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고학년 독서

"책 읽기는 운동과 비슷해서 매일 꾸준히 재미있게 읽도록 지도”

지역내일 2016-03-11

책을 넓고 풍성하게 읽어야 할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 오히려 책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시간에 쫓기기도 하고, 권장도서가 두꺼워짐에 따라 책 읽기에 흥미를 잃기도 한다. 또 편독 성향이 심해지기도 하는 등 전반적으로 독서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책에서 멀어지는 아이를 보는 엄마들의 걱정도 늘어간다. 주위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례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보았다.
박혜준 리포터 jennap@naver.com
도움말 최성호 원장(에이프로 논술학원 & 에이프로 하크네스 원장), 장서영 소장(청어람독서코칭센터 소장, <초등 적기독서> <초등 적기글쓰기> 저자)


긴 호흡의 책 읽기 힘들어 하는 아이
초등 저학년까진 책을 잘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 두꺼운 책은 거부하고 어린 동생들이 읽는 얇은 책이나 분량을 줄여 놓은 책만 읽으려 합니다.
이야기책의 경우 이야기 구조에 대한 스키마가 부족하면 그렇게 되기 쉽습니다. 짧은 이야기는 시작에서 끝까지 진행이 빠르고, 등장인물도 적기 때문에 금방 이야기 끝을 알 수 있지만, 긴 책은 등장인물이 많아지고 점차 사건도 복잡해지면서 읽기 인내력이 부족하면 끝까지 읽어내지 못합니다.
따라서 단편집이나 중편 동화를 읽어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 흐름을 익히도록 해야 합니다. 스스로 끝까지 읽지는 못하지만, 엄마가 읽어주면 끝까지 듣기는 합니다. 이야기의 처음에서 끝을 알면 스스로 읽기에 도전하기 쉬워집니다.
다만 고학년이면 이제까지 읽어주지 않았던 부모가 갑자기 읽어준다면 어색해할 수 있으니 이럴 땐 수준이 낮은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게 해주시면 좋습니다.


편독이 심한 아이
남학생은 역사, 사회, 과학 등 비문학 분야만 읽으려 하고, 여학생은 명작이나 스토리가 있는 책을 좋아하는 등 편독이 심한 아이들이 많습니다.
독서 편식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고, 편독을 한다고 해서 다른 영역의 내용을 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 책들은 통합교과에 준하여 만들어진 책이 많아서 다양한 영역을 접하기 좋은 환경입니다.
좋아하는 장르는 더 깊고 넓게 보여 주고, 관심이 없는 분야는 수준을 최하위로 낮춰서 보여주세요. 특히 지식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고학년이라 할지라도 지식정보 그림책을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시각자료를 많이 보다보면 지식에 관심을 갖기도 하고, 시각자료만으로도 배경지식이 생겨 줄글 책을 읽을 때 이해에 큰 도움이 됩니다.
문학이 ‘나와 아무 상관없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학생이라면 ‘문학 속 경험이 나의 경험과 연결된다’를 깨우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역사는 ‘지식이고 암기’라고 생각하고 어려운 용어가 나오면 막혀버리는 학생이라면 핵심 내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화책만 읽으려는 아이
역사도, 과학도, 심지어 영어도 만화책으로 나온 책만 읽으려합니다. 처음엔 만화로라도 흥미를 불러일으켜도 좋겠지 했는데 막상 만화책만 읽는 아이를 보니 걱정이 됩니다.
만화책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만 만화만 읽게 될 경우 교과서처럼 다소 딱딱한 책을 읽을 때 어려움을 겪습니다. 만화가 가진 흥미, 과장, 시각 이미지, 짧은 호흡의 글이 긴 글을 읽는 연습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상황에 따라 아이와 의논하여 책을 골고루 읽도록 규칙이나 약속을 정해서 읽게 하면 좋겠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만화를 대폭 줄이거나 아예 못 읽게 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습니다. 만화책을 강제로 못 읽게 한다고 해서 다른 책을 쉽게 읽게 되지는 않습니다. 부모님이 읽어보시고 좋은 만화책을 선택해 같이 읽어나가면서 상호작용을 한다면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납니다.


책을 읽은 후 내용 이해가 떨어지는 아이
책 내용을 좋아하고 많이 읽지만 막상 읽은 후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행간의 의미도 잘 파악하지 못합니다.
읽는 척 흉내만 낼 뿐 정독하지 못하거나 읽기 행동에 문제가 있는 경우 그럴 수 있습니다. 또 그동안 읽은 책이 흥미 위주의 책일 수도 있습니다. 흥미 위주의 책은 깊이 생각하며 읽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미 습관이 되어 버린 경우 지식 책을 읽을 때도 깊게 생각하며 읽지 않게 됩니다.
아이 수준에 비해 조금 쉬운 책을 선택해 함께 읽고 내용을 생각나는 대로 말해 보라고 해보세요. 처음부터 줄거리를 파악해서 말하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순서 상관없이 생각나는 대로 말해보라고 하세요. 이런 과정을 통해 기억을 용이하게 하고, 다음 책을 읽을 때 아이가 내용을 기억하려고 할 것입니다.


고학년이 되면서 책에서 거리가 멀어진 아이
고학년이 되면서 영어, 수학 등 학원에 치어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점차 책에서 멀어집니다. 책을 읽도록 유도하기 위해 규칙을 정하는 건 어떨까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읽기 능력이 점차 떨어져서 차차 학습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국어는 물론 수학이나 영어 공부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교과서, 신문, 단편집, 좋아하는 분야의 지식그림책 등 다소 짧은 읽기 자료를 제공해 주어서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 됩니다. 금방 습관이 들지는 않겠지만, 아이들도 책 읽기가 좋은 행동이라는 것을 압니다. 책을 많이 읽는 아이를 부러워하기도 하지요. 따라서 함께 읽기를 시도하면서 좋은 행동을 꾸준히 하도록 동기부여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규칙은 가정상황에 맞는 방법을 찾는 게 좋습니다. 다만 아이에게만 하라고 하지 말고 함께 해야 합니다. 대개는 아이는 하고 부모는 결과에 대한 평가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아이는 평가를 받는다는 생각으로 동기가 떨어집니다. 또한 꾸준히 하지 못하는 것은 대부분 부모님이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부모님이 함께 참여하는 것,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독서기록장 쓰기 싫어하는 아이
책을 읽는 뒤 글로 정리하거나 내 생각을 표현하길 싫어하고, 짧은 몇 문장으로 끝내버립니다. 서술형 문제 대비 등을 위해 글로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강제적으로라도 시켜야 할까요?
책을 읽지 않는 아이가 스스로 독서록을 쓰겠다고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학교 숙제가 아니면 절대로 쓰지 않지요. 독서록이든 일기든 글쓰기는 사고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읽기도, 쓰지도 않던 아이가 갑자기 쓰기를 시작하기란 어렵지요. 역시 부모가 함께 읽고 쓰는 방법을 권합니다. 효과가 아주 높습니다. 짧게라도 매일, 아니면 일주일에 3일이라도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독서기록장은 쓰기 싫어하는 아이에겐 지옥 같은 일입니다. 부모는 아이가 그걸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걸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예를 들면 글쓰기를 힘들어한다면 쓰기 전에 질문을 해서 말로 먼저 풀어보도록 도와줘도 아이들은 금방 씁니다. 쓰기 싫다기보다 쓸 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무엇부터 써야할지 쓸거리 만드는 작업만 도와주도 금방 익혀서 쓰게 됩니다.


초등 고학년 독서에 대한 조언

아이에게 읽고 생각하고 쓸 시간 충분히 줄 것
“읽기 능력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단기간에 향상되지도 않습니다. 서서히 아주 조금씩 달라지지요. 고학년이라도 아직은 초등학생이기 때문에 사고력 향상에 영향을 주는 읽기 쓰기는 꾸준해 해야 합니다. 그래야 향후 학습 능력이 높아지게 됩니다. 학원 일정이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없다면 잘 읽고 잘 쓰는 것도 어렵습니다. 아이에게 읽고 생각하고 쓸 시간을 충분히 주시기 바랍니다.”_장서영 소장

독해력 길러지지 않으면 생각하는 힘도 떨어져
“책 읽기는 운동과 비슷합니다. 근력이 없으면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지만 필요할 때 힘을 내지 못합니다. 독해력, 사고력, 서술문장력 등 力자가 들어가는 것이 다 근력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입니다. 책을 안 읽으면 독해력이 길러지지 않습니다. 즉 긴 호흡, 생각의 힘이 떨어지고 개념 암기에 그치게 됩니다. 책을 읽는 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손에서 책을 놓지 않도록 이끄는 것이 필요합니다. 숙제나 강제성을 띠면 책을 더 싫어할 수 있으니 아이가 좋아할만한 책을 권해주거나 부모랑 같이 읽기, 같이 읽어나갈 친구가 만들어주기 같은 방법을 찾아서 도와주는 것이 필요합니다.”_최성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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