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선생님은 물론 아이들의 글씨가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고 한다. 모두 컴퓨터 세대이기 때문이다. 일선 학교의 선생님 말씀을 빌려 얘기하자면 문자로써 소통이 불가한 학생들이 하나둘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쉽게 한다. 교육부에서도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2017년부터 초등 1, 2학년 한글 쓰기 교육을 기존 27시간에서 60시간으로 대폭 늘리고,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22개 중학교를 선정해 객관식, 단답형 시험에서 서술형 문제로 출제하기로 했다. 부산시 교육청은 2017년부터 모든 시험에서 서술형의 문제만을 출제하기로 했다.
대다수 학교의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키보드의 편리함과 실용성을 강조하며 손으로 글씨 쓰는 수업을 배제하려고 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손으로 글씨 쓰는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냐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아이들이 글씨를 쓰는 것 자체가 공부이고 두뇌 발달과정이라고 한다. 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종이에 쓰는 행위를 하면서 함께 자란다고 얘기한다. 손으로 글씨를 쓰는 행위는 집중력을 높여주고, 쓰지 않고 읽기만 했었을 때 보다 훨씬 오래 기억한다는 연구 발표도 있다. 손글씨는 생각하는 방식을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누르면 완성되는 키보드나 터치패드와 달리 손글씨는 끊임없이 우리 뇌를 집중시키고 단어의 조합을 생각하도록 한다. 손 글씨로 단어 하나를 적는 것은 정확한 철자 하나하나와 글자 크기에도 집중하게 만든다. 다음 철자를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얼마나 띄워야 할지를 끊임없이 계산하고 집중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생각도 발전한다고 말하고 있다.
손으로 쓰는 글씨는 단지 ‘손의 운동’이고 공부 방법의 하나라는 속설은 잘못되었다. 글씨를 쓰는 작업은 뇌 속에서 시각과 언어를 관장하는 부분이 동시에 작동하는 일이다. 그래서 뭔가 집중해 내용을 손으로 써 내려가는 것은 우리 뇌를 발달시키는 가장 좋은 공부인 셈이다. 손글씨가 습관이 되지 않은 아이에게 인쇄물과 태블릿으로 정보를 보여주고 뇌를 스캔한 결과 정보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머릿속에 뒤죽박죽돼 있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바른 글씨 쓰기를 제대로 잘 가르친다고 하는 것은 그 어떠한 교육보다도 선행돼야 할 일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송병훈대표
대한바른글씨쓰기협회, 도서출판 훈민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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