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선학중학교 박찬휘 학생

제26회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 금상 수상

“3년 동안 사물함에만 매달렸어요”

지역내일 2013-09-10

“처음 가 본 해외여행이라 더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5박 6일 동안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둘러봤는데 굉장히 새롭더라고요. 무엇보다 제가 평소 건축이나 디자인 분야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독특한 건축물이 많아서 좋았어요. 특히, 싱가포르에서 본 마리나베이센즈 호텔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3개의 건물이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져 있었는데 신기하면서도 정말 멋있었거든요. 가이드님 말씀으론 우리나라 쌍용건설에서 만들었는데 세계 최고의 난이도 있는 건축물이고 지금은 싱가포르의 랜드마크가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제26회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 금상 수상에 따른 특전으로 지난 8월 해외연수를 다녀온 박찬휘(선학중학교 2학년) 학생의 소감이다.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찬휘 학생을 만났다.



56대 1의 경쟁률 뚫고 금상 수상
찬휘 학생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6회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인 금상을 수상했다. 특허청이 주최하고 한국발명진흥회가 주관한 이번 전시회에는 총 9천538점의 발명품이 출품됐다. 이중 심사를 거쳐 170여 점의 작품이 선정, 전시됐다. 대략 56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은 셈이다.
찬휘 학생이 출품한 발명품은 ‘문이 선반으로 변하고 사라지는 사물함’으로 기존 학교에서 사용하는 사물함의 불편함을 개선하고, 부주의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작품이다.



3년 동안 한 우물만 파 온 노력과 끈기
사실 찬휘 학생이 학교 사물함에 대해 관심을 갖은 건 초등학교 6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4학년부터 6학년까지 동부교육지원청 발명영재학급에 다녔어요. 수료식을 앞두고 산출물 발표회를 준비할 때였는데 주제를 사물함으로 정한 거죠. 당시 3단짜리 사물함 중 맨 아래 칸을 썼었는데 쓸 때마다 불편하고 위험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위 칸 아이들이 먼저 사용하고 있으면 기다려야 하고 때론 위 칸 문이 열린 줄 모르고 일어나다가 모서리에 머리를 찧기도 했고요.”
일단 문을 열면 옆으로 뾰족하게 돌출되던 문을 안쪽으로 넣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사물함 안쪽에 여분의 공간을 만들어 열린 문을 속으로 집어넣는 것이다. 문을 집어넣으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고 안전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이디어 노트에 도면을 그린 후 마트에서 골판지 상자를 구해와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문제가 생겼다. 오랜 동안 실패를 거듭하며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그러다 우연히 가게 셔터 문에서 힌트를 얻었다. 사물함 아래쪽에 ‘ㄱ’자 형태의 레일을 깔아 열린 문짝을 안쪽으로 들어가도록 했다.
이 발명품으로 찬휘 학생은 산출물 발표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후 시 교육청이 주관하는 학생과학발명품대회에 학교 대표로 참가해 상을 받았다. 
하지만 자신의 눈에는 발명품이 완벽하지 않았다. 돌출됐던 문을 안쪽으로 집어넣는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안으로 넣다보니 그 만큼의 부피를 차지해 결과적으로 사물함의 내부 공간은 오히려 좁아졌기 때문이다. 찬휘 학생은 또 다시 고민에 빠졌다.  
이번엔 옆으로 문을 열던 방식을 버리고 위에서 아래로 문을 여는 방법을 시도했다. 아래쪽으로 열어 바닥면 틈으로 문을 집어넣도록 한 것이다. 또 열린 문은 필요에 따라 선반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 이용자의 편의성도 높였다. 이렇게 2년 여 동안 보완한 사물함으로 다시 대회에 참가해 전국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번 대회 때 함께 한 김치훈 지도교사는 “오랜 동안 관심을 가진 만큼 찬휘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대회에 임했다”며 “과제에 대한 집요함과 끈기,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미니 인터뷰 / 지도교사 선학중학교 김치훈 교사


아이들의 자율의지가 중요


선학중학교 내 발명동아리를 지도하고 있는 김치훈 교사는 각종 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다.
“사실 교내외에서 열리는 대회가 굉장히 많아요. 다른 업무에 치여 교사가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적지 않죠. 하지만 교사가 임의로 포기하는 건 직무유기라고 생각해요. 일단 아이들에게 제대로 알려주고 선택은 아이들에게 맡겨야 하죠.”
이를 위해 김 교사는 포스터나 홍보물을 통해 각종 대회를 알리고, 각 반을 돌며 아이들에게 대회의 취지와 도전과제에 대해 설명해 준다. 아이들의 알 권리를 존중하기 위해서다. 단, 대회 참가 유무와 활동은 온전히 아이들의 몫이다.
“예전엔 지도교사로서 아이를 잘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햇수를 거듭할수록 부모나 교사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아이가 스스로 하도록 지켜보는 게 좋다는 걸 알았어요. 깊게 개입하면 그 수준 밖에 못하거든요. 하지만 온전히 아이에게 맡기면 처음엔 서툴러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어요. 비록 수상하고 연결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며 그 과정 속에서 배우는 게 아이에겐 큰 자산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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