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은 아름다워라 ''실버전용극장''

"하루 5,000원이면 영화도 보고 식사도 하고"

지역내일 2014-06-10

누군가는 "흘러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나 추억은 남아 절대 떠나가지 않는다"라고 했다. 가족과 나라를 위해 70~80년대를 열정적으로 살아왔지만, 나이를 먹고 보니 정작 제대로 쉴 곳도 즐길만한 곳도 찾기 힘들다. 이런 시니어들에게 달콤한 휴식과 아련한 추억을 선사하는 곳이 있다. 그들만의 문화 공간, ''실버전용극장''을 소개한다.
김선미 리포터 srakim2002@hanmail.net


실버

꿈보다는 추억을 먹고 산다 -허리우드 클래식


야외공연장 ''멋진하늘''의 다양한 볼거리
종로3가(낙원상가 4층)에 위치한 실버극장 ''허리우드 클래식''은 지난 2009년 1월에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시니어들이 젊은 시절에 봤거나 또는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는 추억의 명화를 상영한다. 한 편의 영화를 3~4일씩, 매일 3~4회에 걸쳐 상영하는데 300개의 좌석이 연일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55세 이상 어르신들은 2,000원, 어르신과 동반한 일반인도 같은 가격으로 감상할 수 있다. 매표소에서 근무하는 정 모(여, 67세) 씨는 "영화 중간에 입장하는 어르신인 경우, 손전등을 든 직원들이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있다"면서 올 상반기에만 18만 명 정도가 다녀갈 만큼 호응이 크다고 전했다. ''허리우드 클래식''의 김은주(40세) 대표는 "''가격이 싼 만큼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자막과 좌석번호, 리플릿 글자를 2배 이상 키우고, 극장 곳곳에는 어르신들의 안전을 고려한 손잡이 등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극장 입구 야외에 조성된 ''멋진하늘'' 공연장에서는 수시로 다양한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일주일에 두 번, 영화 시작 전에 진행되는 ''도토리 공연팀''의 무료공연 역시 어르신들에게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허리우드 클래식''에서 2회 차 영화를 마치면 점심 무렵이 된다. 이때, 어르신들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기 중인 직원을 따라 인근 식당가로 이동한다. 순대국밥 전문점인 ''허리우드식당''과 ''3대 남문떡집'', ''이레이발소''에 영화표를 제시하면 500원을 할인받을 수 있어 가격은 더욱 저렴해진다.

김은주


LP판과 DJ, 음악카페 ''추억더하기''
''허리우드극장''은 1990년대까지 대한극장, 서울극장, 단성사, 피카디리, 국도극장, 중앙극장, 명보극장, 스카라극장, 국제극장 등과 함께 서울 시내 10대 개봉관 중 하나였다. 그러나 CGV, 메가박스 등의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등장하면서 잠시 문을 닫았다가 2009년에 60~70년대의 고전영화를 콘텐츠로 한 실버상영관으로 재탄생했다.
김은주 대표가 실버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영화 때문이었다. 그녀는 2004년 을지로 스카라극장을 인수하면서 영화산업에 발을 내딛었고, 그 후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다가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는 영화관은 없을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탑골공원에서 우두커니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는 김 대표는 "영화 이상의 재미와 볼거리를 갖춘 어르신들만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키워 나가겠다"며 환하게 웃는다.
지난해 오픈한 ''추억더하기'' 음악카페는 최근 시니어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낙원상가 옆 1층 건물에 자리한 이곳 역시 김 대표가 운영하는 곳으로 시니어만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양철통에 담긴 ''추억의 도시락''과 ''잔치국수''가 각각 3,000원, 커피는 2,000원이다. 게다가 옛날식 뮤직 박스 안에는 신청곡을 LP판으로 틀어주는 DJ가 있다. 장민욱(60세) DJ의 감미로운 진행에 따라 흘러간 가요와 팝송을 듣다보면 어르신들은 몇 십 년 전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 김종호(효창동, 72세) 어르신은 "저렴한 가격으로 영화도 보고 식사도 할 수 있어 부담이 없다"며 동네 노인정에는 여자 시니어들이 많아 신경이 쓰였는데 이곳에서는 편안하게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위치 : 종로구 삼일대로 428 낙원상가 4층, 지하철 1, 3, 5호선(종로3가역)
문의 : 02-3672-4232, http://www.bravosilver.org


명보

인간미 넘치는 아름다운 문화 공간-명보실버극장


미팅프로그램 ‘청춘으로 떠나는 음악열차 여행’ 진행 중
지난해 5월, 우리나라 극장역사의 상징적인 건물로 남아있는 서울 충무로 명보극장(명보아트홀) 6층에 실버극장이 탄생했다. ''명보실버극장''은 기존 공연시설 3개관 중 하나인 ''하람홀''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최근 시니어들의 새로운 명소로 뜨고 있는 곳이다.
극장 입구에서 6층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깨끗하고 환한 복도가 나타난다. 한쪽에 매표소와 상영관이 있고 안쪽으로는 럭셔리한 카페가 있다. 이곳에서는 모든 음료가 실비로 제공돼 어르신들은 영화도 보고 차도 마시며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다. 복도 벤치에 앉으면 유리벽을 통해 멋진 전망도 감상할 수 있다.
"관람객 수가 차츰 늘어나 현재는 하루 1,000여명에 달한다"는 이종학(70세) 부사장은 아직은 초기단계여서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염려해주고 신경써주는 어르신들이 있어 힘이 난다고 전했다. 그는 매일 이곳에 출근해 관객인 어르신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고충이나 애로사항을 주의 깊게 듣는다. 극장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이다.
영화수급이나 음악, 이벤트관련 등을 담당한다는 이 부사장은 편안하면서도 품격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곳에서는 시니어들을 위한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면서 수시로 음악회와 인문학 강좌 등을 개최하고 있다. 그 중 하나인 미팅프로그램 ‘청춘으로 떠나는 음악열차 여행’이 진행 중이며, 오는 6월 21일에 떠나는 ''남도해양열차 여행''은 현재 접수 중에 있다. 

남진하


''남진하 예술단''의 즐거운 무료공연
매표소의 유 모(여, 63세) 씨는 "영화를 보고 나서 한층 밝아진 표정으로 문을 나서는 어르신들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실버극장이야말로 시니어들의 힐링 장소가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55세 이상은 2,000원, 이하는 7,000원이지만 어르신을 동반한 사람들은 같은 가격에 입장할 수 있다. 이는 젊은 사람들이 부모님을 더 잘 모시고 효도하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타이론 파워, 킴 노박 주연의 ''애심''을 보고 나오는 오성범(74) 어르신은 "아침에 마누라와 약간의 언쟁이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나니 옛날 좋았던 시절이 생각난다"며 다음에는 꼭 같이 와야겠다고 수줍게 웃었다. 카페에서 ''남진하 예술단''의 남진하(60세) 단장을 만났다.
''남진하 예술단''은 그동안 간헐적으로 공연을 해왔는데 지난주 정식으로 창단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곳에서 일주일에 두 번 정기적인 공연을 펼칠 예정"이라는 남 단장은 4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 25명이 번갈아가며 무대에 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뚝뚝한 표정의 어르신들이 공연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어떤 분은 사탕이나 음료수 등을 건네기도 한다"면서 특별한 놀이문화가 없었던 윗세대 어르신들에게 위로와 기쁨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전했다. 또한 ''명보실버극장''에서는 영화 애호가들을 위한 야간영화(오후 7시 30분)를 상영하고 있다. 야간에는 주간과는 달리 최신개봉작들이 상영되며 남녀노소 누구나 5,0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위치 : 중구 마른내로 47, 명보아트홀 6층 하람홀,
지하철 3, 4호선(충무로역 6,7번 출구) 2, 5호선(을지로4가역 8번 출구)
문의 : 02-489-2807, www.명보실버극장.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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