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사람들

서초문인협회 김유조 회장(전 건국대학교 부총장)

“삶 풍요롭게 하는 풀뿌리 문학, 함께 나눠요”

피옥희 리포터 2017-04-20

어릴 적 한국전쟁을 겪으며 난생 처음 미국인을 만난 뒤 더 넓은 세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서초문인협회 김유조 회장(전 건국대 부총장·명예교수). 서초문인협회 회장을 맡아 지역민과 함께 하는 풀뿌리 문학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가난했지만 큰 꿈 품었던 어린 시절
영어책과 문학에 심취, 책 속 세계 일주

전쟁이라는 시대적 아픔을 직접 겪었고 대구에서 피난 텐트 생활을 하는 등 가난 속에서도 책 읽기를 멈추지 않았던 문학소년 김유조.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책 속에서 찾았던 그는, 자연스럽게 문학적 소양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어릴 적 고전음악을 접한 뒤 신선한 자극을 받았고, 문학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중학교 때는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보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습니다. 고등학생 때 대구 친척집 벽에 걸려 있던 ‘로렐라이 언덕’ 풍경 그림과 하이네의 시를 읽으며 바깥세상을 꿈꿨습니다. 학교에서 세계지리를 배울 때 마젤란처럼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 시절의 꿈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으니까요.”
책을 읽으며 세계 일주를 했다는 그는, 자연스럽게 문학과 예술에 빠져들었다. 노랫말이 예쁜 동요도 즐겨 듣고, 학예회 때 시낭송을 하는 등 재능을 키워나갔다. 한 달에 한 번 발행되는 새벗과 학원 등 문예잡지를 구하기 위해 목 빠지게 기다리고, 영어책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 헌책방을 돌아다니는 것이 그 무엇보다 행복한 일이었다.

대학에서 영미문학 깊이 있게 공부
영문학과 교수가 된 뒤 교환교수로 외국에 첫발

대학생 때는 영미문학을 더 깊이 있게 공부하며 문학적 소양을 쌓아나갔다. 대학 동기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이나 이민을 선택해 하나둘 한국을 떠나갔지만 그는 헤밍웨이, T.S.엘리엇, 포크너의 작품을 주로 읽으며 영미문학에 대한 남다른 학구열을 불태웠다.
“T.S.엘리엇의 <알프레드 프루프록의 연가>도 새겨서 읽으면 참 재미있습니다. 20대 때 쓴 작품인데 젊은 나이에 노후 이야기나 생의 본질을 깨닫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니까요.”
대학 시절 지역 신문사에 콩트를 시리즈로 기고하며 문학적 재능을 발산했고, ‘대학신문’ 편집장도 맡았지만 그때까지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었던 그는 대학원에 진학해 대학 강사로 활동하다 박사학위를 준비할 때 외국 대학에 첫 발을 디뎠다. 대학교수가 된 뒤에는 미시간 주립대, 뉴욕대(NYU), 연변 과기대 교환교수로도 재직하며 외국문학 연구에 몰두했다.



늦깎이 등단 후 한국문인협회 등재
소설, 시, 문학기행 등 왕성한 작품 활동 중

김유조 회장은 건국대학교에서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며 학과장과 학장을 비롯해 대학 내 외국어교육원장, 부총장까지 역임하며 깊이 있는 연구 활동과 후학 양성, 대학의 살림까지 도맡아 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중 정년퇴임을 7~8년 앞두고 짬짬이 작품 활동에 매진, 정년퇴임을 하면서 총 3권의 소설집과 평론집 1권을 냈다. 물론 번역과 학술서도 다수 출간한 바 있다.
‘문학마을’을 통해 소설 <황금가지>로 등단했고, ‘문학과 의식’ 평론 등단과 ‘미주시학’ 시 등단에 이어 미국소설학회 회장 등을 역임, 한국소설가협회, 미주 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한국 소설가협회, 한국 펜클럽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한국헤밍웨이학회에서 문학상을 받았다. 화려한 이력뿐 아니라 월간 ‘좋은 만남’, ‘내 마음의 편지’, 계간 ‘한빛문학’, 격월간 ‘국제문예’에 기행문과 소설, 수필, 기행 시 등을 기고하고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현재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동안 발표한 작품 중에 <아, 빈센트의 아를!>,  <에든버러 성채에서> 등이 기억나는데요. 무엇보다 대학시절 미국 극작가 유진 오닐의 <동으로 카디프를 향하여>를 연극 무대에 올렸던 이후, 드디어 카디프를 몇 년 전에 다녀왔습니다. 영국 웨일스의 수도 카디프 항구에 가서 10대 때 꼭 가보겠다는 꿈을 이제야 이루게 되었죠.”



서초문인협회 회장 맡아 서초구민 위한 문학적 소통에 힘써
김유조 회장은 최근에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초문인협회 회장을 맡아 지역 주민을 위한 문학 행사와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 서초문인협회는 봄, 가을 ‘시낭송회’를 비롯해, 시화전, 명사 강연 등 다채로운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서리풀 페스티벌에서 2015년 ‘서초구민을 위한 백일장’에 이어 2016년 ‘서울 시민과 함께 하는 백일장’, 2017년에는 ‘전국 서초백일장’으로 점차 확대해 문학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서리풀 페스티벌에서는 문인들이 시낭송도 하고, 책 사인회를 열거나 자신의 책을 싸게 판매해 그 수익금을 기부하는 등 나눔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양재역 서초문화예술회관(구 서초구민회관)에서 서초구청까지의 뒷길을 ‘서초 문화의 거리’로 지정, 이에 맞춰 서초문인협회는 시 화판을 만들어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문학의 거리를 선보인다.
“올해는 ‘서초 문학 콘서트’를 열어 소외 계층을 초대할 계획입니다. 또, 문학으로 소통하는 ‘서초 문학 아카데미’도 예정되어 있는데요. 한 달에 두 번 서초문화예술회관 4층 북카페에서 서초구민을 대상으로 시낭송, 외국 기행, 시조 특강 등 문학 강연을 진행합니다. 이 외에도 1년에 한 번 발행하는 <문학서초> 편집 활동과 ‘문학기행’도 계속 진행할 예정입니다. 서초구 문인들이 합심해 풀뿌리 문학 확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올해 누구보다 바삐 보내며 ‘문학적 삶’을 차곡차곡 채워가고 있는 김유조 회장. 소년 시절의 문학적 열정과 연륜이 더해진 지금, 여전히 그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ing.  



동으로 카디프를 향하여
김유조

웨일스의 수도 카디프 항구로 왔어
유진 오닐이 쓴 첫 단막극 제목의 그곳 말이야
때 묻은 거리에는 해묵은 오닐 술집도 있더군
카디프 항으로 향하는 배는 해무海霧에 갇히고
젊은 선원은 절망을 겪지
- 중략 -
그래도 삶은 쓸 만하고 살만해
차를 타고 카디프 항으로 오며
뜬금없이 리버풀 길 표지를 보았어
비틀즈의 고향 말이야
뉴욕에 온 존 레논은 가슴에 총 맞기 직전에도
헤이 주드를 불렀지
극복하고 참아내자 인생을
그런 희열 절규 말이야
- 중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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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옥희 리포터 piokh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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