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서스펜스 영화 <올드보이>(2003년)로 제57회 칸 국제영회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은 이후 <친절한 금자씨>(2005년)와 <박쥐>(2009년) 등의 영화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가 7년 만에 영화 <아가씨>로 돌아와 다시 한 번 매혹적인 스릴러 드라마를 선보였다.
영화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귀족 아가씨(김민희),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하는 사기꾼 가짜 백작(하정우), 역시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그녀의 후견인 이모부(조진웅), 그리고 백작의 제안으로 함께 사기에 가담하는 하녀(김태리)까지 네 명의 인물이 돈과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며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네 명의 캐릭터는 돈이라는 공통적인 목적이 있지만 속내는 서로 다르다. 돈과 사기와 비밀 사이에 사랑과 욕망이 파고들면서 스토리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아가씨와 하녀 사이에 서서히 싹튼 우정이 질투와 사랑으로 발전해가는 스토리는 관객들을 유쾌하게 한다.
살아온 배경은 다르지만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외롭게 힘겨운 환경을 이겨내며 살아왔다는 공통점을 지닌 아가씨와 하녀, 그들이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장면은 시선을 끌었던 관능적인 노출 신보다 훨씬 인상적이다.
섬세하고 우아한 연출은 또 다른 볼거리다. 특히 아가씨와 하녀의 공간은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섬세한 미장센으로 탁월한 영상미를 선보인다. 아가씨의 저택이 완벽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정체된 공간이라면 하녀 숙희가 성장한 도둑들의 터전인 보영당은 변두리 특유의 역동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 아가씨의 방은 우아하고 화려하지만 차가운 색감과 정돈된 이미지로 아가씨의 내면을 암시하는 한편, 그 방과 마주하고 있는 하녀의 방은 어둡고 비좁은 벽장이지만 편안하고 아늑해 보인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인 1930년대는 암울한 일제강점기지만 영화 <아가씨>는 동양과 서양 문화가 공존하고, 전통과 근대가 교차하는 이 시기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고혹적인 이미지를 장면마다 담고 있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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