습해두면 좋다. EBS에 고등학교 예비 과정 강의도 있고 초보 개념 강의도 있으므로 살펴보길 바란다.
한정민 강사: 이것저것 하지 말고 문학과 문법은 반드시 한다. 문학은 우선 중학교 때까지 나왔던 개념을 정리하고, 문제에서 어떻게 투영되는지 개념을 적용하는 학습을 해야 한다. 또한 문학작품 해석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이 많은데, 시는 정서 태도, 시어의 의미 해석, 표현상의 특징 등이 중요하다. 소설의 경우는 등장인물의 심리태도, 사건 파악, 서술상의 특징 파악 등이 중요하다. 문법은 음운의 변동, 한글 맞춤법, 올바른 문장표현 등을 방학 때 익힌다. 학교 내신 시험에서 문법 문제는 지속적으로 출제될 것으로 본다.
학생의 진로에 따라 교과로 이수하면 좋은 국어 선택과목이 있다면?
곽동훈 교사: 사실 학생 진로에 따라서 국어의 특정 과목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어 관련학과(국어국문학과, 국어교육학과, 문예창작과 등)에 진학하고자 한다면 ‘심화 국어’를 선택하는 것이 국어에 대한 학생의 관심을 보여주기에 적절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 계열 분야의 학과 진학을 희망한다면 판단력과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고전 읽기’를 선택하면 좋을 것이다. 이학공학 계열 학생들은 ‘실용 국어’를 선택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
수능 국어, ‘언어와 매체’와 ‘화법과 작문’ 중 다수가 선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과목은?
곽동훈 교사: ‘언어와 매체’에는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문법 부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화법과 작문’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한다.
한정민 강사: 아무래도 학생들이 보다 쉽게 생각하는 ‘화법과 작문’을 다수가 선택할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화법과 작문’은 어디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데 비해 문법은 새로운 것을 창의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범위가 정해져 있어 예측 가능하다.
고교에 따라서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이 선택과목으로편성돼 한 과목 또는 두 과목을 모두 이수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국어 학습에 문제는 없는지?
곽동훈 교사: 예전의 교육과정에 편성돼 있던 과목이 선택과목이 되었기 때문에 국어 학습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언어와 매체를 선택하지 않으면 학생들은 그렇지 않아도 갈수록 취약해지는 문법 실력이 더욱 취약해질 것이며, 화법과 작문을 선택하지 않으면 토론, 협상 등 화법의 기본적인 원리에 대해 학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글쓰기의 기본 개념에 대해 학습할 수 없게 된다. 선택형 교육과정으로 인해서 학생들의 국어 실력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교 입학 전에 모의고사 등의 문제풀이 공부도 필요한가?
한정민 강사: 방학 때 이것저것 조금씩 건드려 놓는 공부를 하거나 모의고사 풀이 등 문제풀이 식 공부를 많이 하면 자칫 그 경험만으로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 문제만 풀면 그 문제가 그 문제처럼 보이고 문제의 출제의도를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공부하는 습관이 바뀌어야 한다. 문제를 풀면 오답을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를 푸는 시간이 30분이었으면 오답을 체크하는 시간도 30분이어야 한다. 학생들 대부분은 답 맞추고 해설 보는 시간은 10분밖에 안 걸린다. 무엇보다 성찰하는 시간이 중요하다.
현 중3 학생들이 겨울 3개월 간 독서를 한다면 주로 어떤 책을 읽어두면 국어 공부에 도움이 될까?
곽동훈 교사: 어떤 책이든 읽었을 때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독해력 향상에 도움을 주기에 어떤 책이라도 심지어 흥미 위주의 소비적인 문학까지도 안 읽는 것보다는 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국어 학습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소설을 추천한다. 또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나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등 철학 사상의 명작들을 읽어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한정민 강사: 겨울방학에 독서 목표를 정해서 학교 필독서를 의도적으로 읽어주는 것이 좋다. 또, 가까운 서점을 둘러보고 책을 들쳐보고, 서점에 가는 것을 습관처럼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부모들은 책을 강요하지 말고 시사 잡지도 좋으니 아이들이 읽을 수 있을 만한 다양한 읽기 자료를 제시해주거나 협의해서 하루 15분씩 읽어볼 수 있는 내용들을 추려서 제시해주는 것도 좋다. 한 가지 추천한다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라는 잡지를 권하고 싶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기고를 하고 한쪽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다루고 있다. 하루 한 페이지의 짤막한 글이라도 읽어보는 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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