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 1년새 6.7% 상승 … 통계청 가중치 줄어 지표물가 괴리 커져
#. 여의도 금융권에 다니는 직장인 A씨는 내년초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밤잠을 설치고 있다. 2008년 결혼하면서 얻은 전용면적 82㎡ 아파트의 당시 전세보증금은 1억8000만원. 2010년 첫 재계약할 때는 2억3000만원으로 올랐고 지난해 초에는 2억9000만원에 계약을 연장했다. 현재 이 아파트의 전세보증금 시세는 3억2000만원으로 3000만원 이상 마련해야한다. 실적악화로 회사에서는 구조조정설까지 나도는 마당에 이 돈을 어디서 구할지 A씨는 막막하기만 하다.
#. 서초구 반포자이 59㎡에 전세를 사는 B씨도 걱정이 태산이다. 2009년 3억8000만원하던 전세보증금이 2011년 5억4000만원으로 오르더니 현재 호가가 6억5000만원까지 치솟은 까닭이다. 목돈을 구할 길 없는 B씨는 집주인에게 반전세를 제안했지만 답이 오지 않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 2년여만에 최고 수준 = '저물가시대'라 하지만 서민·중산층이 체감하지 못하는 데에는 치솟는 전세보증금이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A씨와 B씨처럼 당장 수천만원, 많게는 억대의 보증금을 올려줘야 하는 세입자들에게 9개월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정부 발표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1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및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주까지 52주째 상승했다. 1년내내 전셋값이 쉬지 않고 오른 셈이다. 서울지역의 경우 아파트 전세가격이 1년새 6.73%나 올랐다.
전셋값이 미친 듯이 치솟고 있지만 정부가 내놓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은 9개월째 1%대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차이가 나는 이유는 전세보증금 뿐 아니라 농축수산물, 공업제품, 공공 및 개인서비스 등 다양한 소비품목에다 가중치를 더해 소비자물가지수를 구하기 때문이라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전세보증금은 많이 올랐지만 석유류와 공업제품 등 다른 품목의 상승률이 높지 않아 전체적인 소비자물가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 자료를 보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4%에 머물렀지만 전세가격만 놓고 보면 상승률이 3.1%에 달했다.
◆물가조사 품목, 가중치 '꼼수' 의혹 = 문제는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품목이나 가중치가 일반 서민의 체감과는 괴리가 커도 너무 크다는 점이다.
우선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이 5년마다 이뤄져 시차가 발생하는 한계가 있다. 현재 소비자물가지수를 구하는 기준연도는 2010년이어서 최근 급등한 전세가격은 반영되지 않는다.
조사 품목이나 가중치 설정이 제대로 이뤄졌는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2011년말 통계청이 2010년을 기준으로 소비자물가지수를 개편했을 때에도 '꼼수' 의혹이 일었다.
당시 통계청은 당초 일정보다 한 달 앞당겨 소비자물가지수를 개편하며 조사항목에서 금반지를 뺐다. 국제금값이 폭등하며 금반지 가격이 폭등하던 때였다. 2011년만 해도 금반지 가격은 20%이상 급등했다. 이렇다보니 정부가 지표상 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금반지를 제외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당시 전월세 가격도 치솟고 있었지만 통계청은 전월세에 대한 가중치를 기존 97.5에서 91.8로 오히려 낮췄다. 대신 가격변동이 적었던 내구재 등의 가중치를 높였다.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한 불신이 가시지 않는 이유다.
통계청은 가계동향 조사에서 집계된 소비지출액 규모에 따라 조사항목을 정하고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지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전세가격 상승으로 세입자 부담을 늘었지만 전체 가구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었기 때문에 가중치도 낮췄다는 설명이다.
◆"세분화된 물가지표 필요" = 물가지표와 체감물가가 지나치게 괴리되다보면 정책결정도 왜곡될 수 있다. 금리정책의 경우 물가는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인데 물가지표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자칫 통화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지수를 좀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소유별 물가지표처럼 상세하게는 못한다하더라도 소득분위별만이라도 구분해 물가지수를 구하면 체감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 실제 일본에서는 매월 소득 5분위별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물가지표와 체감물가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세분화된 물가지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소득분위별 물가지수를 구하면 각 소득계층별로 어떤 품목이 물가상승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지, 또 물가상승으로 인한 소득계층별 충격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통계청 관계자는 "기존 조직과 조사인력으로는 소득분위별 물가지수를 구하기 어렵다"며 "소득분위별 자료를 활용해 물가지수를 발표한다하더라도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본홍 오승완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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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금융권에 다니는 직장인 A씨는 내년초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밤잠을 설치고 있다. 2008년 결혼하면서 얻은 전용면적 82㎡ 아파트의 당시 전세보증금은 1억8000만원. 2010년 첫 재계약할 때는 2억3000만원으로 올랐고 지난해 초에는 2억9000만원에 계약을 연장했다. 현재 이 아파트의 전세보증금 시세는 3억2000만원으로 3000만원 이상 마련해야한다. 실적악화로 회사에서는 구조조정설까지 나도는 마당에 이 돈을 어디서 구할지 A씨는 막막하기만 하다.
#. 서초구 반포자이 59㎡에 전세를 사는 B씨도 걱정이 태산이다. 2009년 3억8000만원하던 전세보증금이 2011년 5억4000만원으로 오르더니 현재 호가가 6억5000만원까지 치솟은 까닭이다. 목돈을 구할 길 없는 B씨는 집주인에게 반전세를 제안했지만 답이 오지 않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 2년여만에 최고 수준 = '저물가시대'라 하지만 서민·중산층이 체감하지 못하는 데에는 치솟는 전세보증금이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A씨와 B씨처럼 당장 수천만원, 많게는 억대의 보증금을 올려줘야 하는 세입자들에게 9개월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정부 발표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1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및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주까지 52주째 상승했다. 1년내내 전셋값이 쉬지 않고 오른 셈이다. 서울지역의 경우 아파트 전세가격이 1년새 6.73%나 올랐다.
전셋값이 미친 듯이 치솟고 있지만 정부가 내놓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은 9개월째 1%대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차이가 나는 이유는 전세보증금 뿐 아니라 농축수산물, 공업제품, 공공 및 개인서비스 등 다양한 소비품목에다 가중치를 더해 소비자물가지수를 구하기 때문이라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전세보증금은 많이 올랐지만 석유류와 공업제품 등 다른 품목의 상승률이 높지 않아 전체적인 소비자물가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 자료를 보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4%에 머물렀지만 전세가격만 놓고 보면 상승률이 3.1%에 달했다.
◆물가조사 품목, 가중치 '꼼수' 의혹 = 문제는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품목이나 가중치가 일반 서민의 체감과는 괴리가 커도 너무 크다는 점이다.
우선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이 5년마다 이뤄져 시차가 발생하는 한계가 있다. 현재 소비자물가지수를 구하는 기준연도는 2010년이어서 최근 급등한 전세가격은 반영되지 않는다.
조사 품목이나 가중치 설정이 제대로 이뤄졌는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2011년말 통계청이 2010년을 기준으로 소비자물가지수를 개편했을 때에도 '꼼수' 의혹이 일었다.
당시 통계청은 당초 일정보다 한 달 앞당겨 소비자물가지수를 개편하며 조사항목에서 금반지를 뺐다. 국제금값이 폭등하며 금반지 가격이 폭등하던 때였다. 2011년만 해도 금반지 가격은 20%이상 급등했다. 이렇다보니 정부가 지표상 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금반지를 제외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당시 전월세 가격도 치솟고 있었지만 통계청은 전월세에 대한 가중치를 기존 97.5에서 91.8로 오히려 낮췄다. 대신 가격변동이 적었던 내구재 등의 가중치를 높였다.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한 불신이 가시지 않는 이유다.
통계청은 가계동향 조사에서 집계된 소비지출액 규모에 따라 조사항목을 정하고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지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전세가격 상승으로 세입자 부담을 늘었지만 전체 가구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었기 때문에 가중치도 낮췄다는 설명이다.
◆"세분화된 물가지표 필요" = 물가지표와 체감물가가 지나치게 괴리되다보면 정책결정도 왜곡될 수 있다. 금리정책의 경우 물가는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인데 물가지표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자칫 통화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지수를 좀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소유별 물가지표처럼 상세하게는 못한다하더라도 소득분위별만이라도 구분해 물가지수를 구하면 체감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 실제 일본에서는 매월 소득 5분위별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물가지표와 체감물가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세분화된 물가지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소득분위별 물가지수를 구하면 각 소득계층별로 어떤 품목이 물가상승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지, 또 물가상승으로 인한 소득계층별 충격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통계청 관계자는 "기존 조직과 조사인력으로는 소득분위별 물가지수를 구하기 어렵다"며 "소득분위별 자료를 활용해 물가지수를 발표한다하더라도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본홍 오승완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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