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시골 김경래의 전원스타일

취미나 여가활동으로 농사짓는 사람들

지역내일 2014-04-28
“등산 가시나 봐요?” “아뇨 농사지으러 가요.” “참 좋은 것 하시네요. 나도 그럴 데가 있음 좋겠는데…”
햇살 좋은 봄날이다. 점심용 김밥을 사러 분식집에 갔다.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싸놓은 것을 봉지에 담아 준다. 오래 된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금방 싼 것이라며 걱정 말란다. 등산이다 야유회다 놀러 가는 사람들이 많아 싸 놓고 기다린 거란다. 그 사이 나눈 잠깐의 대화 내용이다.
아주머니는 등산 가는 것으로 여겨 물어왔고 난 “아니라며 농사지으러 간다”고 답했다. 돌아온 답이 의외다. “참 좋은 것 한다?”는 말에 잠시 당황했다. 일도 아니고 ‘좋은 것’이라고 말하며 ‘그럴 데’가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농사를 일이 아닌 ‘좋은 취미’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농사도 취미가 됐다.
주말이면 골프장에 쏘다니던 친구가 “골프도 안치고 무슨 재미로 사냐?”고 물을 때 “마당에 풀 뽑는 게 얼마나 재미난 일인데…”란 말을 종종 했었다. 그런 친구들이 나이 들면서 마당있는 집을 짓고 풀도 뽑고 나무도 가꾸며 살고 싶어 주변을 배회한다. 하지만 김밥집 아주머니 말처럼 ‘좋은 것’을 해보려니 ‘그럴 데’를 찾기가 쉽지 않다.
토지가 있어야 한다. 물려받은 게 없다면 구입을 해야 한다. 농지는 구입부터 까다롭다. 헌법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있다. ‘농사를 짓는 농민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농지를 구입하려면 먼저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야 하고 자격을 얻으려면 1천m² 이상 면적을 구입해야 한다. 농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최소단위다. 농지는 특별한 몇 가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놀리거나 임대하면 안 된다.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한다. 어겼을 때는 강제매각을 당하거나 공시지가의 20%에 해당되는 이행강제금을 매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취미나 여가활동으로 농사짓는 사람들이 늘면서 몇 년 전부터 도시민도 세대별로 1천㎡ 미만의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됐다. 국가는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을 흔들어서 도시민들이 ‘농사짓는 취미’를 도와주고 있다.
생명수단으로 한없이 엄숙해야 할 농지가 취미활동이나 여가용으로 가볍게 여겨지고 함부로 대해지는 것 같아 불편함은 있지만 방향은 그렇다. 좋은 아파트와 차, 골프회원권에 식상한 일부 도시 중산층들이 주말농장이나 주말주택을 찾아 나선다. 사람이 몰리다 보니 맞춤한 땅을 찾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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