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독서당의 부활을 기대하며

지역내일 2013-10-01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다산연구소 이사

어느 시대 어떤 형태의 문화건 뿌리없는 문화는 없다. 굳건하게 뿌리를 내린 토양에서만 튼실한 문화의 꽃이 피어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10위의 강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선조들이 이루어 놓은 찬란한 전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전통이 곧 우리민족의 뿌리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뿌리를 잘 가꾸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최근 서울 성동구에서 추진 중인 '독서당' 건립 계획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독서당은 조선시대에 장래가 촉망되는 현직 관료들을 선발해 일정기간 휴가를 주어 독서에 전념토록 함으로써 재충전의 기회를 준 '사가독서제도(賜暇讀書制度)'에 선발된 문인 학자들이 독서를 하며 학문을 연마하던 장소다.

독서당 복원이 '토목 건축족'들의 '광장 강박증'?

사가독서제도는 인재를 아끼는 세종대왕의 탁월한 안목에 의하여 처음 실시된 이후 약 340년간 지속되면서 성삼문 이황 이이 정철 유성룡 서거정 등 약 300여명이 독서당을 거쳐갔다. 독서당은 실로 인재양성의 요람이었다.

대표적 독서당으로는 남호독서당(성종 23년(1492) 건립, 갑자사화 이후 폐지)과 동호독서당(중종 12년(1517)에 건립, 임진왜란으로 소실)을 들 수 있는데 예전에 두모포라 불리던 지금의 성동구 옥수동에 있던 동호독서당이 유서가 깊어 독서당의 대명사로 통하고 있다.

성동구에서는 이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복원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유적이 남아 있지 않고 발굴된 유물이 없어 원형대로의 문화재적 복원은 어렵게 됐다. 또 옛 동호독서당의 위치로 추정되는 곳은 재개발 등으로 지형구조가 많이 바뀌어 아파트 상가 등 건물이 들어서 있으며 부지 매입에 따른 재정적 부담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옛 두모포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동호독서당의 정취가 묻어나는 '달맞이근린공원'에 옛 독서당의 정체성을 담은 현대적 의미의 독서당을 건립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새로 건립될 독서당은 역사적 스토리텔링이 있는 '산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독서당에는 독서 치유(healing) 등 자기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현대판 '사가독서실', 독서당의 역사적 흔적을 보여주는 '호당 기념관', 인근 주민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과 '문화교실' 등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참으로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현재 건립 대상 부지 인근 한 아파트단지에서 사업추진에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이승철 강원대 교수는 내일신문 칼럼을 통해 비판하고 나섰다. 이 교수는 독서당 건립을 "빈터만 생기면 건물이나 구조물을 가능한 크게 지으려 한다"는 이른바 '토목 건축족'들의 '광장 강박증'이라 폄하하고 있다.

이 교수의 지적대로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이후 정치인들의 한건주의와 공무원들의 자리의식이 결합되어" 이런 '광장 강박증'이 확산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본 사업 추진과정에서 자문위원으로 참석했던 필자가 보기에 독서당 건립은 광장 강박증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주민들 문화공간과 도서관으로 활용될 것

독서당 건립은 '개발만 하면 돈을 벌고 성공한다는 신화'와 거리가 멀다. 175평 규모의 지하 1층 지상 1층 건물을 지어서 금전적 이익이 얼마나 있겠는가? 독서당 건립은 자랑스러운 전통문화를 계승하려는 소박한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다. 새로 건립될 독서당은 주민들 문화공간과 도서관으로 활용될 것이다. 도서관은 지역에 아무리 많아도 넘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독서당의 역사성과 정신을 담은 시설 건립이 필요하고 현재 달맞이근린공원 최적 장소라면 상호 이해와 타협 속에 본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민원을 제기한 아파트단지에서는 건립 시 예상되는 녹지훼손 우범지역화 등 문제점에 대한 보완·개선을 요구하고 구에서는 주민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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