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청소년 대안학교 ‘셋넷학교’

탈북 청소년 지역 정착 위한 지원 필요해

지역내일 2013-12-12 (수정 2013-12-12 오후 11:18:29)





2012년까지 통일부 집계에 따르면 국내거주 북한이탈주민은 2만4614명에 이르고 이중 탈북청소년은 약 15% 안팎으로 3900여명에 이른다. 이중 대부분의 탈북청소년들은 서울 및 수도권에서 힘겨운 정착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조사됐다. 이유는 다양한 교육 및 문화 인프라가 지방보다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현저하게 집중돼 있고, 탈북자를 후원하는 NGO 및 종교단체의 규모와 활동성이 다른 지역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이탈주민의 새 이름인 새터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는 가족이 모두 온 경우는 드물다. 결혼을 하고 성인이 되어 넘어 온 경우라면 조금 나은 편. 어린 청소년들이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살아가기엔 이 땅도 문화도 사람도 너무 낯설다.
‘셋넷학교(교장 박상영)’는 탈북청소년들에게 검정고시에 필요한 기초공부와 공연을 통한 문화소통, 자립을 위한 직업교육 등을 지원하는 탈북청소년 대안학교다.




●적막한 도시를 떠나 원주로 오다
셋넷학교는 탈북청소년의 남한사회 문화 적응과 정착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비인가 대안학교로 2004년 서울에서 개교했다. 서울 중심의 탈북청소년 적응교육에서 탈피하여 소도시에서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2012년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로 자리를 옮겼다.
15명 내외의 탈북청소년을 대상으로 수준별 눈높이 교육을 실시하고 이론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현장중심, 체험중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셋넷학교 10년 교육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민주시민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지역민과의 문화소통을 통해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셋넷학교 9기 졸업생 이민철 군은 “중국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큰 꿈을 품고 한국에 왔지만 여전히 의지할 곳도 없고 너무 힘들어 삶의 의지가 없어지려 할 때마다 붙들어 준 곳이 셋넷학교다. 서울에서의 다람쥐 쳇바퀴 도는듯한 생활은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원주에서 생활하는 지금은 검정고시도 통과하고 각종 중장비 기술을 배워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다. 앞으로 할 수 있다면 원주에 정착할 생각이다”라며 자신의 결심을 내비췄다.




●현실에 부딪치다
지난 11월 21일 상지대학교 한방의료기기산업진흥센터 1층에서 셋넷학교 주체로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탈북청소년 지역정착을 위한 직업교육’이라는 주제로 열린 대화모임에는 한알학교 김용우 교장과 용정순 시의원, 김미영 도의원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셋넷학교에 대해 알리고 탈북청소년 문제 뿐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통일에 대한 대비와 탈북청소년들이 현실적으로 부딪치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의견을 나눴다.
그날 참석했던 셋넷학교 학생 박연희 양은 “검정고시와 각종 자격증을 따놓았지만 막상 취업과 연결되지 않았어요. 요즘은 대학 진학을 위한 학과 선택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얼마 전 상지영서대 작업치료과에 원서를 넣었는데 사실 그게 뭐하는 건지도 모르는 상태라 잘 할 수 있을지, 공부는 어렵지 않을지 걱정이 많아요”라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셋넷학교의 수업의 일부는 원주 지역에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학교 운영 또한 전액 후원으로 운영된다. 셋넷학교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우선 탈북청소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업체의 협조와 학생들의 생소한 일상을 도와줄 멘토가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겪는 일상이 자신들에게는 너무나 생소하고 낯선 일이라는 탈북청소년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
후원 문의 763-2890 셋넷학교




 문화소통으로 자아를 찾다

 탈북청소년들의 공연모습




지난 10월 20일 원주중앙청소년문화의 집에서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셋넷학교 학생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춤극을 선보였다. 셋넷학교 학생들과 샤하르댄스무용단이 기획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한국수출입은행의 지원을 받아 약 7개월간 연습하여 선보인 공연은 단절된 채 살아가는 탈북청소년들이 춤을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표현하고자 기획됐다.
죽음을 무릅쓰고 탈북한 청소년들이 남한 생활에서 겪는 좌절과 고통이 있을지라도 평화의 땅에서 다시 꽃피울 희망의 씨앗을 품고 살아간다는 이야기로 전개되는 춤극은 다양한 표현 방식과 메시지로 형상화시켜 전국의 초·중·고교 및 대학들을 순회하며 공연 될 예정이다.
연습기간이 길었던 만큼 수준 높은 공연이 이어진 후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과의 질문과 대답의 시간이 이어졌다. 그동안 북한에 대해 궁금하게 여겼던 점이나 춤극을 연습하면서 어려웠던 점 등 관객들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는 셋넷학교 학생들과의 지역민 간의 소통의 시간은 남북 간의 간극을 좁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최선미 리포터 ysb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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