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원의 세상탐사] 취업에 고전하는 제자에게

지역내일 2013-09-06
동국대 신방과 겸임교수

S야, 하계 졸업식이 있은 지도 보름 남짓 지났구나. 졸업식장에는 가지 못했다만 네가 학사모 쓰고 찍은 사진은 페이스북에서 여러 장 보았다. 대학 과정을 마친 자랑스러운 자리인데도 내 마음이 그래서인가, 네 모습이 환히 빛나 보이지는 않았다. 왠지 모를 두려움이랄까 서글픔이랄까. 웃는 표정에도 그늘이 진 듯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니? 비록 안부를 묻는다마는 네 일상은 옆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눈에 들어온다. 아침이면 집 근처 독서실·도서관으로 '출근'해 종일 공부하고, 일주일에 두세 번은 학교에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친구들과 '스터디'를 하겠지. 각자 맡은 영역에서 정리한 정보를 나누고, 주제를 정해 미리 쓴 글을 돌려보며 날선 비판을 번갈아 할 테고. 때로는 저녁에 호프집에 들러 생맥주잔을 부딪치며 서로 격려와 다짐, 위로를 주고받겠지. '대학생은 학생이지만 또한 청춘이기도 하다. 남자친구 빨리 만들어라.'라는 내 잔소리에 '남친 만날 시간이 어딨어요. 직장부터 잡고 만들 게요.'하며 빙글빙글 웃던 네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2010년 봄 수업시간에 선생과 학생으로 만나 너를 지켜 본 지 4년째. 네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치열하게 진로를 준비했는지 내가 모를 리 없지. 그래서 졸업을 하고도 여태 자리 잡지 못해 초조해 하는 네 마음 잘 안다. 그러나 조급해 하지 말아라. 인생은 길다.

우리는, 인간은 왜 살아가는 걸까. 여러 대답이 있겠지만 나는 '행복해지려고'라고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를 갖는다. 그러므로 나 스스로 행복해지려고 애쓰면서 다른 사람의 행복도 배려해야 한다. 너나없이 모두 행복하다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을 것이다.

조급해하지 말아라, 인생은 길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까. 현대의 삶은 직업, 직장과 분리해 존재할 수 없다. 새벽같이 출근해 밤늦게 귀가하는 부모님 보면 알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싫은데, 먹고살자니 할 수 없어 하는데 나날이 어찌 행복하겠니.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행복의 기본조건이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목적을 '성공'에 둔다. 하지만 성공에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다. 예컨대 장관이 된다든지, 재산을 100억원 이상 모은다든지. 우리는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올랐거나 재산이 넘치도록 많은 사람들이 불행해 하는 걸 자주 보아 왔다. 목표를 이루지 못한 걸까, 이루고도 행복하진 않은 걸까. 거꾸로 꿈을 이루지 못했을 평범한 사람들이 가족, 친구들과 사랑을 나누며 행복하게 사는 모습은 훨씬 쉽게 만나곤 한다. 성공이란 '결과'이지 목적은 될 수 없다.

그래도 젊은이로서 성공이란 단어를 버리긴 어렵겠지. 성공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가능성이 더 높을까, 억지로 하는 일이 더 높을까. 그 답은 불 보듯 뻔하다.

지난 번 술자리에서 들려준 '갑돌이와 갑순이' 이야기 기억하지? 나나 네 부모 세대에게는 국민가요나 다름없는 노래이지. 갑돌이와 갑순이는 한 마을에 살면서 서로 사랑했는데, 내색은 않고 바라보기만 했다는 거. 그러다 각자 장가·시집가서 평생 그리워하며 살았다는 거. 갑돌이가 '작업'을 걸었으면 아마 둘은 결혼했겠지. 다른 사정이 생겨 결혼을 못했다면? 둘이는 실연의 아픔에 울다가 세월이 흐른 뒤 새로운 사랑을 만날 거야.

취업도 마찬가지야. 네가 거듭 도전하면 언젠가는 뜻을 이룬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안 되면? 어느 시점에서 스스로 접고 차선(次善)을 찾게 될 거야. 그러면 여한 없이 새로 찾은 일에 만족하며 살게 된다. 첫사랑에 실패했다고 결혼을 포기한다면 인류는 진즉에 멸종했겠지? 사랑도 취업도, 기회는 여러번 오는 법이야.

'하고 싶은 일' 꾸준히 밀고나가길

S야, 지금 비록 힘들어도 '하고 싶은 일' 꾸준히 밀고나가라. 친구들 취업 소식에 흔들리지 말아라. 네 평생 행복을 위해 몇 년 더 투자한다고 생각해라. 내 나이쯤 되면 사회 진출 1~2년 늦는 거 아무 것도 아님을 알게 된다. 참고로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100인 이상 주요 기업의 신입사원 평균 연령은 남성 33.2세, 여성 28.6세였어.

무더위가 그렇게도 기승을 부리더니 이제는 가을색이 완연하구나. 환절기에 건강 유의하고 세끼 든든히 찾아먹어라. 지치지 말고 꾸준히 나아가자. S야, 난 너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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