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책 ''프리즈너스''

어느 날 내 아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면?

지역내일 2013-10-07

영화 ‘프리즈너스’는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유아대상 범죄수사물이다.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더욱이 딸을 가진 부모라면 지켜보기 힘든 장르다. 실종 후 143시간이 경과하면 살아있을 확률은 5%로 떨어진다는 아동 범죄. 이 세상에 어느 부모가 아이를 잃은 143시간을 온전한 정신으로 버텨낼 수 있을까? 드니 빌뇌브 감독은 유아범죄를 통한 다양한 관계의 사람들을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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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잡기 위해 악마가 되는
추수감사절, 미국동북부 외곽의 조용한 마을이 배경이다. 평화롭고 다정한 모습의 켈러(휴 잭맨) 가족이 등장한다. 가족의 단란한 모습과 달리 마을의 모습은 어딘가 음산하다. 차가운 먹구름, 휑한 거리, 혹독한 겨울 날씨는 이 단란한 가정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임을 짐작케 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진 둘째딸 애나. 빨간 호루라기를 찾는다며 함께 나간 딸의 친구 조이의 행방도 묘연해졌다.
처음에는 경찰에게 기대를 걸어보지만 시간은 자꾸 흘러만 가고 아이들의 생존 확률은 줄어만 간다.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를 놔주자 결국 단독행동에 나서는 켈러. 심증은 가되 물증이 없는 용의자에게서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그는 점차 악마가 되어간다. 이성을 잃고 무지막지한 폭력성을 드러내는 켈러. 말을 잃은 지적장애인을 무조건 패고 극단적으로 고문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자백을 들으려한다. 잠시 주기도문을 외우며 고뇌하는 장면도 있지만 딸의 죽음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평범한 아빠인 켈러는 잔혹한 광기를 드러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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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잃은 부모의 태도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내가 만약 딸아이를 잃는다면 어떻게 될까? 과연 켈러의 잔인함을 나무랄 수 있을까. 증거 불충분이라는 이유로 확실해 보이는 범인을 풀어주는 경찰을 용서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 ‘고백’이 그랬고, 영화 ‘공정사회’가 그랬다. 부모라면 당연히 그렇게 반응할 것 같다. 눈앞에서 범인이 버젓이 돌아다니는데 어떻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먹고, 마시고, 입고 웃을 수 있겠는가.
영화 속에는 네 명 부모의 각기 다른 대응방법이 나온다. 광분하는 켈러와 달리 켈러의 아내 그레이스(마리아 벨로)는 안정제에 의지하며 침대에 누워 일상을 보낸다. 가슴이 무너져 그런 줄 알면서도 무기력한 그레이스의 모습이 나올 때면 화가 치민다. 조이의 아빠 프랭클린(테렌스 하워드)은 켈러의 행동이 염려스럽지만 마지못해 이끌려 다닌다. 범인을 잡고 싶은 가슴과 경찰에 맡겨야 한다는 이성이 끊임없이 자리싸움을 하는 모양이다. 프랭클린의 아내 낸시(비올라 데이비스)는 침착하게 대처하려고 애쓴다. 식탁 위에는 치우지 못한 음식과 식기들이 섞여 난장판이 되어있지만 겉으로 보이는 그녀의 얼굴만큼은 흔들리지 않으려는 의지가 있어 보인다. 나라면 네 명의 부모 중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되었을까? 감독의 질문은 바로 이 지점을 향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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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반전
영화 ‘그을린 사랑’으로 주목받은 감독 드니 빌뇌브는 ‘프리즈너스’에서도 역시 반전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조용히 흘러가던 영화는 종반부에 도착할 즈음 정신없이 속도를 내고, 갑자기 밝혀진 범인의 정체는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이러면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았던 켈레의 잔인한 행동은 그냥 용서해도 되는 걸까? 영화가 이렇게 진행되기까지 왜 경찰은 로키(제이크 질렌할) 한 사람만이 고군분투한 걸까? 혼자 있기에 그의 섹시한 매력이 눈에 쏙쏙 들어오긴 하지만 방탄복도 없이 범죄현장을 혼자서 뛰어다니는 로키 형사의 모습은 조금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다행히 아이들은 살아서 부모의 품에 안기게 되지만 영화를 다 본 관객의 마음은 복잡하다. 그동안 너무 화려하고 현대적인 수사물에 길들여진 탓일까? 가슴을 옭죄는 153분이 조금 버겁게 느껴지는 영화다.
이지혜 리포터 angus70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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