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이군 예닌학살 진상조사위 확정

이스라엘, 진상조사위 활동에 ‘동의’서 ‘반대’로 태도 표변

지역내일 2002-04-24 (수정 2002-04-25 오후 4:35:38)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22일 전직 핀란드 대통령, 난민문제 전문가 및 전직 국제적십자사 최고 관리 등 3명으로 구성된 이스라엘의 예닌 학살의혹 진상조사단을 확정, 발표했다. 조사단은 마르티 아티사리(65) 핀란드 전 대통령을 단장으로 하고 사다코 오가타(74) 전 유엔 난민고등판무관과 코넬리오 소마루가 국제적십자사 전 총재가 참여한다.
그러나 당초 진상조사단 구성에 동의했던 이스라엘은 23일 돌연 입장을 바꿔 유엔의 진상조사에 반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정치소식통을 인용,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에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18일 이스라엘의 동의를 얻어 진상조사단 구성을 승인했다. 이날 아난 총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안보리의 진상조사단 구성 방침에 동의했었다.
예닌 난민캠프 내에서 이스라엘 군에 의한 대량학살이 자행됐다고 주장해 온 팔레스타인측은 진상조사단 구성에 환영의사를 나타냈으나 이스라엘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예닌학살 진상조사단 인선이 발표되자 인선내용에 반대의사를 나타내면서 퇴역 미 장성들로 조사단을 구성할 것을 요구하다가 ‘진상 조사 반대’로 급선회했다.
또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역의 예닌 난민캠프에서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다는 아랍국가들의 비난에 대해 민간인 사망과 파괴는 이-팔간 무장충돌과정에서 빚어진 결과라고 반박했다.
지난달 말 팔레스타인의 자살폭탄테러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대응으로 시작된 요르단강 서안지역에서의 이-팔 간 충돌은 시간이 갈수록 강도가 높아졌다. 특히 이스라엘은 이달 4일부터 11일까지 8일간 예닌 난민캠프에 대해 최대강도의 공세를 퍼부었다.
아난 총장은 이날 조사단 구성을 발표하면서 “경쟁력이 있고 최선의 인물로 구성됐다고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조사단을 구성하려 했다”고 말했다.
아난 총장은 퇴역 장성인 윌리엄 내쉬 장군과 보스니아 사태 등에서 유엔 민간경찰을 이끌었던 피터 피츠제럴드가 각각 군사고문과 정책자문으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단은 25일경 제네바에서 회동을 가진 후 이번주 후반쯤 예닌 현지로 출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지역의 예닌 난민캠프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한 대량학살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제적 비난이 쏟아지자 지난 18일 유엔의 진상조사단 구성에 마지못해 동의했었다. 이스라엘은 예닌에서 48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사망했다고 밝히고 있는 반면 팔레스타인측은 캠프내의 가옥이 대부분 파괴됐을 뿐 아니라 대량학살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엔 사무차장을 역임한 아티사리 전 대통령은 지난 89∼91년 나미비아 독립을 이끌었던 평화유지활동을 이끈 인물이다. 그는 또 99년에 발칸분쟁의 조정자로 나섰고 코소보 사태 당시에는 나토와 유고슬라비아간 종전협정을 중재하기도 했다.
오가타는 지난 2000년까지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으로 재직한 인권전문가이다. 오가타 여사는 현재 일본의 아프간 재건 지원단체를 이끌고 있다. 소마루가는 지난 87년부터 99년까지 국제적십자사 총재를 맡았고 현재는 여러 재단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나세르 알-키드와 유엔주재 팔레스타인 대표부 대사는 이번 조사단이 “높은 청렴성과 신뢰를 지닌 인물들”로 구성됐다고 지지의사를 밝혔으며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의장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아라파트 의장은 “최소한의 사실은 눈앞에서 심각한 전쟁범죄가 저질러졌다는 점”이라며 “이스라엘측이 자행한 믿기 어려운 학살행위는 아무리 치열한 전투가 있었다고 해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이스라엘 각료들은 처음부터 조사단 구성에 비판적 시각을 나타냈다. 특히 조사단 인선과 관련, 이스라엘측은 당초 테르예 로에드 라르센 유엔 중동특사, 메리 로빈슨 유엔인권고등판무관, 피터 한센 유엔 난민담당관 등 3명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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