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부는 커리큘럼, 고등부는 강사 의존도 높아
내 아이를 맡길 학원을 고를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까? 대체로 고등부 쪽으로 올라갈수록 강사의 역량을 중시하고, 초등부 쪽으로 내려갈수록 커리큘럼과 교재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강사의 역량에는 지적 능력과 전달력, 콘텐츠 생산 능력, 학습자에 대한 이해도, 친화력 등 여러 항목이 포함된다. 고등부의 입시위주 수업에서는 단연 강사의 지적 능력과 전달력, 콘텐츠 생산 능력이 중요시 되는 반면 초등부 수업에서는 상대적으로 학습자에 대한 이해도와 전달력, 친화력 등이 중시된다.
그래서 초등부는 커리큘럼이나 교재 의존도가 높고, 고등부는 강사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이에 따라 강사에 대한 대우도 크게 차이가 나며, 간혹 고등부 강사가 아래 학년으로 내려가면, 실력이 없거나 스스로 급을 낮춘 것으로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학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커리큘럼과 교재로 강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자 한다. 그래서 로열티를 주고 외부 커리큘럼이나 교재를 쓰고, 강사 비용을 줄여서 그 비용을 충당하기도 한다.
좋은 커리큘럼은 수업 현장에서 나와
반포에서‘상상논술’을 시작하기 전에 초등생을 대상으로 독서논술 프로그램을 런칭하는 회사로부터 원장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교재에 공을 들여서 교수들이 집필했고, 콘텐츠 양도 만만치 않았다. 수업안이 훌륭한 점도 있었으나, 집필진의 아이들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특히 전문성이 부족한 강사들을 통해 그것을 해낼 수 있을지 더욱 의문스러웠다. 이 부분에 대한 권한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제의를 거절했었는데, 그 학원은 2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나는 대입 논술 강사를 오래 하다가, 어학원 원장을 거쳐 현재 초등 고학년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독서논술 수업을 하고 있다. 강사로서 초중고생에 대한 수업 경험을 모두 가진 드문 경우이다. 처음 초중등생을 대상으로 독서논술 수업을 시작할 때, 커리큘럼도 없었고, 그들에 대한 직접적인 수업 경험도 없었다. 다만 내 아이를 키우며 교육한 경험, 대입 논술을 하면서 느꼈던, 중등부에서 이렇게 책을 읽혔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 그리고 어학원에서 쌓은 초중등생들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
아울러 국문학 전공으로서 독서와 창의적인 글쓰기를 오랫동안 탐구해왔고, 대입 논술 강사 시절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공부와 수많은 수업 콘텐츠를 생산했던 내공이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일일이 책을 검토하여 수업 주제에 알맞은 것을 선정하고, 텍스트의 핵심 내용과 주제를 잘 구현할 수 있는 수업안을 만들고, 수업을 통해 효과를 확인하면서 3년만에 독서논술 전문으로 자리를 잡았다. 내신대비 기간에는 휴강하고 오로지 독서논술에 전념한 결과이다.
좋은 커리큘럼과 교재도 강사에 따라 달라
초중등 독서논술로 자리를 잡고 보니 체계적이면서 범용할 수 있는 커리큘럼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그래서 초4~중3에 이르는 전체 커리큘럼을 마련했고, 재원생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어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 곧 외부 설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강사의 중요성에 대한 확신은 변함이 없다. 고등부에 있을 때는 현실이 그러했고, 어학원 원장으로서 초중등 강사들을 지켜보면서 강사에 따라 같은 콘텐츠라도 얼마나 수업이 달라지는지를 실감했다. 직접 독서논술을 하면서는 더욱 그러했다. 강사 본인이 텍스트를 선정하는 안목이 없고, 수업 목표를 설정할 수 없고, 학습자에 어울리는 수업 방법론을 찾을 수 없고, 이를 실행하여 스스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지혜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커리큘럼과 교재라도 소용이 없다.
독서논술의 경우 하나의 텍스트로 다양한 수업이 가능하다. 모든 강사가 정해진 수업안대로 그저 전달자가 될 경우, 독서논술의 고유한 장점을 이미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강사는 자기가 만든 수업안으로 수업할 때 가장 잘 한다. 그러나 강사 역량이 낮으면 수업안을 스스로 만들 수 없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여러 사람의 관점과 안목이 더해지면 더욱 좋은 수업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수업을 고민하는 독서논술 강사라면 우수한 강사들과 웍샵을 통해 자기 생각과 수업안을 점검하고 업그레이드 하는 데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전문강사의 역량과 웍샵을 통해 해결
근래에 커리큘럼을 확대 정비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각 분야의 전문 강사를 찾는 것이었다. 전문가를 찾아서 웍샵을 진행하니 커리큘럼 문제는 저절로 풀렸다. 전 학년 독서논술을 바탕으로 하되, 초4~5학년에 역사를, 초6~중1에 한문고전을 첨가하고, 중2~3에 격주로 국어를 넣으니, 체계적이고도 각자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수업 방향이 설정됐다.
고등부 강사에 준하는 전문성을 요구하는 대신 그에 걸맞은 대우도 약속했다. 원장도 수업을 놓지 않고 지속적으로 연구에 동참하기로 했다. 내 도전의 성패와 상관없이, 두 아이를 이미 대학에 보낸 학부모로서, 다년간 사교육에 종사한 사람으로서 초중등에서도 커리큘럼보다 강사를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권정희 원장
반포 상상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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