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다. 고속도로에서 가깝고 자연경관이 좋은 강원도 원주 부론의 남한강변이나 신림이나 횡성 안흥 강림, 영월 수주 등 치악산자락, 평창의 스키장 주변, 홍천강변 등 계곡이 있는 산중이나 경치 좋은 강변에는 어김없이 전원주택들로 빽빽하다. 충북에서도 교통 좋고 자연환경 좋은 충주나 괴산, 진천, 단양 등지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없을 것 같은 곳에서도, 그곳도 도시서 살다 온 사람들, 시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뿌리를 내려 살고 있다. 한 때는 그랬는지 몰라도 지금은 특별한 생각이나 취향을 갖고 있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이렇게 경치 좋은 곳을 찾아들어 전원주택을 짓는 사람들의 유형을 시대별로 정리할 수 있다. 경제가 급성장을 하던 부흥기에는 과시형인 경우가 많았다. 남들에게 폼 한번 잡아보겠다는 생각으로 전원주택을 짓고 별장처럼 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다음 단계는 투자로 넘어갔다. 시골의 땅값이 쌌을 때 큰 땅을 구입해 전원주택을 지어 팔면 이익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으며 전원주택을 대하는 생각들이 많이 변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형 전원주택도 투자를 목적으로 지었던 전원주택들은 많이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실수요자들이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혹은 도시의 주거생활비를 줄여보겠다는 생각으로 전원주택을 짓고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었다.
이들은 남들에게 과시할 생각도 없다. 전원주택을 지어 집값이 오르면 팔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없다. 물론 살면서 땅값도 오르고 집값도 올라 재테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단순한 희망사항이고 얼마나 편히 살 수 있는가가 우선이다.
과시할 생각도 투자도 뒷전으로 한 실수요자들은 내 몸피에 맞는 것을 찾는다. 내가 필요한 정도만 준비한다. 그러다보니 요즘 전원주택들은 땅도 집도 작아진다. 작아도 충분하고 넉넉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큰 것보다 위험부담도 적고, 환금성도 좋다. 세금도 적고 관리비도 적게 든다.
작고 만만하게 투자해 즐기다 좀 더 자신이 붙으면 제대로 된 전원주택을 지을 수도 있다. 아직도 전원주택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집, 부유한 사람들의 집으로 여긴다면 생각을 바꾸어도 좋다. 생각을 바꾸면 전원주택은 훨씬 만만해진다.
김경래 리포터 oksigol@oksigo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