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수학여행’도 아니고 ‘수학’이라는 이름의 여행이라…. 수학을 꺼리는 중학생의 입장이라면
이 미묘한 어감의 차이가 실로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에게 수학을 배우는 학생들은 후자의 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퍼즐로 수학 수업에 더욱 내실을 더하는 창의 수학의 즐거움.
휘문중학교 조규범 교사의 특별한 수학 여정에 동행해보았다.
피옥희 리포터 piokhee@naver.com
푸짐한 수학 밥상 차려주는 교사
수학 퍼즐로 열린 사고 끌어내
세상사 그러하듯 ‘즐거워야’ 자꾸 하고 싶고,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잘하게 되는 경지에 오르는 것이다. 수학 또한 그렇다. 일반적인 학생들에게 ‘즐거움’과 ‘수학’은 상극과도 같지만 한번 수학의 참맛을 알게 되면 자꾸자꾸 먹고 싶어지는 것이 지적 탐험의 묘미이기도 하다.
휘문중학교 조규범 교사는 학생들의 수학적 호기심을 끌어내기 위해 수업 시간마다 ‘창의력 수학’이라는 반찬을 꺼내놓는다. 매번 달라지는 반찬에 젓가락이 가는 건 당연한 일. 수학 퍼즐로 열린 사고를 꾀한 학생들은 편식 없이 수학이라는 푸짐한 밥상을 말끔하게 먹어치운다.
“매 수업시간 마지막 5분에서 10분 동안 오늘의 퍼즐이란 이름으로 수학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내고, 학생들이 풀도록 하고 있습니다. 퍼즐을 풀기 위해 다양하고 깊이 있는 생각을 해보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고의 확장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죠.”
휘문중학교에서 20여 년 동안 수학을 가르쳐온 조규범 교사는 1999년부터 ‘수학웅덩이(www.mathpool.com)’ 홈페이지를 만들어 학생들과 소통하는 수학교육 활동을 해왔으며, 2010년부터는 창의력 퍼즐문제 등 다양한 수학 자료를 모아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남다른 수학교육 열정은 지금까지의 행보 속에 잘 드러나 있다. 2006년 ‘수준별 이동수업을 통한 수업방법 개선’, 2008년 ‘자율장학을 통한 수업개선연구’ 등 학교단위 수업연구팀에 참여했고, 2011년에 강남구 컨설팅 장학위원(수학 분야)으로 위촉되어 학생들과 소통하는 좋은 수학 수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또, 멘사코리아 회원으로 멘사 내 부모 모임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등 다채로운 활동을 해왔다.
퍼즐, 큐브, 창의력 보드게임까지
자율동아리 ‘퍼즐사랑반’의 특별한 수학놀이
일찌감치 창의력 수학에 관심을 두고 학생들을 지도해온 조규범 교사는, 자율동아리 ‘퍼즐사랑반’을 이끌며 다수의 학생을 ‘수학 추종자’로 만들어버렸다. 상급 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수학 포기자가 속출하는 교육 현실 속에서 학생들의 이례적인 변화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정규 수업시간에 하는 수학 퍼즐은 맛보기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 더 깊이 있게 파고들어 수학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죠. 몇 년 전 중1~2학년 때의 ‘퍼즐사랑반’ 학생들이 어느새 고2가 되었는데요. 지금도 인터넷 카페에 들어와 퍼즐문제도 내고 풀기도 하고 있으며, 방학이 되면 제자들이 저를 찾아와서 ‘놀자’고 합니다. 보드게임도 하고 큐브, 퍼즐도 하면서 말이죠.”
당시 동아리 활동을 했던 학생들 대부분 중학교 때 수학 학원을 따로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창의력 수학을 통해 길러진 사고력이 자연스럽게 학습능력 향상으로 이어진 셈이다. 조규범 교사가 맡은 방과후 학교 수업 역시 창의력 수학의 기본 취지를 그대로 살리는 대신, 수학적 기본 개념 위에 심화 개념을 덧입힌 창의력 문제를 주로 다룬다. 암기식 수학의 허를 찌른 차별화된 교수법으로, 자유학기제와 맞물려 창의력 수학이 빛을 발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수학 이야기
<중학생이라면 꼭 알아야 할 교과서 수학> 펴내
조규범 교사는 최근에 <중학생이라면 꼭 알아야 할 교과서 수학>(출판 원앤원에듀)을 펴냈다. 중1부터 3학년까지 꼭 알아야 할 수학의 기본 개념을 담아낸 이 책은 총 7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수의 역사·종류를 시작으로 7장 입체도형까지 수학의 기본개념을 교과서 단원에 맞게 구성하고, 각각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한 설명과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핵심문제를 곁들였다. 마치 교실에서 직접 수업을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설명을 덧붙인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수학은 용어와 기본원리를 잘 이해한다면 굉장히 재미있는 학문이고, 문제를 푸는 것뿐만 아니라 수학을 통해 창의력과 두뇌계발을 할 수 있는 멋진 과목입니다. 그런데 수학의 원리나 이해 없이 문제풀이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흥미를 잃게 되는 것이죠.”
현직 수학교사로서의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책을 펴낸 이유를 설명했다. 학생들의 입장이 되어 수학 교수법을 고민하고 끊임없이 창의적 발상을 꾀하는 조규범 교사. 졸업한 제자들이 ‘놀러 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그의 말 속에 ‘스승의 보람’을 엿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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