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해 미국 이민의 길에 오른 폴란드 젊은 여성과 그녀를 사랑했지만 지킬 수 없었던 두 남자의 운명을 그린 클래식 영화 <이민자>가 아름다운 영상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화는 1차 세계대전 후 번영하는 미국에서 꿈을 이루고자 한 이민자들의 치열한 삶과 그들을 둘러싼 어두운 그림자를 슬플 정도로 아름답게 보여준다.
아메리칸 드림 꿈꾼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
1921년 뉴욕으로 이민자들이 몰려든다. 전쟁 속에서 부모를 잃고 살아가기 힘들어진 폴란드 여성 에바(마리옹 꼬띠아르)와 그녀의 여동생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을 찾아온다. 그렇지만 뉴욕 엘리스 섬에 도착한 에바에게 이민은 순조롭지 않다. 동생은 폐병으로 입국을 거부당하고, 자매를 마중 나오기로 한 이모부는 어디에도 없다. 추방 위기에서 에바는 우연히 댄스홀 매니저인 부르노(호아킨 피닉스)를 만나 도움을 받게 되고 이 만남은 에바에게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의 연속이 되고 만다. 또한 운명처럼 마주친 올란도(제레미 레너)는 그녀에게 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 준다. 행복해지고 싶지만 동생을 구하기 위해 사랑에 흔들릴 수 없는 에바,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지만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해본 적 없는 비뚤어진 브루노, 놀라운 마술 실력과 부드러운 인상으로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술사 올란도, 새로운 인생을 꿈꿨던 이 젊은이들의 운명은 생존, 사랑, 질투 등으로 잔인하게 엇갈린다.
시선 사로잡는 배우들의 아름다운 연기
<인셉션>, <미드나잇 인 파리>, <다크 나이트 라이즈>, <내일을 위한 시간> 등을 통해 독보적인 여배우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마리옹 꼬띠아르는 이 영화에서 이민자로서의 힘든 삶과 두 남자의 사랑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을 혼신의 연기로 보여준다.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은 잔잔한 표정만으로도 상처받은 영혼과 인생의 희로애락을 절절하게 느끼게 한다. 낯선 미국에 도착한 에바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고 그녀의 삶을 쥐락펴락하게 되는 부르노 역은 영화 <마스터>, <그녀> 등에서 섬세함과 광기를 넘나드는 절정의 연기를 선보였던 호아킨 피닉스가 맡아 열연을 보여준다. 순수함과 집착, 사랑과 질투, 분노와 회환 등 의 이중적인 감정을 격정적으로 표현해 관객의 오감을 전율케 한다. 올란도 역의 제레미 러너는 마리옹 꼬띠아르나 호아킨 피닉스보다 비중은 작지만 사랑을 가지고 노는 마술사로서의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미국 번영의 시대와 함께한 어두운 이면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20년에 미국은 유례없는 번영의 시대를 맞이했다. ‘미국에 가면 자신의 노력에 따라 성공할 수 있다’는 일명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당연히 이민자들은 넘쳐났다. 영화 <이민자>는 당시 이민자들의 고단한 삶을 그려냈다. 모든 것이 넘쳐났던 화려한 도시의 이면에는 행복에 대한 열망을 위해 차별 속에서 불안하게 살아야했던 이민자들의 어두운 모습도 공존했음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