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끝나고 나니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처음엔 멘토가 중고등학교 때 어떻게 공부했는지 자세히 얘기해주었다. 하지만 반응은 영 썰렁했다. 시간이 지난 뒤 그 질문의 진짜 의도는 ‘어떻게’라는 과정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몇점을 받아야 그 학교를 가나요’라는 결과에 초점 둔 것임을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라고 하면서 과정에 의미를 둔다. 하지만 성적표를 놓고 그렇게 말하는 부모님이 있을까? 성적표에 찍힌 점수와 등급만으로 ‘이번 학원이 효과가 없나보군’, ‘과외를 바꿀 때가 되었나보다’라고 판단하기 십상이다. 물론 부모님이 교육전문가가 아닌 이상, 아이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가늠하거나 공부방법 상의 문제점을 간파한다는 것은 어렵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끌고 온 문제점과 약점의 보따리는 간과한 채 겉으로 드러난 성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훨씬 쉽다. 당장은 학원과 과외를 바꿔서 성적이 오를 수도 있다. 문제는 아이가 지닌 학습의 취약점이 시간이 지날수록 고착화되어, 고학년이 되었을 땐 더 이상 학원과 과외로도 해결되지 않는 난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좋은 학원’ 보다 ‘공부 방법’이 더 중요
효진이(중3, 가명)는 문제점을 비교적 빨리 발견했다. 큰 폭으로 성적이 하락하자 어머니는 이것이 학습체계 상의 문제점일 것이라 판단하고, 중간고사 분석 컨설팅을 신청하여 학습교재와 시험지, 학습행태 및 현황을 면밀히 살펴보게 되었다. 효진이는 나름 공부방법을 터득하여 복습할 때도 자기 방식대로 노트정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학생 특유의 꼼꼼함이 학습의 큰 줄기, 단원의 핵심을 보지 못하고 세부적인 지식 암기에 그쳤다는 것이 드러났다. 교과서를 볼 때에도 시험에 나올만한 굵직한 흐름을 중심으로 보지 못했다. 깨알같은 세부사항까지 완벽 암기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시험스트레스도 영향을 미쳤다.
만일 효진이의 공부방법을 그대로 둔 채, 과외와 학원만 바꿨다면 어떻게 될까? 시험범위도 제대로 다 못 본 채 시험을 치러 가는 일이 반복되고 ‘공부를 해도 성적이 안 오른다’의 악순환이 지속되었을 것이다. 이런 경우 큰 줄기를 세운 후 세부 사항으로 뻗어가는 공부방법의 전환 없이는 학습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학습량보다는 문제해결력!
선우(고2, 가명)는 효진이의 지각 버전이라 볼 수 있다. 공부방법 상의 문제가 점수로 불거졌지만, 이를 간과하고 과외와 인강을 수두룩하게 신청했다. 내신 때는 해당 학교 집중반을 수강하여 딴에는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등급은 주춤거리며 밀리기 시작하자, 문제의 원인이 학습량 증가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형적인 이과 남학생인 선우는 여러 단원이 복합된 문제가 나오면 풀려고 덤비기에 바빴지, 개념을 하나씩 떼어놓고 단계에 따라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건 제로였다. 그러다 보니 모의고사와 내신 서술형 문제는 감점되기 일쑤였다. 선우를 ‘전형적인 이과 남학생’이라 부른 까닭은 글 읽는 것을 귀찮아하며 공식에 대입하여 계산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는 태도 때문이다. 저학년 때는 공식만으로도 문제를 풀 수 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문제 출제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문제해결력의 핵심이 된다.
선우에게 내려진 진단은 ‘급할수록 돌아가라’이다. 중학교 때 해야 했던 가장 기본적인 공부, 학교 수업을 충분히 이해하는 데에 중점을 둔 복습과 이를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과외 수업을 재설정하였다. 선우가 소홀히 했던 국어 공부가 사실상 국어영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선우의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근간임을 설명해주고 수학과학에 치중되어 있던 학습의 무게중심도 재설정하였다.
중간고사 분석컨설팅을 진행하다 보면, 약점을 보완하지 못하고 문제점을 개선하지 못한 것이 누적되어 나타난 결과가 성적표라는 것을 간과하는 경우가 참 많다. 눈에 보이는 것 이면에 도사린 문제의 원인을 찾지 못한다면, 오늘의 시간과 노력이 허비가 될 수 있다. 이번 중간고사가 성적표 점수의 이면을 살펴 과정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
문의 02-548-7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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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멘토
고려대 법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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