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원 원장의 수학공부 다시 생각하기 시리즈> 두번째

과도하고 기계적인 선행수업이 학생들 수학을 망치고 있다.

지역내일 2014-07-08

선행금지법의 시행과 맞물려 학원가에서는 선행수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들이 많이 있다. 선행금지법의 억지스러움과 비논리성은 구태여 말하지 않더라도 자명하다. 1학년은 1학년 공부만 해야 한다는 제한을 두는 비합리적인 발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1학년 과정을 마친 학생이 다음 과정으로 나아가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오히려 열심히 공부해 온 부분에 대해서 격려를 받아야 마땅하다. 공교육의 붕괴를 우려해서 나온 것이라는 걸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선행학습금지법 역시 교육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결과만 가지고 제한하는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 글에서 필자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건 선행학습 금지의 여부가 아닌 선행학습의 효율성에 대한 부분이다. 과연 선행수업이 수학 실력을 향상 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라 보면 좋을 듯하다. 
 
기말고사 3주 전에 고1 남학생 아버님께서 상담을 요청하셨다.
전화로 들은 바로는 중간고사 성적이 너무 안 좋아서 중간고사 이후에 학원도 끊고 수학 공부를 아예 안한 상태라고 하셨다. 기말 범위에 대해 전혀 모르겠다는 학생의 호소도 곁들여 졌다. 시기상 기말고사 범위에 대한 학습은 이미 끝나고 교과서의 심화문제나 응용문제에 집중해야 하는 기간인데 기본내용조차 숙지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씀드리면서 짧은 기간에 실력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근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그 학생을 상담하면서 들었던 놀라운 사실은 이 학생이 이전에 수I, 수II, 미적분I 까지 선행을 나간 학생이었다는 점이었다. 사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런 경우가 정말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놀랍다기보다는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더구나 그 학생은 문과를 지망하는 학생이었다. 그 학생에게는 미적분 선행이 급했을까? 전혀 아니다. 당연히 수I을 다지는 수업을 했어야 한다. 그 수업은 정말 안 받는 게 나은 수업이었다고 생각한다.


선행을 1학기 다음에 2학기 그다음 학년 1학기 이런 식으로 기계적으로 나가는 것은 서로의 연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계속 새로울 것이고 당연히 새로운 것은 부담스럽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선행수업은 그동안 배운 부분과 연결되는 부분부터 방학을 이용해서 하는 것이 좋다.
학기 중 선행수업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 학기 중에 선행을 한다면 학습내용이 연관되는 심화과정으로써의 선행수업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3 인수분해, 이차방정식, 이차함수가 고1에 더 심화된 내용으로 나오니까 중3 1학기에는 심화된 고1 내용 중 연결되는 부분만 발췌해서 중3 과정과 연결시켜서 이해시키면 충분하다. 현재 방학이 되어 귀국한 해외 국제학교 재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국제학교의 수학 목차를 보면 철저하게 연관된 부분을 한꺼번에 연관시켜서 배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행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해야만 한다면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계적이고 과도한 선행이 오히려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떨어뜨리고, 자신감만 잃게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안타깝다.


글 : 김석원 수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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