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지역, 이질적 문화 불구 주민화합 선봉

경북도 향토봉사상 받은 선주원남동 사무소 전영숙씨

지역내일 2002-04-10
지난 1일, 경상북도(지사 이의근) 도청강당에서 이의근 지사를 비롯한 400여명의 공무원이 참석한 가운데 향토봉사상 시상식이 거행됐다. 17년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향토봉사상’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한 도민과 일선 읍·면 동에서 20년 이상 근속하고 있는 공무원 중 향토발전을 위해 적극 봉사한 자에게 수여되는 상. 85년부터 매년 시장·군수의 추천을 받아도 공적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선발 시상하는 영예로운 상이다. 올해 경북지역의 민간인 및 공무원 23명에게 수여된 ‘향토봉사상’ 중 우리 지역에서는 선주원남동 사무소의 전영숙 지방행정주사보가 영예를 차지했다.

벚꽃축제 등 지역행사 앞장
28년째 공무원으로서의 한길을 걸어온 전영숙씨의 주요업무는 새마을사업에 관한 대민 업무. 매년 정월대보름마다 펼쳐지는 노인윷놀이대회나 지난 30일에 열린 제 11회 벚꽃축제 등의 여러 민간단체 주최행사에서 두 손 두발을 걷어붙이고 주민화합에 앞장서는 일이 그녀의 몫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듯 간과할 수 있으나, 막상 선주원남동의 유래를 들어보면 그녀의 노고가 지역주민들의 삶과 행정 업무의 질적 향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금새 눈치챌 수 있다. 원래 선주동과 원남동으로 나누어져있던 것이 99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통합되면서 만들어진 선주원남동은 구미시에서는 가장 넓은 행정구역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두 지역 간 주민들의 생활기반과 문화적 차이로 인해 선주원남동 주민화합에 있어 어려운 부분들을 많이 겪게 되었다고 한다. 행정조직을 운영하는데 있어 관할지역의 방대함과 더불어 주민들 사이의 문화적 격차를 극복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건 누구나 추측할 수 있는 일.
흔히 민원봉사실이 동사무소 내에 함께 있는 것이 일반적인 데 비해 선주원남동사무소의 민원봉사실은 동사무소와 상당한 거리에 위치해있다는 것을 봐도 쉽게 이 지역의 특성을 짐작할 수 있다.
김정대 동장은 “처음엔 동사무소의 위치를 결정하는 데도 주민간의 갈등이 심했다”면서 “절충이 된 것이 동사무소는 원남동 지역에 두고 동사무소 이름에는 선주동을 앞세워 선주원남동으로 하기로 하고 민원봉사실을 선주동 지역에 설치하여 행정상의 편의를 도모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 특유의 포용력, 친화력이 장점
이와 함께 동 내의 민간단체를 관리, 운영하는 일은 만만찮은 과제였다. 이 부분을 잘 소화해낸 사람이 바로 전영숙씨였다. 96년부터 근무한 선주원남동 사무소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있는 전씨는 직원들과는 물론 동민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한없는 포용력을 발휘하여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미 96년 이전에 선주원남 지역에서 근무를 한 경력이 있던 전씨의 96년 발령은 전씨를 필요로 하는 이 지역 주민들의 여론에 의한 것이기도 했다. 그녀의 업무능력을 오랜 기간 지켜보았던 선주원남동 사무소 사무장 권순원 주무는 “전 주사보는 현재 새마을협의회를 비롯한 동 내 여러 민간단체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대개 남자직원들이 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지역의 특성상 주민들간의 갈등이나 알력이 많이 작용함에도 불구하고 표출되지 않은 주민들의 고충까지도 섬세하게 헤아려주는 모성애적 감성으로 매사를 묵묵히 포용하고 성실하게 임해나간 덕분에 지금은 주민들이 서로 신뢰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탁월한 단체관리 능력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젠 그녀가 관내 민간단체들을 운영, 관리하는 것이 모범이 되어 구미시내의 몇몇 동사무소에서는 예전의 남자직원들이 전담하던 이러한 대민 업무를 고참여직원들에게 인계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사람이 한가지 일을 10년 이상 꾸준히 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한국사회에서의 직업여성의 위치는 아무리 전문직이라 해도 육아와 가사로 인해 이중고를 겪는 경우가 태반인데, 이러한 현실을 슬기롭게 극복하며 28년째 주민들의 손과 발이 되어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는 전영숙 주사보를 보며, 그녀의 향토봉사상 수상이 결코 예사로와 보이지 않았다.

이진희 리포터 fastfoo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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