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다가 올 뉴월(New月)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지역내일 2017-05-26

긴장과 이완
야구 볼을 빠르게 던지거나 축구공을 원하는 곳으로 패스하기 위해서는 적절하게 힘을 주고 뺄 줄 알아야 한다. 물론 힘의 강약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하체와 상체 근육의 밸런스와 유연성을 키워 적절한 임팩트를 가해야 한다. 하지만 의욕이나 욕심이 과다하게 개입되면 몸이 긴장되고, 그로 인해 근육이 경직되면서 공의 속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볼을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기도 힘들다.
흔히들 ‘긴장하지 마라’ ‘마음을 비워라’ 더 나아가 ‘즐기라’는 말을 쉽게 내뱉는다. 그러나 긴장을 않거나 마음을 비운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더구나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고까지 하라는 건 보통사람의 내공(內工)으로는 감히 도달하기 쉽지 않은 과제다. 이는 의도나 의욕을 초월한 몸의 유연함은 정신적 수련과 육체적 훈련에 의해 얻어진 근육의 수축과 이완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유명과 무명
안중근 의사나 윤봉길 의사처럼 무력이나 행동으로 몸 바친 분들을 의사(義士)라 하고 유관순 열사나 이준 열사같이 정신적 저항으로 투쟁한 분들은 열사(烈士)라 칭한다. 한편 일제의 국권 침탈에 직·간접적으로 반대하거나 항거한 분들을 지사(志士)라 통칭하고 김좌진 장군처럼 군인의 신분이면 장군으로 호칭한다.
이렇게 볼 때,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투쟁을 벌이다가 전사하거나 옥사, 혹은 병사한 순국선열(殉國先烈)과 국가의 부름을 받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적과 싸우다 희생된 호국영령(護國英靈)은 의미상 차이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전과 후라는 시기상의 차이만 존재할 뿐, 나라를 위한 숭고한 희생과 겨레를 위한 고귀한 헌신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이름을 남긴 이들과 달리, 널브러진 주검으로 아름다운 들꽃이 되어버린 의병과 자유를 위해 이름 없이 스러져 간 무명용사는 물론, 조국을 위해 책 대신 총을 쥔 채 산화(散華)해야 했던 학도병도 누군가에겐 목숨보다 귀한 자식이었고 자랑스러운 아버지였다. 하지만 힘을 빼야 원하는 곳으로 볼을 보낼 수 있는 것을 알기에 그들은 자신의 사사로운 욕망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과감히 버리고 겨레 사랑의 화신(化身)이 되거나 조국 수호의 밑돌이 될 수 있었다.

한(恨)과 멍
그대는 유월의 하늘이 푸르고 초목이 짙푸른 까닭을 아는가? 세상보다 귀한 목숨을 바쳐 나라와 겨레를 지킨 생명들의 한(恨)이 천지에 푸른 멍을 남기고 떠났기 때문일 것이다. 나라 안에서 뿐 아니라 도망자의 신세로 이국을 떠돌아야 했던 나라 잃은 설움과 기약 없는 이별을 해야 했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 추위 배고픔과 싸우며 한뎃잠을 자야 했던 죽은 영령들의 가슴에 응어리진 한이 조국 산하에 시퍼런 멍으로 어려 있는 것이다.
그들의 뜨거운 눈물은 한민족 역사의 튼실한 주춧돌이 되었고, 산하에 흘린 끓는 피는 우리 겨레를 수호하는 모퉁잇돌이 되었으며, 베잠방이를 적신 때 묻은 땀방울은 대한민국을 발전시킨 강인한 디딤돌이 되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의 불퇴전의 용기와 불의에 몸을 사리지 않는 결기, 어떤 고난이든 극복하겠다는 그들의 패기가 있었기에 우리 겨레의 장엄한 청사(靑史)가 이어져 오지 않았을까?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우리는 집단이나 전체보다 개인의 권리나 이익을 중시하는 개인주의, 다른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이기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런 세태 탓에 이익에 발 빠르고 처세에 남다르며, 감투에 약삭빠른 것은 더 이상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인간의 일반적인 성정(性情) 탓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책무를 교육시키는데 소홀히 한 우리 스스로의 책임도 클 것이다.
미국의 철학자 라인홀드 니이버(Reinhold Niebuhr)는 세계대전의 사례를 들어 도덕적 인간이 비도적적 집단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타심이나 의협심이 강한 아들이나 성실하고 자상하며 책임감 있는 아버지라 할지라도 집단을 형성하게 되면, 이익을 추구하는 상황 논리와 조직의 생리로 말미암아 사악한 집단이나 부도덕한 국가로 전락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월(六月)과 뉴월(New月)
이런 선과 악의 모순적 이중성은 인간 존재의 태생적 한계일 수도 있다. 인류의 역사는 진리와 진실, 자유와 평화를 추구하면서도 전쟁과 침략, 침탈과 유린의 광기(狂氣)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우리 마음속 악(惡)의 그림자를 줄이고 선(善)의 지경을 확대시키기 위해 생명의 존귀함과 평화의 고귀함을 고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할 수 있도록 지도자들의 솔선과 리더들의 수범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영광의 역사든 실패의 사실(史實)이든 기록하고 기념물로 남겨 다시는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사실이 왜곡되기 쉽고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인간의 망각 탓에 되풀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호국보훈의 달 유월(六月), 조기(弔旗) 앞에서 자신을 비워 죽어야 살고 포기해야 얻는다는 진실을 몸소 실천한 영령(英靈)들을 기리며 그분들의 거룩함을 본받는 ‘우리’와 ‘나’의 뉴월(New月)을 다짐해 본다.

휘문고 이종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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