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인근 우성쇼핑센터 4층 VTA 태권도장에서 흘러나오는 건강한 기합소리가 건물 전체를 뒤흔든다. 현란한 기술을 선보일 땐 비장하다가도 동작이 끝나면 박수와 함께 터져 나오는 환호와 웃음소리. 화기애애한 동호회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성인 태권도 동호회 ‘더킥’회원들을 만나 봤다.
피옥희 리포터 piokhee@naver.com
태권도는 아이들만? 어른들도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성인 태권도가 활성화되어 있지만 태권도 종주국인 대한민국에서는 오히려 성인 태권도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다. 어릴 때 한 번쯤 태권도를 배워봤다 할지라도 그것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계속되는 경우는 선수 출신이 아닌 이상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국기원 태권도 국가대표 시범단이자 VTA 태권도장 사범을 맞고 있는 성인 태권도 동호회 더킥 최정호 회장은 “국기원 태권도 국가대표 시범단 출신을 주축으로 시작된 동호회지만 지금은 직장인 회원이나 태권도를 전혀 배운 적 없는 분들도 활동하고 있다. 충(忠), 효(孝), 예(禮)에 뿌리를 두는 태권도 정신은 요즘 아이들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더불어 어른들에게도 필요하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을 담아 동호회를 만들었다”며 더킥의 창립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아마추어와 프로가 한데 어울리는 모임
더킥이 흥미로운 건 국기원 태권도 국가대표 시범단 출신과 사범으로 활동하는 전문가들, 그리고 일반인들이 함께 어우러진 동호회라는 점이다. 모임이 열리는 날에는 1부에 태권도를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기초체력 운동을 먼저 하고, 2부에 태권도 기술을 연마하는 시간을 가진 뒤 다 같이 뒤풀이 모임을 가졌다.
실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성인 태권도 동호회다보니 국기원 태권도 국가대표 시범단 출신의 고수들이 펼치는 현란한 기술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도 일반인 회원들이 누릴 수 있는 행복한 특권이다. 또, 고수 회원들에게는 끊임없이 태권도 기술을 연마하며 자신만을 위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킥은 아마추어와 프로가 한데 어우러져 함께 할 수 있는 특별한 동호회라고 할 수 있다.
용인대에서 태권도를 전공한 조인용 회원은 “예전에는 운동이라는 것이 삭막했지만 지금은 모여서 친목을 다지고 서로에게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우석대 태권도학과 및 국기원 국가대표 시범단 상근 소속 문지운 회원도 “조인용 회원의 말처럼 운동을 하며 희열과 만족을 느끼면 기쁨도 커진다. 태권도를 배운 적이 없는 분들이라도 함께 운동하는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건강한 삶 추구하는 건강한 사람들
회원들 중에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놀라운 의지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도 있다. 태어날 때 오른쪽 팔에 마비가 와 신체의 불편함을 갖고 있지만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태권도에 입문해 사범이 된 유병훈 회원이다. 현재도 끊임없이 노력하며 마샬아츠(태권도, 가라테, 유도, 쿵푸, 검도 등 여러 격투 기술을 바탕으로 한 체조)를 배우는 등 다른 회원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최정호 회장은 “동호회 활동을 시작했다가 유병훈 회원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받아 VTA 성인 반에 들어와 체계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분도 있다. 또, 다이어트에 여러 번 좌절했던 여성회원도 더킥 동호회 활동으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기도 했다. 더킥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으니 누구든 부담 없이 찾아와 달라”며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도장을 나서는 길, 슬쩍 뒤를 돌아보니 회원들이 90도로 인사를 건네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예를 중시하는 태권도 정신이 몸에 밴 회원들의 극진한 배웅이었다. 뒤늦게나마 더킥 회원들의 환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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