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이기는 자가 최후에 웃는다

수험생 여름나기

지역내일 2013-08-07

대입수학능력시험이 채 100일도 남지 않았다.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면서 공부하기는 그만큼 힘들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여름은 모든 수험생에게 위기와 기회의 시기. 누구나 견디기 어려운 고비지만 입시에서 가장 결정적인 승부처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수능 때까지 공부의 맥이 끊어지지 않게 해야 대입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무더위에 방향 감각을 잃고 할 일을 자꾸 미루게 되면 나중에 다시 책을 손에 잡기가 힘들다. 선배들이 전하는 수험생 여름 극복법. 백인숙 리포터 bisbis680@hanmail.net


수험생에게 가장 힘든 것은 ‘자신감 상실’
학교와 학원에서는 선생님이, 집에 돌아오면 부모님이 똑같은 소리를 했어요. ‘쉬지 말고 공부해라’, ‘잠을 줄여야 한다’ 한 쉬도 쉴 틈을 주지 않고 어른들은 숨가쁘게 몰아붙였습니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건 그런 어른들의 잔소리가 아니었어요. 갑자기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까, 아니 대학생이 될 수는 있을까,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6월 모평에서 생각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것도 원인이지만 계속되는 더위로 체력에 한계를 느꼈던 것 같아요.
수능을 100여일 앞둔 새벽, 엄마가 간식을 주기 위해 방에 들어오셨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고요.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엄마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 준 것도 아닌데 그 후로 기분이 한 결 가벼워졌어요. 수험생들의 가장 큰 오류는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줄 모른다는 거예요. 친구도 좋고 선생님도 좋아요. 자신의 마음을 하소연해 보세요. 의외로 집중력에 도움이 되고 앞으로 어떻게 공부를 해 나가야 할지 계획도 세워진답니다.
_이수진(가명, 20·안양시 호계동)


수능 D-100일, 생활습관 점검해주세요
고3때 수능 성적이 생각보다 안 나와 재수로 올해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생활 습관에 문제가 있었던 거 같아요. 사람의 생활 습관 유형을 두고 아침형이니 저녁형이니 하잖아요. 저는 저녁형이거든요. 낮보다 밤늦게 공부가 더 잘 되었어요. 수능 1주일 전까지 그렇게 공부를 했어요. 수능 시간에 적응하는데 1주일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생활습관을 교정하는데 1주일은 무리였나봐요. 수능 전날 잠을 설쳤고 수능에서 언어영역을 망쳤어요. 지난해 재수를 하면서는 수능 100일을 남겨두고부터 생활습관을 바로잡기 시작했어요. 화장실 보는 시간부터 밥 먹는 시간, 공부하는 시간, 쉬는 시간을 모두 수능 스케줄에 맞추기 시작했어요. 화장실 보는 시간부터 생활습관을 모두 바꾸려니 처음에는 잘 되지 않았지만 점차 의도한 대로 습관이 바로잡혀 갔어요. 일찍 자고 일어나니 낮의 집중도가 좋아졌고 아침저녁으로 스트레칭을 해 주면서는 어깨 결림이나 허리 통증도 많이 가라앉았습니다. 스트레칭이라고 해 봐야 특별할 것은 없어요. 맨손체조 수준이라도 신경써서 꼭 해 주니까 몸이 훨씬 가볍더라고요. 지난해 수능에서는 언어영역은 물론 모든 과목에서 평소 제 실력대로 성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_ 김석주(가명, 21·안양시 평촌동)


반수생, 체력 관리가 관건
고3이나 재수생에게 여름은 슬럼프를 극복해야 하는 시기인지 모르겠지만 반수생인 저에게 여름은 덥다거나 힘들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지나갔어요.
점수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정해 지원했고 합격했습니다. 입학 전에도 썩 내키지 않았지만 입학 후 한 번 더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졌어요. 망설이다 결국 부모님께 말씀드렸고 반수를 결심했습니다. 많이 고민하고 결정한 탓에 고3때보다 집중이 잘 되었어요. 남들은 대학 생활에 느슨해진 정신상태로 어떻게 다시 공부하겠냐 걱정했지만 확실한 목표가 생긴 후의 공부는 달랐습니다. 집중이 잘 될 뿐 아니라 재미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체력이었어요. 반수를 시작하고 보름 쯤 지났을까, 잘 나지 않던 코피가 터지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엄마가 한약을 지어오셨어요. 음식에도 신경을 써 주셨어요. 주로 채소와 과일을 먹었고 아침에는 계란이나 두부로 단백질을 보충했어요. 계란프라이와 두부는 끈기가 있어 점심시간 때까지 배가 고프지 않았어요. 오전 공부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인스턴트 음식은 가능한 먹지 않았고 과식을 하지 않도록 조심했어요. 밤 늦게 집에 돌아오면 밥이 먹고 싶었지만 가능한 참고 우유에 선식을 갈아먹는 것으로 대신했어요. 많이 먹고 나면 졸음이 오고, 살이 찌게 되면 안그래도 하루종일 앉아 있어 아픈 허리가 더 아프니까요.
_안희준(가명, 21·안양시 비산동)


여름밤 가족과 산책, 걷기 30분이 집중력의 비결
더운 여름철 공부가 안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에요. 하루종일 앉아 있는다고 공부가 잘 되는 것은 아니죠. 수험생은 집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자신만의 비결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무조건 가족과 수다를 떨어야 스트레스가 풀렸어요. 고3때는 자율학습을 끝내고 나오는 시간에 맞춰 엄마와 동생이 학교 앞으로 마중을 나왔고 그 시간부터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이야기를 나눴어요. 운동도 되고 스트레스도 풀렸죠.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책상에 앉으면 기분이 상쾌했어요. 그렇게 운동을 하면서는 시험을 치룰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던 증상도 사라졌어요. 몸 뿐 아니라 마음의 체력도 함께 키워진 것 같아요.
또 수험생도 사람인데 공부가 진짜 하기 싫은 날이 있잖아요. 그런 날에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을 공부하거나 과감하게 하루 쉬는 방법을 선택했어요. 그래봐야 고3시절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적은 날이기 때문에 실제 성적을 좌우하지는 않아요. 공부를 하지 않은 시간만큼 보충하기 위해 그 다음 날 집중력은 정말 좋아지거든요. 부모님들도 이런 학생들의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_하여진(가명, 20·안양시 관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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