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 카페골목 인근에는 서래마을 예술가들과 주민들이 즐겨 찾는 정겨운 맛 집이 있다. 동네 사랑방으로 불리는 ‘서래전집(대표 송기진)’은 요일에 따라 정성스러운 백반을 만날 수 있고 저녁에는 편안한 주점으로 변모한다. 화학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는 엄마의 손맛과 비오는 날이면 더욱 생각나는 서래전집을 찾아가봤다.
피옥희 리포터 piokhee@naver.com
정감어린 우리 동네 사랑방
뒷벌어린이공원 방배4동 경찰서 맞은편에 위치한 서래전집은 소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려한 간판이나 세련미는 없지만, 그래서 더 정감어린 곳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아무렇게나 쓴 낙서처럼 보이지만 하나하나 읽어내려 가다보면 사람, 인생, 그리고 사랑이 깃든 소중한 이야기들이다.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애틋한 마음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마음도 모두 녹아들어가 있다.
서래전집 송기진 대표는 “서래마을 예술가들도 많이 찾아온다. 벽에다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인생의 흔적을 남기면 누군가는 또 그것을 보고 이곳을 찾는다. 사람 사는 맛이 있고 정겹다며 손님들이 사랑방이라는 애칭을 붙여주셨다”며 가게 소개를 대신했다.
테이블 9개로 홀은 그리 크지 않지만 정겨운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으며 자개장이 있는 소박한 방은 최대 9~10명이 이용할 수 있다. 한 끼 식사를 하든, 술 한 잔 기울이든,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이 서래전집의 매력이기도 하다.
조미료 쓰지 않는 건강한 백반 집
서래전집은 조미료를 쓰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린 건강한 백반 집이다. 고급 한식집에 가야 맛볼 수 있는 정갈한 음식을 6천 원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매일 바뀌는 백반은 국 포함 7가지가 푸짐하게 차려지며 생선, 나물류 등 ‘집 밥’ 생각나게 하는 반찬들이 소담하게 한 상 차려진다.
백반 외에도 전 6가지가 나오는 전 정식이나 해물순두부 등도 모두 6천 원이며, 엄마의 손맛이 그대로 담긴 매콤한 비빔국수와 고향의 맛 잔치국수는 5천 원에 맛볼 수 있다. 한식과 양식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보유한 서래전집 주방장은 뛰어난 요리 실력을 자랑한다. 또, 시장에 나가 직접 고른 싱싱한 식재료만 사용하고 비싸더라도 양념을 아끼지 않으며 화학조미료는 일정 사용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요리 철학을 지녔다. 그래서 일반적인 음식점과 달리 저녁 식재료를 직접 공수해오기 위해 오후 2시부터 5시 사이 잠시 가게 문을 닫는다. 정겨운 점심 밥상에 이어 푸짐한 저녁 한상을 차리기 위해서다.
비오는 날이면 더 생각나는 곳
서래전집은 저녁에 들렀을 때 또 다른 분위기를 만날 수 있다. 술 한 잔 기울이며 좋은 사람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곳이다. 비오는 날이면 막걸리와 파전이 생각나지만 서래전집에는 해물파전뿐 아니라 모듬전과 감자전, 오징어전을 찾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몇몇 전집에서는 냉동 전을 사용해 식감도 뻑뻑하고 오랜 시간 방치해 절은 냄새가 나지만 이곳의 모든 전은 주문 즉시 만들어내 부드럽고 고소하다. 특히 감자전은 청양고추가 들어있어 담백함 속의 매콤함이 일품이다. 모듬전은 두부, 동그랑땡, 동태, 호박, 깻잎, 고추, 버섯 등 10가지 전을 맛볼 수 있으며 오징어전은 서래전집의 별미로 손꼽힌다.
송 대표는 “설날이나 추석에는 제사상에 올릴 전을 포장해가는 동네 주민도 많다. 명절에는 워낙 찾는 분들이 많아서 정갈하게 보자기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 전뿐 아니라 LA갈비도 우리 가게의 자랑이다. 회식이나 모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라고 덧붙였다.
지인의 손에 이끌려 찾아간 방배동 서래전집. 따뜻한 봄볕을 시샘하듯 봄비라도 내리는 날엔 꼭 한 번 다시 찾아가리라 다짐하며 아쉬운 발걸음으로 사랑방 문을 나섰다.
위치/ 서초구 방배3동 818-4 1층(뒷벌어린이공원 방배4동 경찰서 맞은편)
영업시간/ 월~토 오전 11시 30분~오후 2시(2~5시 브레이크타임), 오후 5~12시, 일 오후 5~12시
문의/ 02-596-2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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