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이리포터 교육칼럼]

선행학습 유발 교내대회 금지 조치를 바라보며

지역내일 2015-03-23

지식이나 기능을 중요시하는 수월성 중심의 차등교육에서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하는 학생들이 자질을 조화롭게 발달시킬 수 있는 전인교육으로의 전환이길 바란다.


대학입시가 수능, 논술, 교과 성적 등 성과중심으로 치러지던 시대에서 입학사정관제 도입과 함께 전공적합성과 잠재성, 과정중심의 평가가 입시에 반영되는 시대로 바뀌었다. 논란이 있었지만 입학사정관제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학교생활 중심의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자라잡고 있다.
나아가 2015학년도부터는 학생부위주전형(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이 대폭 확대되면서 학교생활을 얼마나 충실하게 했는지가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일부 특기자전형을 제외하고는 학생부전형의 모든 입시서류에 각종 외부 경시대회, 올림피아드, 공인어학성적 등을 기재할 수 없도록 함에 따라 표면적으로 공교육 정상화로 이어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로 다양한 학교활동이 기재되는 학생부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일선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특기와 적성, 전공 관련 수월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각종 대회가 크게 늘었다. 특히, 그동안 교외 스펙 쌓기로 강점을 드러낼 수 있었던 학생들이 많은 특목·자사고나 강남의 입시명문고 등이 이에 대해 발 빠르게 대처해왔다. 여기에 교육부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다시 규제에 들어갔다.
 
선행학습 유발하는 각종 교내대회 인정하지 않는다
교육부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저촉되는 교내대회를 금지한다는 지침을 안내했다. 이 법에 따르면 각종 교내대회에서 학생이 배운 학교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하여 평가하는 것은 금지된다. 따라서 전 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각종 교과목 경시대회나 공인어학시험과 유사한 대회는 법에 저촉되며 이러한 대회를 통해 수상한 교내상은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전 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했던 경시대회는 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학생이 배운 수준을 벗어나지 않도록 출제해야하므로 학년별로 실시해야 한다. 교내대회의 수는 더 많아지고 대회당 참가 인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교내상 지침’에 따라 대회별 수상자를 참가인원의 20%로 제한함에 따라 학교에 따라서는 학생들의 희망 여부와 관계없이 참가를 독려해야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강남고교들의 교내대회를 살펴보면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은 차별화된 교내 비교과 스펙 마련을 위한 대회가 잦았다. 아예 대회 이름에 올림피아드나 경시대회 타이틀을 붙인 경우도 많고, 토론대회, 퀴즈대회, 말하기대회 등 다양하다. 많은 학교의 경우 1년에 20여 개의 대회가 있을 정도이다. 방학이나 중간·기말고사 기간을 제외하면 실제로 경시대회를 치르는 시기는 특정기간에 집중돼 한 학생이 한 달에 3~4개의 경시대회에 참여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또한 전 학년 혹은 1~2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대회의 경우 상대적으로 학습 수준이 높은 고학년 수상자가 많아 ‘입시 스펙 밀어주기’라는 논란도 있었다. 간혹 선행과 심화학습을 완벽하게 한 저학년 학생이 수상자에 오르기도 하는데, 이런 학생의 경우 유사한 대부분의 교내상을 휩쓸어 특정 소수에게 ‘몰아주기’라는 논란도 있었으며, 선행학습이 미흡해 학교 교육과정대로 학습하는 많은 학생들에게는 부러움과 위화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수월성 중심 차등교육에서 성실성 중심 전인교육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은 학교에서 쌓은 탄탄한 기본학력과 충실한 학교생활을 바탕으로 한 전공적합성과 잠재성을 주로 평가하는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동안 일선고교에서 치러진 각종 교내 경시대회와 다양한 비교과 활동에서 보인 우수성이 이를 반드시 입증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아무래도 경시대회의 경우 일찍부터 선행과 심화학습을 제대로 한 학생들이 유리하고, 토론대회·소논문·발표대회 등도 그에 맞춘 특화된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전형에 비해 학부모의 정보력과 관리 및 지원이 요구되는 전형이기도 하다. 평범한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 이것저것 다양하게 챙겨야하는 복잡하고 불편한 전형으로 인식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학교생활 중심의 입시, 교외 스펙 금지, 쉬운 수능, 선행을 유발할 수 있는 교내스펙 금지까지 입시 환경은 학생의 기본학력과 성실성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지식이나 기능을 중요시하는 수월성 중심의 차등교육에서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하는 학생들이 자질을 조화롭게 발달시킬 수 있는 전인교육으로의 전환으로 해석한다면 과도한 청사진을 그리는 것일까.
요즘 우리 청소년들을 보면 초등 고학년부터 입시공부를 시작하는 듯하다. 초등 고학년이 되면 다양한 배움의 즐거움을 누릴 기회도 없이 입시에 맞춘 주요과목 선행학습에 집중하게 되고, 중학교에서는 특목고 입시준비, 고등학교에서는 1학년 때부터 대입준비로 성적 지향의 치열한 경쟁문화 속으로 빠져든다. 독서도, 운동도, 취미도, 여행도, 심지어 우정까지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뒤로 미루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무엇이든 때가 있는 것이 아닐까. 성장기에 운동으로 풀어야할 스트레스가 있고, 양서를 읽고 키워야할 정서와 소양이 있고, 사춘기가 아니면 쌓지 못할 끈끈한 우정이 있을 것이다. 이번에 발표한 ‘선행학습 유발 교내대회 금지’를 비롯한 다양한 입시 및 교육정책들이 부디 학생들이 즐겁게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는 학교 중심 문화를 만들어 가는 바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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