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청장 후보 지역개발 공약 남발

시 주택·도시계획·교통정책 무시 … 행정갈등 우려

지역내일 2002-05-31 (수정 2002-05-31 오후 1:47:07)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서울지역 구청장 후보들이 자치구 개발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공약의 상당수가 구청장의 권한을 넘어서고, 서울시의 정책을 무시한 것들이 많다는 지적과 함께 그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구청장 후보들의 재건축·재개발 공약이 서울시의 주택·도시계획정책 등에 어긋나 사업이 지연되거나 실현되지 못할 경우 지역주민들의 정치불신은 물론 시와 구간의 행정갈등까지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구청장 후보들의 공약은 절차상 적법성이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별다른 검증 없이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전달돼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언론보도와 후보들의 정책자료(공약)집 등을 분석한 결과 서울 구청장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상당수가 재건축·재개발 등 지역개발 공약을 앞세우고 있는 것으로 31일 나타났다.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이 대규모로 밀집된 강남 송파구 등의 경우 후보 대부분은 ‘자신들의 임기중에 반포·도곡·잠실·가락지역의 재건축을 마무리 짓겠다’며 표를 호소하고 있다.
강동구에 출마한 한 후보도 고덕·상일·암사·둔촌 등 4만여 가구 재개발·재건축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강남권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 지역 아파트의 재건축이 마무리되려면 아무리 빨라도 10~15년은 걸릴 것”이라고 진단한다. 서울시도 전세난, 공사에 따른 먼지·소음피해 등을 우려 재건축을 단계적으로 승인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강북지역 후보들은 대부분 재개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종로구청장에 출마한 한 후보는 창신동·청진동의 재개발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한 서대문구청장 후보는 노후주택 재개발을 촉진, 2만가구 아파트를 짓겠다고 밝혔다.
중구청장에 나선 한 후보도 재개발 등 주거환경 개선사업과 황학동 재개발 등을 공약했다. 한 관악구청장 후보는 민간자본을 유치해 대규모로 지역개발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이곳의 다른 후보도 재개발·재건축으로 대규모 아파트 타운을 건설하고 상업지역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은평구청장 후보는 연신내 불광역 수색지역 상권개발을 공약했다.
동작구 모 후보는 장승백이~여의도 고가도로 건설을 공약했다. 지하철 조기착공과 연장 등을 공약한 후보도 많다.
또 강서구 마곡지구와 송파구 장지지구 등 대규모 개발 예정지에 대해 이곳에 출마한 후보들은 개발 청사진을 쏟아 놓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현재 마곡·장지지구 등은 2010 이후에 본격적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시가 개발계획을 앞당기지 않는 한 결국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은 그들의 임기 중에는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는 셈이다.
자치구청장 후보들이 쏟아 내는 이 같은 개발공약은 대부분 서울시의 중장기 도시계획·교통정책 등에 따라 우선순위와 사업여부가 결정된다.
특히 서울시는 인구 교통량 등 도시규모 면에서 세계적인 대도시로 성장, 도시팽창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앓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수요관리에 따른 도시 안정을 도시계획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반면 상당수 구청장 후보들이 표를 의식, 개발 위주의 공약을 앞세우고 있어 도시의 기형 발전과 각종 마찰 등이 우려는 지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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