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바다에서 작은 배로 거대한 고래와 싸우는 웅장한 광경을 묘사한 허먼 멜빌의 명작 소설 <모비 딕>의 모티브가 된 포경선 ‘에식스 호’의 실화가 영화 <하트 오브 더 씨>로 재탄생됐다. 영화의 전반부는 자연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강인함과 용기를, 후반부는 대자연의 일부로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주며 인간의 양면성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명작 <모비 딕>을 탄생시킨 19세기 초 해양재난
18세기 초 미국 낸터킷(매사추세츠 주에 속하는 대서양의 섬)은 포경업과 고래 기름 교역의 전진기지 역할을 했다. 영화 <하트 오브 더 씨>는 바로 낸터킷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모비 딕>의 작가 허먼 멜빌이 1820년에 조난된 ‘에식스 호’에서 살아남은 8명 중 한 사람을 찾아가 당시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시작된다.
1819년 여름, 낸터킷에서 출발한 고래잡이배 에식스 호는 남아메리카 대륙을 돌아 태평양으로 나아가는 항로를 지나며 고래잡이에 나섰다. 그러나 1820년 겨울, 남태평양 한가운데서 길이 30m, 무게 80톤의 거대한 향유고래의 공격을 받아 침몰하고 만다. 침몰한 배에서 살아남은 21명의 선원들은 3개의 보트에 나눠 타고 육지를 찾아 나서지만 망망대해에서 남은 식량과 식수는 떨어져가고 거친 폭풍우와 절망 속에 휩싸인다. 94일간 7,200km를 표류하며 살아남은 사람은 8명. 그들의 경험담이 스크린에 장대하게 펼쳐진다.
19세기 고래잡이배의 생활상 생생하게 재현
19세기 미국의 고래잡이배들은 세 개의 돛대를 단 범선으로 6~8척의 보트를 가지고 다녔다. 전망대의 선원이 고래를 발견하고 그 위치와 고래의 종류를 알려 주면 곧 보트가 바다로 내려져 고래사냥에 나섰다.
영화는 당시 고래잡이배의 힘겨운 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에식스 호의 비극을 초래한 조지 폴라드 선장(벤자민 워커)과 1등 항해서 오웬 체이스(크리스 햄스워스)의 갈등과 화해 과정이 볼만하다. 몇 년 동안 집에서 멀리 떨어져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인간 대 인간의 갈등, 고래잡이 현장의 세세한 과정과 가혹한 실상, 조난당한 후 벌이는 대자연과의 사투,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으로서의 선택 등 장면마다 볼거리와 생각거리가 풍부하다.
탐욕을 부른 고래사냥의 전리품 ‘경뇌유’
향유고래의 머리는 경뇌유로 가득 차 있는데 이 물질이 바로 고래사냥에서 향유고래가 잔인하게 희생된 이유이다. 경뇌유는 기계에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윤활유였고, 양초, 포마드, 기름 램프 등에 사용되었다. 경뇌유 이외에도 고래의 다른 산물들은 살충제, 비료, 다이너마이트, 의약품 등의 재료로 이용되었다.
인간의 필요와 욕망을 채우기 위한 고래사냥은 19세기 초에는 자연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용기와 강인함의 상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의 고래사냥은 기술의 발달로 손쉽게 이루어져 몇몇 종은 멸종 위기에 놓여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영화 <하트 오브 더 씨>는 자신만만했던 인간 사냥꾼들이 결국 성난 자연(고래)에게 사냥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가 자연과의 공존을 무시한 채 지배자 역할을 계속한다면 언젠가 더 큰 재앙의 역전 상황을 초래할지 모를 일이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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