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권력 내부 도덕성 회복이 관건

정부의 공직기강 사정 착수 배경

지역내일 2000-11-14
정부 여당의 고강도 사정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된 부분이다. 동방금고 사건에 금감원의 고위 관계자들이 연루됐고, 집권 후반기 이후 터져나오는 사건마다 권력핵심 개입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어떤 식으로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만한 조치가 필요했던 것이다. 때마침 터져나온 ‘청와대 청소부 이윤규씨 사건’은 정부당국으로 하여금 준비된 사정의 칼을 빼들게 만들었다.
△일련의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악화된 민심 수습 차원, △‘복지부동’으로 표현되는 공무원들에 대한 군기잡기, △이어질 공기업 구조조정에 힘싣기 등도 고강도 사정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정은 ‘내부’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서영훈 대표는 “단순 부정부패뿐만 아니라 국민의 의혹을 씻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집권 후반기에 공직사회에 대한 사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고, 이번 사정작업이 청와대를 비롯, 금감원 검찰 경찰 감사원 국정원 국세청 등 감독기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도 이를 반증한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권력실세로까지 사정의 반경이 넓혀질 수 있는가’하는 점이다. 왜냐하면 최근 터져나온 일련의 사건에서 국민이 가장 의혹을 품고 있는 부분은 ‘권력 실세의 부정부패’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정의 핵심 포인트는 권력 내부의 정화에 얼마나 기여할지 여부”라고 말했다. 공직자에 대한 군기잡기 측면도 있지만, 도덕성 상실을 의심받고 있는 권력 핵심을 겨냥한 측면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사실 사직동팀 해체 등으로 정부 여당 스스로가 내부를 감찰할 무기가 없어진 상황에서, 여권 핵심부는 사정(司正)으로 내부의 통치권력을 확실히 세우지 않으면 ‘집권 후반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사정이 실세와 관련된 부분으로까지 진행될지는 미지수이다. 김현철씨 사건 등 역대 정권의 사례를 보면, 권력실세와 관련된 부분은 마지막으로까지 몰리지 않는 한 자신을 보호할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세와 관련된 의혹들이 깨끗하게 풀리지 않은 채 몇몇 공직자들의 부패혐의만 확인됐다고 발표할 경우, 정부가 사정으로 얻으려고 했던 내부 기강확립과 민심수습은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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