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을 개발세력으로부터 지키자”

지역내일 2013-08-14 (수정 2013-08-14 오후 1:34:11)
주민들 "인공물 배제한 생태공원으로" … 공원내 지하철역 신설 놓고 갈등

미군기지 이전으로 조성될 용산공원을 개발세력으로부터 지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용산구 주민들은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인공조성물을 최대한 억제한 자연 그대로의 생태공원으로 용산공원을 조성하자는 입장인 반면, 국토부는 1조2000억을 투입하는 명품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핵심 쟁점은 본체부지에 지하철역을 신설할지 여부다. 기본계획에서 본체부지 중앙에 박물관역 신설 방침이 알려지자, 주민들과 구청이 이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용산이 지역구인 진 영 의원(현 보건복지부장관)은 아예 용산공원내에 도로나 철도시설을 설치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부지매각 논란에 이어 용산공원을 둘러싼 개발세력과 보존세력의 갈등이 2회전을 맞고 있다.

용산공원

녹색부분이 공원으로 조성될 본체부지다. 국토부는 아랫쪽 사우스 포스트 한 복판에 지하철역 신설을 추진해, 용산공원을 개발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사고 있다. 제공 용산공원기획단

"박물관역 신설은 개발세력 합작품" = 용산구 주민 손영천(51)씨는 "미군기지가 이전한 자리에 조성될 용산공원은 인공물을 가급적 배제한 생태공원이 돼야 한다"며 "용산에 100만평 생태공원 조성을 위해 지역구민은 물론 국민들의 힘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가급적 인공물 대신 도심 숲을 조성해 용산공원을 생태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1년 10월 확정 고시한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에서 1조2000억원을 투입해 명품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주민들이 가장 반대하는 인공물은 공원 한복판에 조성될 지하철역이다. 국토부 기본계획에는 용산에서 강남에 이르는 지하철 신분당선 노선 중 용산공원 본체부지에 국립박물관역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진 영 의원측은 "박물관역 신설은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을 무시하고 본체부지 훼손의도를 노골화한 국토부, 국방부, 문체부 등 정부내 개발세력의 합작품"이라고 비판했다.

"공원 관통 전철역 유례없어" = 지난 2007년 국회를 통과한 용산공원조성특별법 제4조2항은 '국가는 본체부지 전체를 용산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본체부지를 공원외의 목적으로 용도변경하거나 매각 등의 처분을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하철역 신설은 이에 위반된다는 지적이다.

본체부지란 주한미군 본부와 지원부대가 사용하는 주변산재부지가 아닌 곳으로 100만평에 달한다.

진 의원측은 또 "신분당선 박물관역은 공원 한가운데가 아니라 공원남측 이촌역에서 환승하는 것이 공사비나 운송수요, 수입이나 요금 등 모든 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박물관 접근성 역시 150억원을 들여 건설된 이촌역-국립박물관 간 무빙워크로 충분히 확보됐다"고 지적했다.

용산구청도 같은 입장이다. 용산구청 한 관계자는 "박물관역이 공원내에 설치되면 아무래도 공원이 훼손될 우려가 있고, 주민들도 이용편의를 위해 이촌역 인근에 설치되기를 희망해 국토부에 이같은 의견을 전했다"고 밝혔다.

용산구민과 진 의원측은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런던의 하이드파크 등 전 세계 어느 공원에도 공원을 관통하는 전철역 건설은 유례가 없다"며 "결국 오랫동안 용산공원 본체부지 매각을 시도해온 정부내 개발세력이 공원중앙을 관통하는 (지하철역을 신설해) 지하철 이남의 부지를 어떤 핑계를 동원해서라도 개발해 시설을 확장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2012년 12월 용산공원내 지상이나 지하에 도로나 철도 설치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해 박물관역 신설을 막으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철도투자개발과 구현상 과장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지하철역을 가급적 가깝게 만들어달라는 입장이고, 주민들은 이용이 더 편리한 곳에 만들어주기를 바라고 있어 양쪽을 만족시키는 안을 찾고 있다"며 "하지만 문제는 코레일이 추진한 용산역사개발이 좌초되며 사업추진여부가 불투명해진 점"이라고 밝혔다.

정부내 개발세력과 이를 막으려는 주민과의 싸움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4월 국방부는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평택지역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추진했다.

미군기지 이전비용 마련을 위해 국방부 장관이 자연녹지지역인 용산기지를 상업·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이때부터 지역주민들과 진 의원은 용산기지 매각과 개발을 막고 자연녹지로 온전하게 보전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내 개발세력은 집요하게 용산공원 부지 매각을 시도했다. 국무조정실에 주한미군대책기획단을 만들어 미군기지 매각과 개발을 위한 용역을 수차례 진행했다.

진 의원 역시 2006년 여야의원 70명과 함께 용산공원 매각금지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우여곡절 끝에 2007년 6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의 통과로 용산공원의 온전한 보전을 위한 첫걸음이 마련됐다.

용산부지 매각 막아낸 특별법 제정 = 하지만 법안 통과이후에도 개발세력들은 집요하게 용산공원의 개발을 추진했다.

국토부가 2011년 10월 확정한 1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이 그것이다.

이듬해인 2012년 12월 국토부는 용산공원 기본설계에 착수했다.

그러자 진 의원측은 다시 용산공원의 지상과 지하 개발을 금지하는 용산공원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해 이를 막으려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진 의원측은 "미군 잔류시설과 국방부 등의 공원 본체부지 개발, 매각, 훼손 시도로 자칫 용산공원이 세계적 공원은커녕 껍데기 밖에 남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개발세력이 마련한 용산공원 조성 기본계획은 전면 재검토 돼야 한다"며 "개발세력의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용산공원 조성기획단의 해체와 함께 국방부 등에 대한 국민적 감시와 통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장병호 김병국 김신일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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